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국지의 책사들』 감상문

by 01사금 2025. 3. 27.
728x90

이 『삼국지의 책사들』은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빌려온 책인데 제목 그대로 『삼국지』의 세 수장 조조, 유비, 손권을 보좌한 다양한 책사들을 평하는 책으로, 조금 아쉬운 점을 먼저 지적하자면 정사보다는 연의의 기록에 더 치중한 점이 간간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비 측의 인물들이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여포의 책사 진궁이나 원소의 책사 저수 같은 경우는 내용의 상당수가 연의에서 기대고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위나라나 오나라 측 인물보다 기록이 적은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인물 한 사람의 평이 끝날 때마다 보라색 페이지로 부록이 딸려 있는데 오히려 그쪽의 글이 더 정사에 가까운 면이 있지 않나 싶네요. 


반면에 위나라 측 인물이나 오나라측 인물은 정사의 기록을 많이 참조하고 있고요. 특히 오나라 쪽 인물들은 오히려 연의에 의해 가려진 모습들을 재발굴할 수 있는데 특히 노숙의 참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편입니다. 조조와 맞서기 위해 유비 측과 손권측이 계속 알력다툼이 있는 것을 어떻게든 중재한 인물인데, 이 인물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손오간의 동맹이 파토나고 결국 조조 측 정확하게는 조조의 토대를 이어받은 진나라에만 유리한 결과가 되었다고요. 다만 연의에서 사람이 좋게만 그려지는 이유는 원래 노숙이 유능하면서도 인간미를 갖추고 진솔한 타입이라 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또 재미난 점은 장소와 손권의 이야기로 연의에선 적벽대전 당시 항복을 주장하여 이미지를 구기지만은 실로 강직한 인물이었다는 장소는 항상 손권에게 바른 말만 하다가 결국 손권의 감정을 터뜨리게까지 하는데, 이 이야기가 참 재미있더군요. 장소와 손권의 사이는 어딘가 유사 부자관계라고까지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친근한 의미가 아니라 반항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보면 속을 태우는 아버지처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이미지지만 결국 손권이 먼저 장소에게 화해를 청하게 되니까요. 연의에선 생략된 오나라 쪽 이야기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히더군요.


역시 책을 다 읽고 나면 역시 성공적으로 삶을 산 2인자들은 위나라 측에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물론 그들이 보좌한 조 씨의 천하는 사마씨에게 빼앗기긴 합니다만 일단 위나라가 가장 안정되었고 책사들 중에서도 안정된 삶을 살다가 간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촉나라 같은 경우는 책에 기록된 인물이 제갈량, 관우, 법정 정도의 세 사람뿐인데 이들의 결말은 과로사나 전사, 요절과 같은 결말이고 오나라 같은 경우는 거의 요절이니까요. 반면 진나라의 토대를 마련한 사마의가 이인자 중의 한 사람에 포함된 걸 보면 가장 성공적으로 산 사람은 결국 사마의인가 싶기도 하더군요. 이인자였던 사람이 결국 일인자가 된 현실이니... 물론 이 점이 사마의에 대한 평가가 갈리게 된 원인을 제공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