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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8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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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권이 주자국의 금성왕후를 구하기 위해 요괴소굴로 들어간 오공이 요괴의 보물인 자금령을 훔치려다 실수로 불을 질러 들키는 부분에서 끝났습니다. 뭐, 이런 사고가 생긴다고 해도 손오공은 72가지 변신술을 쓸 줄 알기 때문에 도망치는 것도 어렵지 않아서 이번에는 파리로 변신하여 몸을 숨기지요. 금성궁은 도망치긴 글렀다고 생각하며 자기 운명을 슬퍼하는데 이때 파리로 변신한 손오공이 위로하며 빠져나갈 방법이 있음을 알려주자 초반에 오만했던 그녀도 손오공을 신승이라 부르며 감복합니다. 금성궁은 오공이 일러준대로 교태를 부리며 요괴왕에게 술을 먹이고, 시녀요괴로 변신한 오공은 자신의 털로 빈대와 이, 벼룩을 만들어 요괴를 물어뜯게 하자 요괴는 가려워하며 옷과 보물을 몸에서 떨어뜨리는데 여기서 금성궁 앞에서 추태를 보였다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볼만합니다. 이를 잡아준다는 핑계로 보물을 가짜와 바꿔치기 한 오공은 밖으로 나가 싸움을 걸고 요괴왕은 가짜 자금령을 가지고 술법을 쓰려 하는데 당연히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웃기는 대사가 나오는 것이 '내 보물은 숫놈이라 암놈(오공이 가진 진짜 보물)을 만나니 마누라가 무서워 술법이 안나온다고 중얼거리는 것. 오공이 보물의 힘으로 요괴를 제압하는 순간 관음보살이 나타나 요괴가 실은 자신을 태우던 금모후(금빛털의 개와 비슷한 상상의 동물)란 것을 밝히며 주자국 왕이 과거 공작대명왕보살이 낳은 두 마리 공작 중 수놈을 쏴죽인 탓에 업보가 쌓여 금모후가 그리 한 것이라 밝힙니다. 여기서 또 재미난 장면은 관음보살이 요괴를 거두어가는데 손오공이 자금령을 몰래 감추고 날름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내놓지 않으면 긴고아주를 외겠다고 으름장을 놓지요. 금성궁은 무사히 왕궁으로 돌아가는데 그동안 자양진인이란 신선이 왕비가 요괴에게 겁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종려나무로 된 옷을 그녀에게 입혀 몸을 건들면 가시가 돋게 했다고 나옵니다. 좀 찜찜한 이야기지만 전권에서 이것때문에 욕구불만이 쌓인 요괴왕이 다른 궁녀들을 잡아가서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주자국 이야기가 끝나면 반사동의 거미요괴들이 등장하는데요. 반사동에 들어선 일행이 민가가 보이자 안전하다 생각하고 그동안 제자들을 의지만 해온 삼장이 이번엔 혼자 시주를 얻겠다며 고집을 부렸다가 거미요괴들이 사는 집인줄도 모르고 들어가서 붙들리게 됩니다. 여기서 요괴들이 삼장에게 사람고기로 된 음식 대접하려는데 이 요리묘사가 상당히 고어적인 부분이 있고 이런 살벌한 묘사는 후에 사타동 요괴동굴에서 요괴들이 미리 사냥해온 사람잡는 묘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요괴들에게 삼장이 붙들린 건 안 오공은 토지신을 불러 요괴의 정체를 파악한 뒤 요괴들이 탁구천이란 온천에서 몸을 씻을 때 그녀들이 그래도 여자란 이유로 봐준다며 매로 변신하여 옷들을 채가는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팔계는 뿌리를 온전히 뽑아야 한다는 핑계로 발가벗은 채 물에 갇힌 요괴들 사이에 들어가 메기로 변신한 뒤 그녀들 다리 사이를 오가는 등 성추행을 저지릅니다.

그래놓고 막판에는 요괴들을 죽이려고 쇠스랑을 꺼내는데 결국 빡친 요괴들이 본색을 드러내어 팔계를 거미줄로 잡아가두고 원래는 잡아먹으려다가 수양아들 삼은 곤충요괴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황화관으로 도주하고 오공일행은 아들요괴들을 쓰러뜨린 뒤 삼장을 구해내지요. 황화관의 주인인 다목괴 백안마군은 원래 도사로써 지나가는 행각승인 삼장일행을 처음에는 잘 대접합니다. 게다가 이때까지는 삼장의 고기에 눈독들이는 것도 없었고요. 하지만 의남매인 일곱 여자 거미요괴가 자신들이 겪은 곤욕을 다 털어놓자 복수를 결심하고 독인 든 차를 건내주는데 유일하게 눈치 빠른 오공만이 마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미요괴들과 함께 오공과 싸우게 되는데, 오공은 처음엔 봐줬을지 몰라도 삼장과 사제들이 당한 이상 거미요괴들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정확하겐 여동생들과 일행을 바꾸자고 오공이 건의하지만 요괴가 무시했고 결국 오공이 눈앞에서 여동생들을 때려죽이는데 처음엔 무시하던 도사가 이걸 보고 빡쳐서 오공과 싸우게 되지요. 도사의 정체는 지네요괴로 겨드랑이에 천개의 눈이 있어 이걸로 황금색 진을 쳐서 오공을 가두고 공격합니다. 변신술을 써서 겨우 빠져나온 오공은 서러워서 우는데, 그때 여산노모가 백안마군의 독에 남편을 잃고 슬퍼하던 여인으로 분장한 뒤 백안마군의 정체와 그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천화동의 비람파보살 뿐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비람파 보살은 비파요괴 때 도와준 이십팔수 묘일성관의 어머니인 암탉으로 닭과 지네는 상극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요괴를 자수바늘 하나(묘일성관이 태양의 눈에서 제련했다고 하는 것)로 제압합니다. 그리고 독에 중독된 삼장일행에게 단약을 먹여 목숨을 구한뒤 요괴를 문지기로 쓰겠다며 데려가지요.

반사동과 황화관 에피가 끝나면 다음은 사타동의 세요괴 마왕과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태백금성이 겁먹은 노인으로 분장하여 손오공에게 경고를 해주고, 손오공은 졸개요괴로 분장하여 손오공의 위험성을 크게 과장하여 떠벌린 뒤 요괴군사들을 흩어버리는 등 기지를 발휘합니다. 손오공이 첫째 푸른 사자요괴의 뱃속에 들어가자 저팔계는 틀렸다고 생각하여 오정과 짐을 나눠 돌아가자고 하는 동안, 요괴가 오공을 토해내려고 술을 마시자 도리어 그것을 몽땅 삼켜버린 오공은 술에 취한 나머지 요괴의 뱃속에서 난리를 칩니다. 끝내 첫째요괴를 굴복시키지만 이번엔 둘째요괴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오공에게 싸움을 겁니다. 하지만 둘째요괴인 하얀코끼리 요괴도 어이없게 오공에게 패퇴하지요. 결국 이 두 요괴가 오공에게 굴복하여 삼장을 가마에 태우고 가겠다고 약조하지만 셋째 요괴는 다시 삼장을 낚아채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셋째요괴는 본디 두요괴와 형제가 아니라 사타국을 멸망시킨 대붕으로 삼장을 잡아먹기 위해 사타동의 두 마왕과 잠시 의형제를 맺은 건데, 이번 사타동 편이 재밌는 점은 셋째요괴의 기운을 느낀 오공이 두려움에 질리는 심리묘사가 묘사된다거나 오공의 근두운이 셋째요괴에게 따라잡히는 상황마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일행이 잡히고 다시 빠져나가다가 오공을 제외한 인물들이 도로 잡히고 요괴들이 삼장은 이미 잡아먹혔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충격을 먹은 오공은 영취산으로 가서 여래 앞에서 난리를 칩니다. 여래는 요괴의 정체를 오공에게 일러준 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과 함께 요괴들을 제압합니다. 보통 여래가 나타나서 요괴를 제압할 정도면 그 힘이 손오공과 동급이거나(예 : 육이미후) 그 이상이라는 점이지요. 이번 사타동 편에서 개그씬이 많아서 포스가 부족할 뿐 대붕은 손오공을 공포에 질리게 한 유일한 존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은 요괴의 술법이나 무기에 막혀 당황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손오공이 겁을 먹은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사타동 요괴편이 끝나면 비구국의 국구 요괴에게서 어린 아이들을 구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구요괴는 남극성[남극수성]의 흰사슴으로 주인이 동화제군과 바둑을 두는 동안 몰래 빠져나온 것. 자신의 딸(얼굴이 하얀 여우요괴)을 비구국 국왕에 바쳐 그를 미혹시킨 뒤 불로장생의 약을 만들려면 어린 남자아이 천백열한명의 심장이 필요하다고 꼬드겼는데,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삼장 덕에 오공이 신들에게 아이들을 숨기게 합니다. 요괴가 사라진 아이들 대신 삼장의 심장을 취하려 하자 삼장으로 변신한 오공이 직접 그앞을 찾아가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요. 오공의 급습을 받은 요괴가 도망치자 오공은 팔계와 함께 요괴의 소굴을 공격하고 본래 주인인 남극성이 나타나 요괴를 본모습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요괴딸은 저팔계 손에 끔살당하는데 요괴도 인정이 있는지라 자기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비구국편이 끝나면 다시 길을 떠난 삼장일행이 검은 소나무 숲에서 요괴와 맞닥뜨리는데요. 바로 함공상 무저동의 쥐요괴입니다. 삼장을 취하려던 이 요괴는 서유기 내의 흔한 방식인 도적에 끌려왔다가 나무에 묶여 버려진 여인으로 변신하여 삼장에게 구원을 요청하는데 이번엔 오공이 요괴라고 설득하자 그동안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순순히 말을 들으려 합니다. 여기서 웃기는 이야기가 오공이 요괴의 방식은 자기도 소싯적에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써먹은 방법이라고 하자 저팔계가 말은 저렇게 하면서 여자랑 낯뜨거운 짓을 몰래 하려는 속셈이라고 모함하는데요. 이거 나중에 9권 한장면의 복선이려나요? 그동안의 경험으로 삼장도 오공의 말을 순순히 듣나 싶더니 결국 동정심에 넘어가 요괴를 풀어주고 근처 절에 도착합니다. 웃긴 장면은 끝까지 빠지지 않는데 삼장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던 절의 승려들이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기겁하여 도망가자 오공은 자신들이 못생겨서 저런 것이라도 담담해하는 반면, 저팔계는 자신들이 못생기고 싶어서 못생겼나며 매우 억울해하지요. 아직은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채 8권이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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