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의 여행』 2권 감상문입니다. 축약본인지라 원문의 세세한 부분을 읽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내용 자체가 재미있어 큰 불만은 없는 시리즈입니다. 거기다 읽기에도 부담 없이 인쇄되어 있는 점도 있어서 빨리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점도 있고요. 그래도 서유기를 읽으실 생각이라면 열 권짜리 번역본을 추천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많이 없고 대략적인 서유기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단 전권 황풍요괴를 영길보살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처리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 주인공들. 이번에 맞닥뜨린 것은 요괴가 아닌 손오공 일행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인데 『서유기』의 등장인물 중 사오정이 상당히 얌전하고 일행중에서 개념인이라는 사실은 그간의 리뷰에서도 제가 누누이 강조를 해왔고, 선함과 무능함을 동시에 내포한 삼장법사는 약하고 귀가 얇은 게 죄면 죄지 딱히 나서서 말썽을 부리는 타입은 아닙니다. 백마로 변신한 옥룡왕자는 종종 도움을 주긴 하지만 주인공으로 하기엔 약간 존재감은 없고요.
『서유기』 내에서 소위 '트릭스터'적인 매력을 가지는 건 손오공과 저팔계인데, 이 둘의 말썽으로 소설의 극적인 재미가 더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손오공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만회하고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면 저팔계는 사고뭉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수습은 언제나 손오공이 하게 되고요. 물론 저팔계의 민폐도 후반으로 들어서면 상당히 줄어들어 요괴와 충분히 맞먹는 투사의 이미지가 강해지긴 합니다만... 그리고 괄괄한 손오공의 성질도 후반으로 갈수록 많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오정은 얌전한 탓에 존재감이 둘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할 때는 하는 존재이며 이번 책에 실린 보상국 공주를 살려주려는 에피를 보면 머리가 잘 돌아가고 말솜씨도 제법 있다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사오정의 이 말빨은 나중에 손오공의 분노를 잠재울 때도 한번 활약하기도 합니다. 삼장법사는 민폐야 여전하지만 샌님에 불과한 성격도 후반으로 가면 조금 고집스러워지고 나름 성깔도 내기도 하는 등 변화하긴 합니다.
즉 『서유기』를 이끌어가고 『서유기』를 읽는 독자를 몰입시키는 요소는 이런 개성적인 인물들의 활약이라는 점이지요. 이런 점은 고전소설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면모를 지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축약된 버전이라 전개가 빠른데 보통 4권 중반쯤에 나왔을 오계국 황제 이야기가 끝에 등장합니다. 『서유기』는 단순 요괴와 싸우는 이야기만 아니라 요괴 때문에 곤란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구하느냐 중점이 되기도 하는 등 변화를 주는 에피소드도 많아 이야기가 금세 질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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