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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경영학』 감상문

by 01사금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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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삼국지연의』를 소재로 한 자기 계발서 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삼국지연의』를 소재로 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읽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도 순전 『삼국지』가 제목에 들어가서 빌려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은 『삼국지』 속의 조조, 유비, 손권의 새로운 일화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빌려온 셈입니다. 생각보다 딱히 새로운 이야기는 못 보았는데, 조조는 유능함과 비정함을 둘 다 갖추고 인재를 아끼는 인물로 설명이 되어있고, 손권은 흔히 붙여지던 '수성'의 대가로 설명이 되더군요. 


하지만 유비에 한해서는 뭔가 더 진솔한 이미지로 설명이 되던데, 보통 다른 서적에서 유비는 이중적, 흑심을 안에 품은 후흑의 본좌라는 식으로 설명이 더 많이 나오는 반해 이 책은 순전히 인간미를 갖추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닌 리더라는 식으로 설명이 되더군요. 다른 책에 비하면 유비에 대한 이런 평가가 꽤 새롭게 느껴지더군요. 제가 읽은 다른 책에서는 유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던데, 물론 유비도 정치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야망을 갖추고 나름 계획을 세워서 움직인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 없었다면 그 난세에 살아남기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제가 본 서적에서처럼 유비가 다른 사람을 도구로 보고 그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선량한 얼굴을 가면으로 내세웠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비를 거의 소시오패스 수준으로 설명하는 책을 며칠 전에 읽었기 때문에 읽고나서도 좀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분명 그 난세에 유비에게 사람들이 끌렸던 것은 사실이며 그것은 유비에게 분명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고-유비는 학살이나 약탈을 하지 않았던 보기 드문 군벌이기도 했고- 거기에다 분명 의지할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따랐던 거지 만약 진짜 유비가 그런 소시오패스라면 사람들이 이용당했단 걸 깨닫고 알아서 나가떨어졌겠지요. 그리고 흔히 사람들이 간과하는 유비가 거의 밑바닥에서 올라온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초점을 맞추고 있더군요.


보통 조조를 띄워주려고 유비를 사정없이 깎아내리려는 책들을 종종 접해서인지 모르지만 이 책은 그나마 조조와 유비 둘 다 장점이 있는데 그 장점의 종류가 각기 달랐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삼국지』 인물 중 흔히 사람들이 크게 인식을 못하는 손권의 비중도 제법 큰데, 손권도 리더로서의 능력은 충분했으나 말년의 실정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을 하더군요. 거기에다 현실의 기업에서 창업자들이 벌이는 실수와 비교하면서요. 결국 세 군주들 중 가장 말년이 좋았던 사람은 조조였다는 생각이...


외에도 책에선 현실의 기업들의 사례를 들면서, 비교도 하고 설명도 해주고 있지만... 애초에 제가 창업이나 기업이니 이런 쪽은 관심이 없는데다 『삼국지』 네임드에 더 끌려서 본 책이라 그쪽 설명이 나오면 그냥 페이지를 휙휙 넘겨버린 것은 고백해야겠습니다. 근데 이런 책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치미는 반감(?) 같은 거라고 할까요. 애초에 계발서니 경영이니 좋아하지 않는 경향도 있고, 창업을 시도한다고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잘못만으로 돌리기에도 실패는 복잡한 일인지라 이런 책을 읽는다고 과연 영향을 받겠나 싶기도 하고요. 다만 『삼국지』 이야기는 재미있단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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