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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 下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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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시리즈 『작자 미상』의 하권입니다. 상권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이 하권도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미쓰다 신조 시리즈는 처음엔 덤덤하게 첫 페이지를 열다가 금세 몰입해서 읽어내려가는 듯 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까지 읽은 세 권의 미쓰다 신조 시리즈(백사당,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 작자 미상) 중에서 이 '작자 미상'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좋아하는 괴담 류의 이야기가 각각 종류별로 실려 있고 거기다 추리 소설적인 형식을 끼얹어 그 괴담의 진실을 좀 더 현실적으로 파헤치는 이야기인지라 흥미가 안 갈 수가 없었다고 할까요. 다만 소설 속 사건의 발단이 된 동인지 '미궁초자'에 실려있는 괴담은 총 일곱 편이고 그 중 네 편은 상권에서 설명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 하권에서 실려있는 괴담은 세 가지뿐으로 분량 면으로는 좀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딱히 그럴 것도 없는 것이 이번 하권에 실린 괴담들 중 첫 번째 괴담 '슈자쿠의 괴물' 같은 경우는 이지메 주동자들에게 가차없는 응징을 하는 내용인지라 속 시원한 것도 있고 미스터리함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부분 등 지금까지 실린 괴담들 중에서 제일 몰입도가 컸다는 생각. 거기다 이 괴담의 반전까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했다고 할까요. 반면 첫 번째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다 보니 두 번째 이야기인 '시계탑의 수수께끼'는 좀 시들해졌는데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해설 부분도 좀 짤막한 부분이 있어요. 다만 여기서 혹시 진범이 00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아스카 신이치로의 해답에서 트릭까지는 맞추지 못했어도 범인을 정확하게 맞추는 바람에 또 엉뚱하게 읽다가도 의기양양해지는 구석이 있었는데 아스카 신이치로의 해설을 보면 나오지만 괴담 속에서 여러 가지 실마리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괴담 '목 저택'은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그 구도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류의 살인사건이 모티브이고 외진 곳에서 일어나는 참상은 앞의 슈자쿠의 괴물과 유사해서 좀 흥미가 덜해지지만 미궁초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암시하는 부분이라는 점과 소설 속의 결말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단원입니다. 다만 여기서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본 자체의 문제인지 몰라도 괴담 속 실마리를 알려주는 희생자들의 목과 이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진범을 암시하는 부분만 이름은 빼고 성만을 썼다고 하는데 다른 희생자들도 마찬가지로 이름은 빼고 성만으로 암시되었기에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희생자를 상징하는 '반으로 찢어진 '해당 책'과 000(성)의 머리) 읽으면서 좀 아리송했습니다. 내가 소설을 잘못 이해한 것인지 오류인지는 알 수 없군요.


그리고 이 마지막 괴담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면서 소설은 하나 아니 두 반전을 펼쳐놓는데요. 왠지 미쓰다 신조 시리즈의 주인공 미쓰다 신조는 자신이 미스터리에 접근하여 사건을 만들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들의 최종적인 범인으로 오해받는 경향이 좀 있단 것을 알았습니다. 전작인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에선 과거 일어난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받아 피해자에게 칼을 맞을 뻔하고, '백사당' 편에선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그와 다쓰미와의 어린 시절 만남에서 유발되었다는 점, 심지어 이 '작지 미상'에서는 미궁초자라는 기괴한 책의 소행이긴 했습니다만 마지막 사건의 진범이 그라고 오해를 받고 심지어 거기서 더 나아가 미궁초자라는 책 자체가 미쓰다 신조의 망상이라는 결론 즉 모든 것이 그의 환상이었나 싶더니 다시 그 결말을 뒤집어 굉장히 참신한 결말을 내놓습니다. 책의 말미 해설에는 메타픽션이라는 장르가 짧게 소개되어 있는데 실은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접해보지 못 해서 그런지 결말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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