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의 여행』 3권 감상문입니다. 지난 2권에서 오계국의 황제가 억울하게 죽은 것을 알고 그를 구해주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번 3권의 마무리는 육이미후-가짜 손오공과 싸워 이기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열 권짜리 100 회본 『서유기』 번역본에선 보통 6권 중후반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즉 『손오공의 여행』은 한 권당 두 권 분량의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는 셈이지요.
일단 『서유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사오정, 그리고 그 다음으로 손오공입니다. 사오정의 비중이 트릭스터와 같은 손오공과 저팔계에 비하면 적지만 그런 탓에 가장 민폐도 덜 끼치고 게다가 착한 성정이라 저팔계완 다르게 손오공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걱정을 하는 인물입니다.
중반 홍해아의 불 때문에 연기를 못 견딘 손오공이 물에 뛰어들어 숨을 쉬지 않자 죽은 것 아니냐고 슬퍼하는 것도 그렇고요. 반면에 저팔계는 손오공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걱정 없다며 낄낄거리고 심지어 거지국(차지국)의 도사들과 도력으로 대결하다 손오공이 죽었다고 오인하자 손오공의 제사상 앞에서 잘 뒈졌다고 악담을 퍼붓습니다. 그 덕에 화난 손오공이 안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요.
문학과 지성사판 『서유기』의 해설 부록에서 각각의 인물을 설명할 때도 사오정은 자비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나오던데, 서량녀국 임신 에피소드에서도 낙태천의 물을 구해냈으니 그 물을 주지 않으려던 여의진선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손오공을 말리는등 여간해서는 살육을 피해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거기다 이번 가짜 손오공 에피소드에서는 화과산에 직접 찾아가 가짜 손오공을 만나는 것을 사오정이 담당하는 등 비중이 제법 있지요. 한 사건이 해결된 뒤의 후일담이나 세세한 묘사나 개그씬들은 잘려나갔지만 의외로 중심인물들이 부각되는 면은 거의 잘리지 않고 나오는 거 같습니다. 아마 다음 4권에선 우마왕이 등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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