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우연히 읽고 그 작품 세계에 흥미가 생겨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책이 꽤 여러 권이 있어서 처음엔 뭘 빌려볼까 고민했습니다. 기왕 미쓰다 신조 시리즈로 장편소설을 읽게 되었으니 이번에도 미쓰다 신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어떤 소설은 반드시 미쓰다 신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상하권으로 된 『작자 미상』은 뒤표지에 미쓰다 신조 시리즈 두 번째라고 당당히 적혀 있어서 이게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의 다음 편인 것을 알고 두 권다 한 번에 빌려왔습니다. 상하권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줄만 알았건만 웬걸 금세 상권을 다 읽게 되었더군요. 왠지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다른 기담 소설인 『기담 수집가』라는 일본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로 되어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담 수집가』도 그렇고 이 『작자 미상』도 그렇고 한 괴담 혹은 기담을 듣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해석하여 주인공들이 수수께끼를 푸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발단이 되는 것은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가 어느 헌 책방에서 그 문제의 동인지인 '미궁초자'를 발견하고 이 잡지에 실린 괴담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주변에 기이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지, 친구인 아스카 신이치로와 함께 괴담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미궁초자'에 실린 괴담은 총 일곱 편으로 상권에서는 총 네 편이 실려있고 각각 종류가 다른 형태의 괴담들인지라 단편소설 읽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간 것도 있고요. 그리고 괴담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이기 때문에 저도 읽으면서 덩달아 '이 사건의 범인은 이놈 아닌가?' 하면서 해석을 내리기도 했는데 어떤 것은 주인공들의 해석에 근접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이라든가 사건에 쓰인 트릭까지는 정확하게 맞춘 것은 아니고 이 사건의 진범은 실은 이 녀석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은 그게 맞았다고 할까요?
특히 두 번째 괴담과 세 번째 괴담은 범인을 완벽하게 맞춘 것은 아니라도 거의 근접하게 추측을 해댔는지라 괜히 읽어나가면서 기뻤다고 할까요? 읽으면서 느낀 또 한 가지는 괴담의 주인공들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예를 들면 한 괴담은 젊은 여성의 시점인데 다른 괴담은 중년 남성의 시점 이렇게 변화하는데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같은 작가의 글이 아니라 다른 작가의 글을 읽어간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랄지 이런 점 때문에 장편소설임에도 단편집을 읽어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주인공 격인 미쓰다 신조는 본업이 미스터리 호러 소설가임에도 사건을 유발하는 트러블 메이커 역할을 주로 하고 있지 수수께끼를 푸는 탐정 역할은 오히려 친구인 아스카 신이치로가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보다 아스카 신이치로의 개성이 더 강해 보이는데 진 주인공은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쓰다 신조는 소설가라는 상상력을 요하는 입장 치고는 한 사건을 제외하면-이건 사건을 푸는 역할인 아스카 신이치로가 무언가에 씌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미쓰다 신조가 해결한 셈- 묘하게 틀린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고 맞는 해답은 거의 아스카가 내놓는 셈인데 유명한 탐정소설인 홈즈에 비유하자면 왓슨이 미쓰다 신조고 아스카 신이치로가 홈즈 역할을 맡는다고 할까요? 다른 소설인 '백사당' 편에서 보면 역시 의문을 푸는 역할을 아스카 신이치로가 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요. 그렇게 기묘한 사건과 목숨의 위협까지 겪어가며 괴담의 진실을 풀어나가던 주인공들은 이 책이 있던 헌 책방 '후루혼도'를 찾아가고 그 책방의 주인 가미치에게 진실을 추궁하다가 책에 관련된 인물들이 실종된 것처럼 그가 사라지는 사건을 직접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미스터리에 빠집니다. 다음 하권을 빨리 읽어서 수수께끼를 알아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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