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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판 축약본 『서유기』 2권 감상문

by 01사금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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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판 축약본 『서유기』 2권 감상문입니다. 3권이 완결인 관계로 2권까지 다 읽었으니 본 내용의 절반하고 남은 반의 절반분량을 넘긴 셈인데요. 이번 2권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화염산 이야기로 완역본과 비교하자면 7권 초반까지 온 셈입니다. 역시 축약본은 축약본인지라 들어갈 내용 중에서 뺄 건 빼고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1권과 마찬가지로 에피소드 몇 가지 전체는 물론이거니와 세세한 장면묘사나 개그씬 같은 게 잘려나가면서도 어떤 부분에선 캐릭터들의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보상국 황포요괴 에피소드가 끝나면 완역본에서도 금각은각대왕의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이 축약본 버전도 이야기 순서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면 금각은각 에피소드의 소소한 부분이 생략된 게 보이는데 이야기도 길고 개그씬이 특히 많은 에피소드라서 그런 듯합니다. 여기서 삼장을 호위하는 신령들이 등장할 때 보통 완역본에선 금두게체라거나 일치공조라거나 하는 이름이 언급되는데 반해 축약본은 그런 거 없이 전부 '당직신령'이라고 뭉뚱그려서 표현을 하곤 해요. 금각은각 에피소드에서 오공에게 요괴가 노리고 있다고 충고해 주는 것은 일치공조거든요. 

중요한 내용은 빠지지 않고 진행되긴 하지만 은각대왕이 호랑이에게 습격당한 도사로 분장했을 때 오정대신 오공이 업게되자 오정이 도사더러 오공 성격도 모르고 미련하다고 웃는 장면이나 오공이 금각은각의 모친을 찾아가는 장면에선 스승의 안위를 걱정하여 운다든가 하는 세세한 심리묘사 같은 것이 종종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요괴대왕의 외숙부인 호아칠 대왕의 존재가 여기선 생략되어 있지요. 이번 축약본에선 4권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들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는데 금각은각 에피소드를 넘어가면 등장하는 이야기는 오계국의 임금을 구해주는 내용입니다. 단 오계국에 처음 들어섰을 때 삼장 일행을 재워주지 않으려는 절의 승려들에게 삼장이 수모를 당하는 이야기는 굳이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몇 줄 정도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묘사되는 것은 오공이 절의 승려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장면인데 이런 장면은 생각해 보면 오공의 캐릭터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과거 사람들이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야기꾼들이 극적인 장면을 들려주면서 몰입을 유도하고 폭소를 유발하려는 목적인게 아닌가 싶은 장면이거든요. 하여간 오계국 이야기도 어느 정도 생략될 건 생략되고 중요한 부분은 넣으면서 진행되는데 오공이 오계국 임금을 물에서 건져 인공호흡하는 장면은 웬일인지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축약본의 특징 중 하나는 굳이 잔인한 묘사는 피해가는 것 같은 점이 있다는 건데요. 완역본 4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요괴 홍해아가 삼장을 속이기 위해 아이로 변신하여 손오공한테 업힌 장면에선 홍해아가 섣불리 중신법을 썼다가 손오공의 성미를 건드리는 바람에 오공이 아이분신을 바위에 패대기치고 팔다리를 잡아 찢어버리는 후덜덜한 장면은 여기선 그저 바위에 내동댕이치는 정도로만 묘사하고 있습니다. 홍해아 에피소드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면 오공이 홍해아를 속이기 위해 우마왕으로 변신해서 삼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가 정체가 들통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홍해아편이 끝나면 완역본에선 약간 쉬어가는 듯한 분위기로 1회 정도의 소타룡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소타룡은 1권에서 참수당한 경하용왕의 막내아들이고 이 축약본에선 그 이야기가 짧게 묘사되어 거의 생략된 거나 다를 바 없어서인지 언급되지 않고 지나갑니다.

그런 고로 홍해아 에피소드가 지나면 축약본에선 바로 차지국 에피소드로 건너가는데 역시 개그씬이나 몇몇 장면이 생략되어 있지만 크게 두드러지거나 내용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닙니다. 약간 달라진 부분은 떠돌이 도사로 변신한 오공이 출가한 친척을 찾겠다면서 승려들에게 접근하는 부분이나 승려들을 구하기 위해 감독관인 도사들을 때려죽이는 장면은 그저 정신법으로 도사들을 묶어놓고 승려들을 풀어주는 장면으로 바뀌었으며, 승려들에게 자기 분신으로 변하는 털을 나눠주어 무명지 손톱에 끼우면 은신이 되는 데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분신이 나타나 호위해 준다 하는 장면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부분과 도사들이 제를 올리는 삼청관에서 천존들 흉내를 내며 오줌을 성수라고 주는 장면 같은 개그씬은 빠지지만 후에 내기를 하는 장면에선 중요한 장면은 대개 빠지지 않고 나오고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신들도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차지국 에피소드가 끝나면 나오는 통천하 에피소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데 약간 생략된 부분을 고르자면 오공 일행이 구해주는 진씨 일가의 외동딸과 외아들의 이름 유래 정도랄까요? 이 통천하 에피소드는 후반의 떡밥도 들어있기 때문에 생략하기 어려운 에피소드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 통천하 에피소드가 지나가면 완역본에서 등장하는 독각시대왕 에피소드는 아쉽게도 전체가 전부 빠져 있습니다. 좋아하는 에피소드인데 좀 아쉽달까요. 그래서 통천하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서량녀국 이야기로 건너가는데 삼장과 팔계가 임신을 하거나 서량녀국 여왕과 삼장이 혼인할 뻔한 이야기는 그대로 언급됩니다. 물론 소소한 개그씬들은 빠지지만... 여의진선이 제자와 개그를 친다거나 팔계가 서량녀국 여왕과 자기가 혼인을 하면 안 되느냐고 하자 태사가 팔계는 너무 못생겨서 안된다고 하는 부분이지요. 그래도 다음 에피소드인 전갈요괴 이야기나 육이미후 편은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고, 축약본이라도 상당히 자세하게 나와서 좋았습니다. 거기다 삽화들이 많이 들어있는 편이라 보기가 좋은데 차지국 에피소드에선 아예 두 페이지를 차지하는 그림이 있고 전갈요괴의 싸움이나 육이미후의 정체가 발각되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어요.

하지만 마지막 화염산 에피소드는 구도가 상당히 바뀐 것도 있어서 약간 호불호가 갈릴 듯도 싶습니다. 화염산 부근에 들어선 삼장일행은 철선선인 나찰녀에게 파초선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오공이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가 우마왕의 부인이고 홍해아의 어머니인지라 그 일로 싸우게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영길보살에게 정풍단을 얻어오고 그녀의 뱃속에 들어가 파초선을 빼앗는 것은 몇부분이 생략된 것을 빼면 큰 차이가 없으나 그 이후부터가 약간 달라집니다. 완역본에선 파초선이 가짜인 것을 알아챘을 때 토지신이 나타나 화염산이 생겨난 연유와 대력우마왕이 현재 살고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오공이 우마왕의 도움을 얻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가 옥면공주를 위협한 바람에 그와 싸우게 되고 싸움 와중에 만성용왕의 초청 때문에 우마왕이 자리를 뜨는 바람에 그를 쫓아간 오공이 그의 벽수금정수를 훔쳐 타고 변신하여 나찰녀를 속이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 축약본에서는 파초선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자 진짜를 찾으려고 우마왕으로 바로 변신하여 그녀를 만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우마왕이 싸움에 개입하는 것도 손오공이 먼저 찾아가서가 아니라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우마왕이 나찰녀를 찾아왔다가 나찰녀의 사정을 듣고 싸움에 나서게 되는 것으로 옥면공주는 그냥 이름만 언급될 뿐 등장하지 않습니다.

측약본에선 우마왕과 손오공이 도술을 겨루며 한창 싸울 때 토지신과 저승병사, 저팔계가 옥면공주가 사는 곳을 들이닥쳐 저택을 엉망으로 만들고 옥면공주를 때려잡는 이야기도 생략되거니와 토지신은 아예 나중에 나타나 사건이 마무리되었을 무렵 화염산이 생겨난 연유를 오공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래도 우마왕과의 싸움에서 저팔계, 토지신, 저승병사, 지나가던 천신들과 사대금강, 탁탑천왕과 나타태자가 가세하는 것은 마찬가지. 다만 이야기가 상당수 생략된 고로 제법 복잡한 구도를 가졌던 이야기가 단순화되고 스케일도 축소되었다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완역본에서도 우마왕 내외의 이야기는 전체에서 3회 본에 불과한 내용이더라도 전 에피소드에서 남겨졌던 복선과 해당 에피소드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 손오공의 핀치 등 각종 요소가 버무려졌기 때문에 손에 꼽을 만한 이야기거든요. 약간 아쉬운 점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전체 에피소드에서 더 빼고 자시고 할 부분이 더 없는 것도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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