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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화가(禍家)』 감상문

by 01사금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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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소설들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단편집을 발견하여 읽은 뒤 팬이 되어서 마을 도서관에 있는 소설들은 전부 찾아 읽었습니다. 실은 이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은 것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된 것도 아닌데 작가의 소설 세계가 굉장히 제 취향이라 맘에 쏙 들었다고 할까요. 일단 잘 빠진 공포소설이라는 측면도 있었겠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독특한 장르라던가 참신한 결말, 그리고 일본 특유의 신앙이나 전통에서 따와 한국인의 입장에서 신기한 소재들이 많아 흥미가 끌리더군요. 아쉽게도 도서관에 미쓰다 신조의 소설 전부가 들어온 것은 아니므로 다른 흥미로운 책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얻게 되었고 그래서 소장하게 된 것이 작가의 집 시리즈인 『흉가』와 이번에 소장하게 된 『화가(禍家 : 재앙의 집)』 그리고 집 시리즈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나 역시 기이한 일이 출몰하는 집이란 소재를 토대로 전개되는 『괴담의 집』 이렇게 세 권입니다. 책의 마지막 역자 해설에 따른다면 우리나라에서 집 시리즈는 첫 번째가 『흉가』고 두 번째가 이번에 나온 『화가』인데 실제로 일본에서 발행 순서는 『화가』가 처음이고 『흉가』가 두 번째라고 설명이 나오더군요.

이번 『화가(禍家 : 재앙의 집)』 역시 전작인 『흉가』처럼 소년이 주인공으로 중학생인 무나카타 코타로가 교통사고로 불운하게 양친을 잃은 뒤 할머니와 함께 한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됩니다. 대개 낯선 곳으로 외지인이 이사를 온다면 보통 먼저 살던 주민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거나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있는 법이니 - 소설의 장르가 공포이다 보니 으레 전개가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건만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부모를 잃은 코타로를 신경 써주는 모양새라 읽는 이들의 기묘함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뭔가 불길함을 예고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코쿠보라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은 코타로에게 이층을 조심하라는 등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고 코타로 역시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등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미리 독자들에게도 불안한 경고장을 날립니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 세계는 재미있는 것이 소설을 자세히 읽다 보면 작가의 전작에 대한 암시라던가 다른 소설끼리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곳곳에 보이는데요. 예를 들면 작가의 대표작인 도조 겐야 시리즈가 다른 소설 『일곱 명의 술래잡기』에서 유명한 베스트셀러로 언급되기도 하는 등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꼬박꼬박 읽어본 사람이라면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화가'에서도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에 대한 암시가 언급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대개 소설의 공통점이라고 할지 일본 내의 전통 풍습일지도 모릅니다만 특정 가문의 특정 신앙이 소설 내에 일어난 사건에 중요 단서를 제공하는데, 다만 작가의 사상이라고 할지 이 특정 신앙은 인간들에게 유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극이나 참상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공통점이 있으며 심지어 몇몇 시리즈에선 이것을 광기에 가깝다는 설명하기도 하지요.

같은 집 시리즈인지라 전작인 『흉가』와 비슷한 구도도 보이는데 일단 낯선 마을이라고 하지만 후에 반전이 드러나 완전히 낯선 곳은 아니라는 게 밝혀집니다. 거기다 이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되어 적응을 잘 못하는 내성적인 소년과 그의 조력자로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전작인 주인공인 쇼타를 돕는 인물로 마을 토박이 소년 코헤이가 등장했듯이, 이번에는 레나라는 소녀가 적극적으로 주인공인 코타로를 돕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마냥 무력하게 공포에 질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조사를 하는 것도 비슷해요. 처음엔 이 레나라는 소녀가 너무 코타로에게 살갑게 구는 바람에 뭔가 뒤통수를 치는 것은 아닐까 했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반전은 다른 곳에 존재하는데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 독특한 점으로는 으레 공포 장르에서 여성을 연약하게 묘사하는 경우도 많으련만 오히려 그런 편견을 부수는 장면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코타로는 자신의 운명에 마치 저주처럼 다가온 끔찍한 상황을 자신의 기지와 레나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자기 인생에 불행을 만든 이에 대한 복수도 어느 정도 성공시킵니다. 오히려 저주나 주박에 가까운 관념은 주인공인 코타로가 아니라 코타로를 해코지하려던 인물에게 씌어 있던 셈이라고 할까요? 위협의 대상도 제거했겠다 막판에는 성장하여 새로운 가족도 생기게 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나 싶었건만은 작가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전작인 『흉가』에서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한 묘사로 또 다른 불길함을 예고하며 소설을 마무리 짓습니다. 이 불길함이 소설의 마지막 시리즈에서 해소될 사건의 예고인지 아니면 장르 소설 특유의 여운일지는 아직은 미스터리. 번역자 해설에 보면 잠깐이나마 두 편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으로 요시카와 키요시가 언급되는데 이 이름의 주인은 마지막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까요? 삼부작의 마지막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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