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전체 글289

[괴담 : 열 줄 소설] 14. 고양이 14. 고양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유리는 골목 저편에서 야옹- 하며 앙증맞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알았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이 마을에는 생각보다 고양이가 많았고 유리는 혹시 오늘 아침 출근하다 마주친 예쁜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녀석 털이 보송보송하고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 고양이가 그런 건 왠지 드문 느낌이라 유리는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이내 골목 저편에서 야옹- 하며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다시 들렸지만, 유리는 선뜻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가는 걸 망설였다. 일단 소리가 들리는 골목 저편은 가로등의 불빛이 미치지 않아 어두컴컴한 곳이었고, 아까부터 다시 들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살아있는 존재가.. 2025. 9. 7.
[괴담 : 열 줄 소설] 13. 꿈이 보내는 경고음 13. 꿈이 보내는 경고음 그르륵- 기괴한 소리가 귀 가까이에서 울리자 침대 위에 늘어져 있던 성하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잘못 들었겠거니 싶어 다시 잠을 청하려던 성하는 곧이어 가아악거리며 사람, 아니 귀신이 내지르는 비명 같은 소음이 이어지는 걸 깨달았다. 마치 공포영화를 연상케 하는 기괴하고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자꾸만 성하의 귀에 들려오는 것이다. 혹시 이건 가위인 건가?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성하는 깊이 잠들어있었지만, 지금은 기괴한 소리에 정신이 약간 들어 이젠 잠을 자는 듯 마는 듯 비몽사몽 했다. 거기다 온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땀이 흥건했고, 귀신의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오싹한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춥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 2025. 9. 6.
[괴담 : 열 줄 소설] 12. 도플갱어 12. 도플갱어 하늘 저편으로 해가 떨어진 지 몇 시간이 지났고 이제 땅거미가 지상에 가득 내려앉았을 무렵, 막 집으로 향하던 은영은 아파트 입구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분명 은영과 같은 교복을 입고, 매고 있던 가방마저 똑같은 여자아이가 그를 빤히 보더니 먼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얼굴은 어두워서 미처 보지 못했지만, 그 머리 모양마저 은영과 너무 똑같았고 그는 순간 기묘하게 섬뜩한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문득 인터넷으로 본 적 있던 도플갱어 괴담을 떠올린 은영은 겁에 질린 나머지 집으로 들어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아파트의 놀이터에 서서 어쩔 줄 몰랐다. 분명히 집에는 엄마가 와 있을 것이고, 먼저 들어간 그것이 엄마랑 마주친다면? 지금 집의 베란다에선 은.. 2025. 9. 5.
[괴담 : 열 줄 소설] 11. 휘파람 소리 11. 휘파람 소리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더운 여름날 밤, 창문을 열고 멍하니 밖을 바라보던 진희는 어린 시절 들었던 그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고 뭔 바람이 든 건지 컴컴한 창 밖을 향해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화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창문 바깥에서 휘익-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진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혹시 가족 중에 누가 밖에 나가 있다가 진희의 장난에 답하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는 동생은 자기 방에 들어가 잠든 지 오래고, 부모님이 있는 안방에서는 간간이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영상의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거기다 작은 마당에는 사람이 몸을 숨길만 한 장소도 없고, 아까의 휘파람 소리를 제외하면 어떤 사람의 기척도 느껴지.. 2025. 9. 4.
[괴담 : 열 줄 소설] 10. 도깨비 장난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블로그에 올려봅니다.10. 도깨비 장난 지나가면서 들은 말이지만, 동네 할머니들 말로는 옛적부터 이 근방에선 어린 도깨비가 장난을 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건 할머니들이 으레 하는 옛날이야기 같지만, 꽤 설득력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 마치 어린애가 어른을 놀리려고 한 것처럼 대수롭지 않으나 신경을 거스르는 소동이 종종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오늘도 나는 내가 겪은 일이 도깨비의 장난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사소하지만 제때 필요한 물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일.. 2025. 9. 3.
[괴담 : 열 줄 소설] 09. 누가 진짜?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블로그에 올려봅니다.09. 누가 진짜? 희숙은 오늘은 친구들이랑 있을 거니 학원이 끝나도 굳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는 딸의 말에 조금 망설였다. 지금이 그렇게 늦은 시간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해는 떨어져 땅거미가 드리웠고 요새 마을에선 흉흉한 사건이 제법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심정으로 막 밖으로 나서려던 희숙은 베란다 쪽 아래 놀이터에서 아주 익숙한 교복 차림새의 여학생이 서 있는 걸 보았고, 곧 그게 딸임을 확신했다. 희숙이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창가로 다가가자, 딸은 희숙을 바로 알.. 2025. 9. 2.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