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미쓰다 신조의 단편소설집을 우연히 접하고 나머지 장편소설들도 흥미가 생겨 하나둘 읽게 되었는데 처음 읽게 된 장편소설이 미쓰다 신조의 메타 픽션 중 하나인 『백사당』으로 묘하게도 주인공의 이름과 직업이 미쓰다 신조 작가와 같으므로 다른 소설들보다 읽을 때 정말 진실을 전해 듣는 것 마냥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간 소설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흥미가 생겨 다른 『미쓰다 신조』 시리즈를 찾아서 읽게 되었고요. 그런데 오늘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사관장』까지 다 읽고 나서 오히려 제가 처음 읽은 『백사당』이 미쓰다 신조 시리즈 중에서 가장 후반부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백사당』보다 『사관장』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순서가 좀 꼬인 감이 있어요. 이 『사관장』의 뒤표지에는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세 번째라고 적혀 있던데 실제로 이 『사관장』 편에선 미쓰다 신조가 한 번이라도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백사당』 편의 사건을 제공했던 다쓰미 - 햐쿠미 미노부로 그의 일인칭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되지요. 그리고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았을 때 『백사당』 편에서 미쓰다 신조를 비롯 동료 일행이 읽게 된 원고가 이 『사관장』의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만약 이 '사관장'까지 미쓰다 신조 시리즈에 포함시킨다면 전에 리뷰했던 『작자 미상』 시리즈가 상권과 하권으로 나누어졌듯이 이 『사관장』 편이 햐쿠미 가에 얽힌 요괴 마모우돈의 정체와 도도야마 산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상권, 그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로 먼저 읽은 『백사당』 편이 하권으로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사관장』 편을 먼저 읽고 『백사당』을 읽는 것이 『백사당』의 내용을 추리하는데 더 빠르단 것. 그리고 햐쿠미 가의 미스터리에 대해 이 『사관장』 편에서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되는 것이 있고 『백사당』 편에서 다쓰미의 원고를 보면서 관련 의문점을 추리하여 풀어나가는데 내용 추론이 더 빨라진다는 이점이 있을 거거든요.
다만 요괴 '마모우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주인공인 다쓰미가 그것을 목격하여 공포에 질리고 그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다미 할멈도 말을 하지 않음으로 이 '사관장' 편에선 상당히 미스터리하게 남습니다. 이 소설 전반에선 이 마모우돈의 정체가 다만 햐쿠미 가에 얽힌 무언가 원한 서린 존재라는 추측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이것의 정체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은 다음 '백사당' 편으로 바로 햐쿠미 가에서 그동안 농락해 온 여성들의 원한이 쌓여 만든 존재라는 것이 드러나는데요. '백사당' 편을 먼저 읽은 셈이라 다쓰미를 직접 괴롭힌 마모우돈의 정체, 새어머니 친척 조카이자 후에 부인이 되는 미와코라고 착각한 것도 실은 장례식 도중에 사라진 새어머니 시체가 요괴화 된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요. 그리고 햐쿠미가가 뱀신을 모신다는 언급이 왜 나오나 했는데 햐쿠미 가 남자들이 성욕을 주체못해 여자들을 괴롭힌 것이나 미와코라고 착각한 마모우돈과 관계를 맺는 다쓰미가 스스로를 뱀과 같이 되었다는 심정 묘사를 보았을 때 으레 신화나 전설에서 뱀을 성적인 상징물로 여겼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런 쪽으로 관련성을 띄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소설 중반 중반 다쓰미가 어린 시절 기억이 끊기는 부분들은 바로 도도야마산의 영향으로 어릴 적 친구인 미쓰다와 마주쳐 영혼이 섞인 - 완전히 뒤바뀌었다기 보단 이 상태에 가까운 - 탓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요. 다만 미쓰다의 존재 자체는 얼굴이 뽀얀 전학생인데 맘이 잘 통했다던가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듯 넘어가는데 '백사당' 편에선 이것조차 일종의 트릭이었고 훗날 다쓰미와 미쓰다가 만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음 '백사당' 편의 결말을 본다면 주인공인 미쓰다 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 친구인 고스케나 신이치로는 물론 심지어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에서부터 얼굴을 간간히 비추며 미쓰다에게 번번히 호의를 보이는 듯한 편집부 동료 여성인 야스요까지 생각지도 못한 파국을 맞이하면서 상당히 암울한 결말로 치닫던데 그렇다면 미쓰다 신조 시리즈는 이렇게 끝이려나 싶더군요. 속표지에 소개된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도 일단 제가 읽게 된 것 한정인 것을 본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시리즈였는데 말이죠, 좀 아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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