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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판 축약본 『서유기』 3권 감상문

by 01사금 2025.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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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판 축약본 『서유기』 3권, 드디어 마지막권입니다. 여전히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2권에 비하면 어떤 내용들이 축약되었는지 확 알 수 있는 부분이 많던 3권입니다. 그만큼 생략된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인데 중간에 이 이야기는 좀 생략되어도 그만 아니려나 싶은 내용은 나와있더군요.  왜 그런가 했는데 아무래도 책의 마지막 부분 때문으로 추정되는 게 마지막 부분 삼장이 당으로 돌아와 당태종에게 통관문첩을 보여주면서 그간 일행이 지난 나라의 이름들이 언급되거든요. 아마 이 마지막 부분과 맞추기 위해서라도 나라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에피소드는 빠지기 어려웠던 건가 싶기도 하고요. 반면 생략된 에피소드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것도 있고, 어떤 나라에 얽힌 이야기들보단 산중이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겪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3권의 첫 에피소드는 제새국의 보물을 훔쳐간 만성용왕 일가와 그들의 부마 구두충으로부터 보물을 되찾는 이야기로, 요괴들에게서 딱히 인상적인 점을 느끼진 못했던 에피소드입니다.

다만 특이점은 1권 이후로 등장이 없던 현성 이랑진군과 매산 육형제가 다시 나타나 조력했다는 점이에요. 이런저런 부분을 생략하기도 하고 그대로 넣기도 하면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유일하게 맘에 든 점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 때문일 겁니다. 완역본에서는 오공 일행의 활약 덕에 누명을 벗은 금광사의 승려들이 그들에게 감사하느라 그들이 서역까지 가는 것을 돕겠다면서 쫓아오자 오공이 자신의 털을 호랑이로 변신시켜 그들을 멈추게 한 뒤 발길을 돌리고, 승려들은 그들과 인연이 끊어진 것을 슬퍼하면서 배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보통 에피소드에서 오공 일행이 왕의 곤란을 해결하거나 백성들을 돕거나 해도 그들은 감사를 드리며 배웅했다 내지는 대접을 했다 등으로 묘사되는 반면 여기 제새국 에피소의 승려들의 모습은 그들의 심정과 서글픔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편이라 정말로 오공 일행이 좋은 일을 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부분인데 아쉽게도 이 축약본 버전에선 승려들의 이런 모습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제새국 이야기가 끝나면 완역본에는 형극령이란 골짜기에서 나무요괴들에게 삼장이 붙들리는 이야기가 한회 정도 있는데 여기 축약본에선 그 에피소드가 잘려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황미대왕 에피소드로 넘어가는데 완역본과 약간 차이가 있다면 완역본에서는 이십팔수와 게체신들을 잃어버린 손오공이 처음 북방 진무대제의 귀사이장과 오대신룡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그들이 후천대에 빨려 들어간 뒤 나중에 일치공조의 충고로 국사왕보살의 제자 소장태자의 도움을 받는 등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이 축약본에선 손오공이 북방 진무대제[탕마천존]와 국사왕 보살을 한꺼번에 찾아가 귀사이장과 소장태자 일행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 요괴의 보물 때문에 낙담해하는 오공에게 다른 신들의 지원을 받으라고 알려주는 신령의 이름이 일치공조에서 일유신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황미대왕 에피소드가 지나 등장하는 타라장의 붉은 구렁이를 해치우는 이야기와 희시동의 오물길을 치워주는 이야기는 생략되어 바로 주자국 에피소드로 넘어갑니다. 이 에피소드도 여러 부분은 축약된 부분이 많은데 눈에 띄는 부분은 주자국 황제의 병을 낳게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 백마의 오줌을 얻는 실랑이에서, 완역본에선 백마는 본디 용이므로 용의 오줌은 함부로 누면 그 지역에 난 것들이 변화할 수 있다며 안된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축약본에선 이 부분이 생략되어 용의 오줌을 얻는 게 아니라 진짜 말오줌을 약에 넣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어요. 그리고 주자국의 궁녀를 요구하러 온 졸개 요괴를 손오공이 때려눕히는 부분이 생략되고 바로 왕비 금성궁을 구하러 요괴의 소굴을 찾아가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주자국 이야기가 끝나면 반사동에서 일곱명의 여자 거미요괴와 황화관의 지네 요괴에게 붙들려 곤란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중간에 여자요괴들의 양아들인 날벌레 요괴들이 나타나는 부분이 생략된 것을 뺀다면 완역본에 가깝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원래 완역본에서도 이야기가 길지 않은 편이라 그런 듯해요. 하지만 3권의 가장 아쉬운 점은 반사동 이야기가 지나면 나오는 사타동 에피소드가 전부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화염산 우마왕과 싸운 것 이후로 손오공이 제대로 위기감을 겪는 몇 안 되는 에피소드인데 아마 분량도 길기 때문인지 이 축약본에서 생략되어 있어요. 여러모로 아쉽다고 할까요?

대신 다음에 등장하는 비구국 이야기는 국구 요괴가 도교의 위대함을 주장하는 부분을 빼면 비교적 충실하게 나온 편입니다. 아무래도 특정 나라 이름이 들어간 경우는 생략하기 어려운 편인지 그 다음 에피소드가 멸법국 이야기인데 원래 완역본에선 이 에피소드 사이에 지용부인 에피소드가 4회 분량으로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선 역시 분량문제 때문인지 생략되어 있습니다. 멸법국 에피소드에서 완역본과 다른 점을 고른다면 오공 일행에게 멸법국에 들어서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인물이 완역본에선 노파로 변신한 관음보살인 반면, 축약본에서 그냥 지나가는 노인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멸법국을 지나면 나오는 이야기인 남산대왕 에피소드와 봉선군 가뭄 해소 에피소드는 생략되어 있는데 이 에피소드들은 특히 인상적이거나 재미난 부분이 아니라서 굳이 생략되었어도 아쉬움을 못 느끼겠더군요. 

대신 옥화현에서 사자요괴들과 싸우는 이야기나 부처를 흉내내던 코뿔소 요괴들을 사목금성의 힘을 빌어 해치우는 이야기, 천축국 가짜 공주 에피소드는 축약된 부분이 약간 있어도 완역본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다만 코뿔소 요괴들 편에서는 원래 소타룡 편에서 등장했던 마앙태자가 나오는데 축약본에선 그 이야기가 생략된 고로 그 등장이 약간 미미해지는 느낌까지 납니다. 이렇게 3권에선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좋아하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생략되어 빨리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왠지 『서유기』는 우마왕 에피소드를 넘어가면 약간 시시해지는 에피소드들도 많아지기 때문일까요. 구원외 이야기가 빠진 것은 좋더군요. 재미도 없고 짜증만 나는 에피소드라서 말이죠.

드디어 영취산에 도달한 일행들은 진경을 전수받고 다시 당으로 떠나는데 여기서 완역본에 있었던 무자진경 소동은 생략되었고, 고난의 81수를 채워야 한다는 관음보살의 명이 빠져있어 팔대금강이 삼장일행을 통천하 부근에서 빠뜨리는 이야기가 약간 설명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자라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물에 빠지는 부분은 같으나 여기 축약본에서 진가장 사람들을 만나 영감대왕의 마수에서 벗어난 마을사람들이 잘 지내는 이야기와 삼장일행을 사당에 모셨음을 알려주는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은 좀 더 빠른 편으로 당태종에게 경을 전해주고 다시 영취산으로 돌아와 각각 부처로 봉해지는데 완역본에선 마지막 부분에서 여러 부처의 이름들이 마지막 시구로 자잘하게 나와 굳이 몰입하여 읽을 생각이 안 났던 데 반해 여기선 그 부분이 생략되어 각각 자리를 얻게 된 주인공들이 극락세계에 머물게 되었고 그로써 『서유기』를 끝마친다는 아주 깔끔한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축약본 『서유기』도 마지막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라 이 『서유기』 마지막 부분에 해설부록이 짧게나마 실려있습니다. 완역본 10권에 책의 반분량을 차지했던 부록의 내용을 축약하여 간단하게 설명한 글이지만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내용이라고 할까요. 이 부록만으로도 3권의 아쉬운 점이 해소될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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