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지난 4권 마지막에는 우마왕의 아들 홍해아가 나타나 삼장을 채가고 손오공이 요괴의 정체를 파악한 뒤 어렵지 않게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여기는 데서 이야기가 끝났었습니다. 손오공 일행은 요괴의 흔적을 쫓아 홍해아의 소굴을 찾아내는데 보통 서유기내에서 요괴들은 자신들의 거처에 이름이 적힌 돌이나 비석을 세워놓습니다. 홍해아는 자신의 동굴 앞에 호산 고송간 화운동이라는 비석을 세워놓았지요. 홍해아와 맞닥뜨린 손오공이 조카라 부르며 자신이 육대마왕들과 의형제를 맺었음을 이야기하며 삼장을 내놓으라 하지만 홍해아는 상대도 안하는지라 싸움이 벌어지게 돼요. 다시 언급하자면 과거 손오공이 제천대성을 칭하자 다른 마왕들도 대성임을 자칭했었는데 첫째가 바로 홍해아의 아버지 우마왕 평천대성, 둘째가 교마왕은 복해대성, 셋째 대붕마왕 혼천대성, 넷째 사타왕 이산대성, 다섯번째 미후왕은 통풍대성,여섯번째 우융왕은 구신대성, 일곱째 막내가 바로 손오공 제천대성이에요
저팔계까지 가세하자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홍해아는 삼매진화의 술법을 써서 손오공을 당황케합니다. 여기서 손오공의 약점 하나가 더 나오는데 물 속에서 수결법을 쓰거나 물 속 동물로 변신해야 하는 통에 싸우기 어렵다고 언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상노군의 팔괘로에 갇혔을때의 트라우마로 연기에 약하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사해용왕들에게 비를 뿌려달라 요청해도 삼매진화의 술법은 일반적인 불이 아닌 술법으로 인한 불씨인지라 꺼뜨릴 수 없고 연기를 피하느라 물속에 떨어진 손오공이 한번 죽을뻔도 하자 결국 관음보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손오공이 기운이 빠진 상황이라 저팔계가 대신 남해로 떠나지만 관음보살로 위장한 홍해아에게 붙들립니다. 손오공은 우마왕으로 변신하여 삼장을 풀어주라 홍해아를 설득하지만 우마왕의 행동거지에 의문을 품은 홍해아가 자기 생일을 묻는등 머리를 써서 정체가 발각되자 손오공은 관음보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요. 관음보살은 홍해아가 자신의 흉내를 냈다는 사실에 노하여 이탑천왕의 천강도를 빌려 연화대로 만든 뒤 홍해아를 거기로 유인하여 붙잡습니다. 홍해아는 칼에 찔리고도 제성질을 못죽이고 발광하다가 결국 관음보살에게 끌려가 선재동자가 되지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약간 오류라고 보여지는게 이탑천왕에게 천강도를 빌리는 목차행자가 나타태자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하는데 나타는 삼태자로 셋째고, 목차가 둘째거든요. 고전소설인지라 『서유기』 내에서도 자잘한 오류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것도 판본의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홍해아 이야기가 끝나면 흑수하를 건너다가 삼장이 악어요괴인 타룡에게 붙들리는데 이요괴는 서해용왕의 조카이자 2권 당태종 저승행편에서 위징에게 참수된 용왕의 아들입니다. 여기서 용이 한번에 아홉마리새끼를 낳는다는 이야기가 나와있고 타룡요괴는 그 막내인데 성질이 막되어먹었는지라 손오공이 굳이 손쓸 필요도 없이 서해용왕의 아들 마앙태자가 직접 제압하러 옵니다. 마앙태자는 용들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있고 굉장히 호의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인물입니다. 이후에도 손오공 일행을 도와주러 종종 등장하기도 하고요.
이 이야기가 끝나면 거지국이라는 나라(문학과지성사판에서는 차지국)에서 가뭄을 해소못했다는 이유로 노비로 전락하여 탄압받는 승려들 오백명을 구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랑이/흰사슴/영양이 변신한 세 요괴도사가 날씨를 조정하여 가뭄을 해소한 뒤 국왕은 승려들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고요. 이천명의 승려들 중 상당수가 고된일을 못겨뎌 죽거나 자살하자 겨우 살아남은 오백명의 승려들은 힘든 상황에서 목숨을 끊으려해도 이상하게 끊을 수 없고 호법가람신들과 태백금성이 꿈에 나타나 제천대성이 구원해줄 것이라는 예언한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다고 손오공에게 밝힙니다. 보통 『서유기』 내에서 삼장일행이 겪는 고난의 의미는 진경의 가치를 위해서라고 언급되지만 보면 단순 요괴와의 싸움이 아닌 인간구제의 이야기도 숱하게 언급되는 편입니다. 바로 다음 이야기인 통천하 요괴편에서도 마찬가지. 또 이 에피소드에선 개그씬이 많은데 도사들의 삼청관에서 원시천존, 태상노군, 영보도군으로 변신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제사음식을 다 훔쳐먹고 성수를 준다며 오줌을 싸대는 등 도사들을 골리는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후 도사들과 손오공이 세번 겨루는 이야기는 신령들을 이용해 비내리기, 오래 좌선하기, 물건 알아맞히기 시합인데 여기서 손오공은 물론 삼장법사까지 좌선 시합에서 활약을 하면서 다 이기게 되자 나중에는 손오공과 도사들만이 도력을 겨루게 됩니다. 처음엔 목을 잘라서 살아남기, 두번째는 배를 가르기, 마지막이 기름솥에 들어가기인데 마지막 기름솥에 들어가는 대결에선 평소 자신을 얄밉게 본 저팔계를 골려주려고 손오공이 기름솥에서 못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손오공이 그렇게 몸을 숨기자 기름에 녹아 죽었다고 생각한 삼장이 슬퍼하며 간단하게 장례를 치루며 축문을 읊게 되는데 옆에서 저팔계도 그걸로 부족하다며 같이 읊는데 그 말이 "망할 필마온 자식! 기름에 뒈졌구나!" 투의 욕설이라 빡친 손오공이 결국 화를 내며 모습을 드러내지요. 어쨌거나 요괴도사들을 다 이기고 그들의 정체를 드러내게 한 손오공 덕에 국왕이 옛법을 거두어 승려들은 무사히 살아남고 자유의 몸이 됩니다. 승려를 구제하는 이야기는 후에 제새국 이야기에서도 반복되는데 제새국 편의 마무리는 이편보다 좀 더 서글픔을 자아내는 편이었어요.
다음에 이어지는 통천하 에피소드는 앞서의 이야기처럼 요괴 퇴치와 동시에 사람을 구제하는 내용입니다. 관음보살의 연못에서 살던 금붕어가 요괴가 된 뒤 통천하 부근 거지국 원회현 속에 해당하는 진가장 마을 사람들에게 동남동녀를 제물로 매해 요구하는 내용으로 손오공 일행이 때마침 자신들을 대접한 진징/진청 형제의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요괴를 제압하는 이야기입니다. 제물로 바쳐진 자식들인 진징의 딸의 이름은 일칭금으로 자식을 얻으려 사람들에게 베풀고 승려들에게 보시한 제물의 양이 서른근='일칭'이라 그이름으로, 진청은 관우신에게 빌어 아들을 얻었다고 관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나오는데 자식이 없는 집안이라 신에게 빌어 겨우 얻었다는 부연설명이 붙어 당시 사람들의 신앙이라던가 후사에 대한 바람이라든가 이런 걸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요. 2010년도 드라마편에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 제물이 될 뻔한 아이들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까지 파악하게 해주지요. 이후 손오공과 저팔계가 제물 아이들로 대신 변신하여 통천하의 요괴 영감대왕을 일시적으로 물리치고 영감대왕은 제물대신 삼장을 잡아먹으려 통천하를 얼어붙게 한 뒤 삼장을 납치합니다.
물속에서 싸우기 힘든 손오공의 약점 때문에 저팔계와 사오정이 요괴를 몰아붙이고 유인하지만 실패하고 요괴의 근원을 알기 위해 관음보살에게 손오공이 도움을 요청하여 요괴가 잡혀가는 것으로 싸움이 끝나게 되고요. 이때 통천하의 원래 주인 자라가 나타나 그들을 옮겨주면서 서천에 도착하면 자신이 언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손오공일행에게 당부하며 일종의 떡밥을 남깁니다. 통천하 이야기가 지나면 등장하는 것은 독각시대왕 이야기입니다. 여기선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 셋 다 손오공이 없으면 무방비로 전락할 수 있음을 고대로 보여주는데요. 배가 고픈 일행을 위해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민가에 들려 밥을 얻는데 그전에 요괴들이 접근 못하게 여의봉으로 원형 결계를 그려줍니다. 이 안에 있으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일행은 손오공이 너무 늦다며 저팔계의 부추김으로 결계를 빠져나가지요. 그동안 손오공은 민가에서 노인과 개그씬을 연출하는데 손오공이 몇천리를 왔다는 것을 믿지 않은 민가의 노인이 손오공과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손오공이 어거지로 시주를 얻는 사이, 독각시대왕의 거처를 고관의 집으로 착각한 나머지 일행은 거기에서 솜을 덧댄 조끼를 발견합니다.
삼장은 보통 도움이 안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아 남의 것을 함부로 취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저팔계와 사오정은 그것을 무시하고 조끼를 입고 맙니다. 뻔하다시피 그것은 요괴의 함정으로 세 일행은 독각시대왕에게 붙잡히고 돌아온 손오공이 일행이 사라진 걸 알고 그들을 찾다가 토지신들을 통해 그 지역의 요괴가 금두산 금두동의 독각시대왕이란 걸 알게 됩니다. 요괴의 거처로 찾아간 손오공은 독각시대왕과 신나게 한판 싸우게 되는데요. 이 독각시대왕의 특이점은 손오공이 싸우는 동안 그 싸움실력을 인정한 데 있다고 할까요. 보통 다른 요괴들은 순수한 싸움 실력은 손오공에 못미치고 기이한 술법을 쓰거나 도망치면서 손오공을 곤란케 하는데 독각시대왕편에서는 그 실력이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독각시대왕 역시 자신의 무예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고 싶어 손오공과 싸우러 나섰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졸개요괴들까지 덤벼들자 손오공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의봉을 수천개로 복제하는데 독각시대왕의 품에서 하얀 고리를 꺼내 여의봉을 낚아채가버리지요. 무기를 빼앗긴 손오공이 당황하여 근두운을 타고 도망을 치면서 5권의 막이 내립니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7권 감상문 (0) | 2024.11.29 |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6권 감상문 (0) | 2024.11.28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4권 감상문 (0) | 2024.11.26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3권 감상문 (0) | 2024.11.25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2권 감상문 (0) | 2024.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