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7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29.
728x90

전권인 6권에서 우마왕으로 변신한 손오공이 나찰녀를 속여 파초선을 빼앗고 우마왕이 그것을 알아챈 뒤 그뒤를 쫓는 것으로 끝났었어요. 이번 7권은 우마왕이 역으로 손오공을 속이기 위해 손오공의 사제인 저팔계로 변신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마왕이 요괴시절하던 소싯적에 저팔계와 사오정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옵니다. 어쩌면 삼장을 빼고 나머지 세 제자는 전부 우마왕과 안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마왕과 손오공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저팔계가 가세한 뒤, 토지신이 저승병사들까지 끌어들여 일행을 지원하자 옥면공주도 졸개요괴들을 불러 우마왕을 돕지요. 손오공 일행이 옥면공주 집의 대문을 부수고 쳐들어가면서 다시 싸움이 시작되고, 우마왕과 손오공이 서로 변신술을 부리며 접전하는 사이에 저팔계를 비롯 토지신과 저승병사들이 옥면공주의 저택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여기서  옥면공주는 저팔계 손에 죽는데 여기선 특이하게도 그 정체가 줄머리 사향 삵의 정령이라고 나옵니다. 문학과 지성사판에서는 너구리라고 언급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반면 드라마 버전에선 구미호였고요.

우마왕과 손오공이 변신술로 싸우면서 결판이 나지 않자, 하늘의 신들과 불교 신령인 금두게체를 비롯, 육정육갑과 열여덟 가람까지 지원을 옵니다. 거기에다가 저팔계와 토지신, 저승병사들까지 가세하고 아무래도 쪽수에 밀린 우마왕이 사방으로 도망을 치는데 북쪽에선 오대산 벽마암의 발법금강이 나타나 막아서고, 남쪽으로 도망가자 아미산 청량동의 승지금강이, 동쪽으로 달아나자 수미산 마이애의 비로사문 대력금강이 나타나 막고, 서쪽에서는 곤륜산 금하령의 불괴존왕영주금강이 나타나 천라지망을 폅니다. 거기에다가 나타태자와 탁탑이천왕이 하늘장수인 어두약의와 거령신장을 거느리고 나타나 가세하는데 이건 무슨 내용의 중반부분에 생겨난 최종보스전인 셈. 하늘과 불교의 신들에게 쫓겨서 밀린다지만 결판이 안나는 상황이라 손오공이 고민을 하자 나타태자가 참요검을 이용해서 우마왕의 머리를 열번 베어버립니다. 그런데도 우마왕의 머리가 솟아나자 이번에 화륜을 이용하여 뿔에 불을 붙이고 조요경으로 본체를 붙들어매자 우마왕은 결국 불가에 귀의하겠다면서 항복합니다.

아무래도 일대 다수다보니 밀릴 수 밖에 없었지만 손오공이 지원을 요청한 것도 아니라 신들이 손오공이 위험할 걸 알아서 찾아온 것이고 우마왕은 특수한 아이템을 사용한 것도 아니요, 특별한 술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라 자신만의 힘과 도력으로 손오공을 비롯, 하늘의 신장들과 불교의 호법신들과 싸운 셈입니다. 손오공과의 과거지사를 비롯하여 이런 점으로도 우마왕의 존재감이 상당한 셈. 아무래도 나타태자가 부처의 명을 받아 도우러 온것이고 우마왕도 불가에 귀의하겠다고 했으니, 이미 선재동자가 된 아들 홍해아나 후에 정과를 얻은 나찰녀완 다시 만날 가능성도 높을 듯 해요. 우마왕이 끌려가고 나찰녀의 파초선을 빌려 손오공은 화염산의 불길을 완전히 꺼뜨리는데, 한번 한 약속은 지킨다고 빌려쓴 파초선을 고대로 나찰녀에게 돌려줍니다. 소설 속의 나찰녀와 드라마 속 나찰녀의 이미지도 약간은 달라서 드라마의 나찰녀는 집을 나간 아들과 변심한 남편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고 홍해아의 이야기를 삼장에게 듣게 되면서 맘을 고쳐먹고 스스로 정과에 귀의하는 것으로 나오지요.

이 우마왕 이야기가 끝나면 제새국의 보물을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만성용왕의 부마인 구두충이 제새국의 보탑 속 보배인 사리를 훔쳐가면서 그 누명을 승려들이 뒤집어씁니다. 하늘의 신이 그들에게 동쪽에서 온 성승 일행이 누명을 벗길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손오공 일행을 보자마자 자신들의 사정을 털어놓고, 손오공은 삼장과 보탑을 청소하면서 일을 꾸민 요괴의 졸개들을 잡습니다. 제새국은 불교를 숭상하는 나라라 그런지 주인공들이 꽤나 대접을 받는데요. 사고의 근원인 구두부마의 장인 만성용왕은 전편의 우마왕과 연회를 벌인 용왕이고, 이 만성용왕 일가를 급습하는데 지나가던 현성이랑군과 그의 매산 육형제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구두충은 이랑신의 사냥개에게 머리하나를 물어뜯긴 채 도망가버리고 자업자득이지만 불운하게도 용왕의 일가는 아내 하나만을 남기고 전멸, 끌려온 뒤 보탑의 보물을 지키는 일을 맡게 됩니다. 승려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저번 거지국편에서도 그렇지만 거기선 그저 사람들이 감사해했다는 정도로만 언급이 된데 반해 여기서의 승려들은 손오공 일행이 고마운 나머지 서천까지 모시겠다면 따라오려고 합니다. 그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손오공이 가짜 호랑이를 만들어 쫓아내자 승려들은 '은혜를 베풀어준 의로운 나리들과 더 인연이 없어 자신들의 제도가 불가능하다'며 통곡하면서 끝나지요.

제새국 이야기가 끝나면 형극령이란 골짜기에서 나무정령들에게 붙들린 삼장이 시를 논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용도 짧고 여기에 나오는 이름들이 거의 중국식 말장난이라 주석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형극령 이야기가 끝나면 황미대왕이 나오는데 이 황미대왕도 독특한 요괴인지라 단순 삼장을 잡아먹기 위해 덫을 놓은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납니다. 부처를 흉내내며 뇌음사를 카피한 소뇌음사란 절로 삼장일행을 끌어들이는데 삼장과 저팔계, 사오정은 진짜 뇌음사에 도달했다고 여기지만 오공 혼자만이 요괴의 덫임을 깨닫습니다. 오공은 요괴가 던진 금바라 안에 갇히고 삼장일행은 잡혀가는데 이때 삼장을 호위하던 금두게체가 하늘에 지원을 요청 이십팔수 별자리들이 내려와 손오공을 구해내려 합니다. 바라가 열리지 않자 항금룡이 자기 뿔을 겨우 밀어넣고 그 뿔에 작은 구멍을 내어 그 속에 들어가 나오는 방식으로 빠져나온 손오공은 바라가 깨지는 소리를 듣고 나온 황미대왕과 한판 붙게 됩니다. 여기서 황미대왕의 속내가 드러나는데 황미대왕은 손오공의 이름을 일찍이 듣고 겨루고 싶다는 생각과 삼장일행의 임무를 대신하여 자신이 공과를 얻고 싶다고 밝히지요. 황미대왕은 독각시대왕과 육이미후를 적절하게 섞은 느낌이 난달까요?

황미대왕의 후천대란 보물에 이십팔수와 오방게체, 가람신들이 빨려들어가고, 손오공은 남섬부주 무당산의 탕마천존 북방진무를 찾아가 거북과 뱀 두 장군과 다섯 신룡의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후천대에 빨려들어가고 낙담한 손오공에게 일치공조가 남섬부주 우이산 빈성의 국사왕보살이 있다고 이야기하여 그의 제자 소장태자와 네 장수의 도움을 얻지만 그들 역시 후천대에 빨려들어가고 말지요. 낙담해하는 손오공 앞에 미륵불이 나타나 요괴의 정체가 자신을 모시던 하인 황미동자라는 게 밝혀지고 미륵불과 계획을 세워 참외밭으로 황미대왕을 유인하여 제압합니다. 황미대왕편은 이야기도 짧은 편이고 특수한 도구로 지원군을 제압하는 이야기는 이미 독각시대왕편에서 써먹은지라 내용이 평범해보이지만 등장인물의 숫자는 우마왕 편에 이어 최다일 듯 합니다. 이 황미대왕 편이 끝나면 타라장이란 마을의 붉은 구렁이를 손오공 일행이 잡아주고 마을 앞 칠절산의 감들이 쌓여 썩은 더러운 길도 청소해주는데요. 서량녀국편에서 낙태천의 물을 마시고 똥오줌을 싸거나 거대한 돼지로 변신해 오물길을 뚫는 등, 보면 서유기내에서 지저분한 일은 저팔계가 도맡는 것도 있어요. 개그캐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주자국 이야기입니다. 보통 소설 속에서 삼장은 잘생겼다고 으레 언급되는데 반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못생겨도 너무 못생겨서 사람들이 놀라거나 놀리는 일이 왕왕 있고 이번 주자국 에피소드에서 마찬가지에요. 삼장이 주자국 왕에게 통행증명서를 얻으러 간 사이 회동관에서 밥을 짓던 손오공은 저팔계를 골려주기 위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끌고 나가는 일이 생기는데 보면 손오공 일행은 제물로 사례받는 것은 거절하지만 틈틈이 시주로 돈을 모은 것으로 보여요. 거기다 평소 행각때문인지 사오정은 손오공이 저팔계를 골려주려고 저런다는 것도 금새 눈치채고요. 손오공은 저팔계에게 기다리라고 한 사이 주자국왕의 병을 고칠 의원을 찾는다는 방문을 떼어내서 저팔계 품 안에 넣어 달아나고 관리들은 멋대로 왕의 방문을 뗐다고 저팔계를 끌고 가려합니다. 결국 이 일로 손오공 일행이 주자국왕의 병세를 고치게 되는데, 여기서 쓰이는 약초 중 하나가 백마의 오줌이에요; 그런데 백마는 본래 용인지라 용의 오줌만으로도 물고기는 용이 되고 풀은 영지가 된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주자국왕의 병을 고쳐준 손오공은 주자국왕의 병이 부인을 잃은 때문이며, 삼년 전 왕의 세 명의 왕비 중 금성궁이란 부인이 기린산 해치동의 새태세란 요괴에게 붙들려간 것을 알고 그를 구하러 떠나는데요. 그 와중에 왕국에서 서신을 전하던 졸개요괴인 유래유거를 해치워 그 모습으로 분장한뒤 요괴 소굴로 들어갑니다. 새태세에겐 주자국이 전쟁을 준비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금성궁을 만나는데 금성궁은 요괴에게 붙들리며 사는 와중에도 하급요괴가 무례하다고 화를 낼 여력은 있더군요; 정체와 목적을 드러낸 손오공은 요괴가 지닌 보물인 불과 연기,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세개의 금방울에 대해 듣고, 그를 속이기 위해 협조를 부탁합니다. 유래유거로 변신한 손오공은 새태세요괴에게 주자국왕이 맘을 바꾸고 다른 왕비를 들였다는 거짓말로 금성궁의 맘을 돌렸다고 둘러대고, 금성궁은 금성궁대로 애교를 부리며 요괴에게서 방울을 얻어냅니다. 하지만 금방울을 훔치던 손오공의 실수로 소굴에 불이 나면서 정체가 발각되고 손오공이 간발의 차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이번 7권이 마무리되지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