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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37

[괴담 : 열 줄 소설] 20. 고요한 정류장 20. 고요한 정류장 심야 아르바이트는 항상 피곤하다. 재영에겐 늘 같은 일이었지만, 왠지 오늘따라 더 피곤하다고 느낀 그는 이번엔 집까지 걸어가지 말고 택시라도 부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택시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다 곧 어떤 여자가 벤치 끝에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내심 놀라고 말았다. ‘새벽 3시인데 여자가 이런 데 혼자 있네.’ 버스 정류장이 좀 외딴 장소에 있기는 하지만 재영처럼 심야 근무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었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도 시간이고 장소가 장소라서 그런 건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고 벤치 끝에 앉아 있는 여자는 거기를 떠날 생각이 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재영이 어플.. 2025. 9. 22.
[괴담 : 열 줄 소설] 19. 안개 낀 날 19. 안개 낀 날 마치 눈이라도 깔린 것처럼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밤이었다. 가까이서 가로등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긴 했지만, 사방에 깔린 부연 안개는 평소와는 달랐던지라 밤길을 걸어가던 유진은 미묘한 기분에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것 같았다. 거기다 아까부터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에 유진은 오싹함을 숨기지 못하며 발을 재촉했다. 선뜻 뒤를 돌아볼 생각은 못 하면서도 주변에 귀를 기울이던 유진은 분명 인기척은커녕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바로 옆의 도로를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왠지 안개 속에 혼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으스스해진 유진은 힐끗 곁눈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뒤에서 팔을 기다랗게 뻗은 하얀 사람이 휘청거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모습을 보고 말았.. 2025. 9. 20.
창작그림 09 : 연못 위의 요정 오랜만에 그린 그림. 연못 위의 요정이란 테마로 한번 그려봤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그린 그림인 듯. 2025. 9. 15.
[괴담 : 열 줄 소설] 18. 갑자기 18. 갑자기 방에 있던 수민은 TV를 켠 순간 뒤에서 오싹한 기분이 몰려드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갑자기 뒤에서 여자가 나타났어.’ 가끔 수민은 이 원룸에서 다른 존재가 느껴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유령처럼 나타난 여자가 방 청소를 하듯 몸을 숙이고 꾸물거리는 모습을 곁눈으로 목격하고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모르는 척, 여자가 사라지길 바라며 TV 화면을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수민은 미처 몰랐다. 수민이 그렇게 두려움에 질려 TV를 보는 척하는 동안 민영 또한 정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민영은 새 원룸으로 이사 오고 난 뒤.. 2025. 9. 12.
[괴담 : 열 줄 소설] 17. 저주 17. 저주 민규는 그저 사소한 앙심을 담아, 일종의 화풀이로 인형을 송곳으로 찔렀다. 진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원한보단 그저 거슬리는 녀석에 대한 하찮은 원망이 다였고, 싫은 녀석을 떠올리며 인형의 가슴을 송곳으로 찌른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불과할 뿐이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불도 켜지 않은 으슥한 방 안에서 낄낄거리며 인형을 찌르는 민규의 모습은 음침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할 수 있었다. “윽-!” 그렇게 민규가 방에 틀어박혀 애꿎은 인형에게 화풀이하고 있을 무렵 길을 걸어가던 성준은 갑자기 가슴 부근에서 약간의 통증과 함께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성준이 처음 느껴보는 그 통증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고, 가슴 부근을 .. 2025. 9. 10.
[괴담 : 열 줄 소설] 15. 수호령의 외침 15. 수호령의 외침 쿵쿵쿵- 자정이 넘은 시간 현관문을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좀 열어달라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자 소현은 약간 의문을 품으며, 몸을 일으켰다. “누나, 문 좀 열어주세요.” 곧 현관 앞으로 다가간 소현은 이내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신이 혼미한 점,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 어린아이의 목소리라는 사실과 자신을 친하게 부르는 호칭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열지 마!” 그때 소현이 번뜩 정신을 차릴 정도로 강렬하고 단호하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무겁고 진중한 목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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