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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서유기』 감상문

by 01사금 202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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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혹여나 『서유기』 관련 서적이 새로 들어오지나 않았을까 기대를 하면서 찾아보니 최근 들어온 신간 서적 중에 이런 것이 있더군요.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들 중 '낭송' 시리즈라고 열하일기라던가 도덕경이라던가 하는 다른 책들을 미리 발견하여 읽어본 적 있습니다. 그런데 『서유기』까지 이 시리즈의 한 종류로 있을 줄은 몰랐고 최근 도서 검색을 해 보니 새로 들어온 책 중 이 책이 있단 것을 알게 되어 찾아본 결과 드디어 빌려보게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읽게 된 서유기라 기대를 했는데 흔히 우리가 읽게 되는 소설 『서유기』는 100회 본으로 어느 출판사에서 나왔든 이야기의 분량이 100회 정도가 되면 책의 숫자가 10권은 되는 게 보통인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이 낭송 서유기는 한 권에 불과하니 아무래도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한 권짜리 서유기처럼 축약본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제 예상과는 달랐는데 일단 소설의 서장은 으레 그러하듯 동승신주 오래국에서 손오공이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00회 본 서유기에서는 손오공의 탄생 이전에 우주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느니 자잘한 설명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이런 이야기들은 소설의 전개에 큰 영향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축약본 소설집이나 드라마 같은 데에서도 축약이 되어 바로 손오공의 탄생으로 넘어가는 편이 많아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니 이 책은 축약본이 아닌 일종의 장면들 모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오래국 화과산에서 손오공의 이야기가 나왔다가 바로 다음 장에서는 스승인 수보리 조사에게 이름을 부여받고 가르침을 받는 장면이 나와 그 사이에 있는 잡다한 이야기가 생략되었더군요.

하지만 생략되었다고 하기엔 책에 실려있는 부분들이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완역본 『서유기』와 비교해 볼 경우 거의 이야기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으며, 보통 1회 분량에 속하는 이야기를 짧게 축약한 것이 아니라 한 장면들을 서술한 부분을 옮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낭송 서유기』 책의 본래 목적인 낭송에 알맞은 장면들을 위해 적당한 장면들을 골라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려있는 내용들의 공통점을 살펴본다면 손오공 일행이 요괴와 맞닥뜨려 신나게 싸우는 내용보단 서유기의 주인공 일행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장난을 치거나 서로를 골리거나 투덜거리거나 하는 일상적인 장면들이 좀 많았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 오공의 저팔계 골리는 장면이 빈도가 높은 느낌.

좀 예외라고 한다면 초반 손오공이 천궁에서 소동을 칠 무렵 현성 이랑진군과 싸우는 부분이 상세하게 실려있는데 이 부분은 힘 대결이라기보단 서로의 도술 대결에 가까운 부분이라 격투보다는 신기한 요소가 더 차지하는 부분이라지요. 전반적으로 서유기의 주인공 일행의 이런저런 대화라던가 혹은 그들이 만나는 인간들과 얽히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인데 이 부분들을 다시 읽다 보면 서유기가 단순히 요괴 이야기나 손오공의 활극 모험담이 아니라 주인공 일행의 대사에서 나오는 서유기의 또 다른 한 측면이랄지 당시 이 소설을 써 내려갔을 작자들이나 오승은이 가지고 있던 철학과 당시대의 풍자 정신과 더불어 그들의 유머 코드까지 엿볼 수 있고, 주인공들이 모험을 통해 갖는 감정과 신념 묘사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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