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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4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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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권이 황포요괴에게 밀린 저팔계가 백마의 부탁으로 손오공을 찾으러 수렴동에 왔다가 욕설을 하는 바람에 들켜서 손오공에게 끌려오는 부분에서 끝났습니다. 저팔계는 손오공을 데려가기 위해 머리를 쓰는데 황포요괴가 손오공을 얕잡아보며 고기로 만들어준다는 둥의 말을 했다면서 도발하지요. 안그래도 자존심이 강한 손오공은 화가 나서 수렴동을 부하 원숭이들에게 맡기고 삼장에게 돌아가는데, 보면 단순 도발 때문이라기 보단 언젠가 삼장이 다시 불러주길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황포요괴의 소굴로 들어간 손오공은 황포요괴의 두 자식이 노는 걸 붙잡고 백화수공주에게 자식과 사오정을 바꾸자고 협박하지요. 

사오정이 풀려나도 아이들을 돌려주지 않자 백화수공주가 원망하는 듯한 말을 하는데 오히려 손오공은 요괴랑 같이사느라 자신을 기다리며 애타하는 부모를 외면하느냐며 꾸짖고 백화수는 자신이 요괴의 감시 때문에 떠나고 싶어도 못떠난다는 사실을 울면서 고백합니다. 이에 손오공은 자신이 요괴를 물리치면 부모의 곁에서 살라며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그녀에게 이길 수 있다고 약조하고 백화수 공주가 숨은 사이 자신이 공주로 변신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을 궁으로 데리고 간 저팔계와 사오정은 공중에서 요괴의 자식들을 내던져 황포요괴를 도발하는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서유기』 세계관에서 요괴의 목숨은 존중을 받지 못하는데 원래 뭇짐승들이 인간이 되기 위해 수련했다는 설명이 나오는지라 인간대접은 못받더라고요.

황포요괴가 궁녀잡아먹는 일을 벌여 궁의 사람들마저 요괴의 정체를 눈치챘고 황포요괴는 사오정이 풀려난 것을 이상하게 여겨 요괴소굴로 돌아왔다가 공주로 변신한 손오공에게 깜박 속아 넘어갔다가 나중에 손오공이 정체를 밝히자 서로 싸우게 되는데, 이 부분이 읽다보면 좀 많이 웃깁니다. 손오공은 자신을 얕잡는 말을 했다고 요괴를 추궁하고 요괴는 자신은 그런 소리 한적 없다고 대답하면서 싸우는데 싸움 와중에도 개그씬이 펼쳐진달까요. 요괴가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도 요괴가 낯이 익다는 것을 눈치챈 손오공은 요괴가 도망간 사이 그가 하늘의 정령임을 추측, 천궁으로 올라가 추궁하고 결국 황포요괴의 정체는 이십팔수 별자리 중 하나인 규목랑이며 선녀였던 백화수공주와 전생에 사랑해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것까지 드러납니다. 

임무태만과 속세에서 깽판친 죄로 규목랑은 직위가 해제되어 태상노군의 불을 때는 일을 하게 되는데 나중에 공을 쌓으면 다시 복직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이십팔수가 등장할 때 규목랑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 있던 것인듯. 그렇게 황포요괴편은 일단락되고 다시 삼장일행에 합류한 손오공은 길을 떠납니다. 이 보상국 에피소드가 끝나면 이어지는 이야기는 평정산 연화동의 금각은각대왕 형제에게 삼장이 붙들리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손오공의 이름이 유명한지라 왠만한 요괴들도 그를 알고 있고 건들기를 꺼려하면서도 삼장의 고기가 불로장생한다는 명약으로 알려져있어 요괴들이 수를 쓰고야 맙니다.

나뭇꾼으로 분장한 일치공조를 통해 요괴의 정체에 대해 들은 손오공은 저팔계를 골려주려고 그에게 순찰을 떠넘긴 뒤 딱따구리로 변신하여 중간에 잠든 저팔계를 골려주고 손오공에게 시달린 저팔계는 그야말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것같은 행보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숲을 헤매던 저팔계는 은각대왕에게 잡혀가고 요괴형제는 저팔계를 술안주로 먹겠다고 하지요. 나머지 일행을 속이기 위해 은각대왕은 호랑이에게 습격당한 도사 흉내를 내며 삼장일행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삼장은 손오공더러 그를 업게합니다. 여기서 재미난 장면이 나옵니다. 은각대왕은 처음 사오정이 업으려 했으나 그의 생김새가 무섭다며 거절하고 손오공에게 업히는데 사오정이 웃으며 손오공은 삼장이 안보는 사이에 당신을 패대기칠 것이라고 충고하지요.

실제로 손오공은 요괴라면 죽일 거고 인간이라도 어차피 죽을 나잇대로 보이니 중간에서 내동댕이쳐야지 속으로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은각대왕은 그동안 주술로 산 세걔를 옮겨와 손오공을 깔아버리고 나머지 일행을 잡아갑니다. 여기서 삼장을 보호하는 호법가람들 중 금두게체가 산신과 토지신에게 손오공의 정체를 말하자 깜짝 놀란 그들이 산을 다시 옮겨줍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산을 옮기면 용서해준다고 말한 손오공은 풀려나자마자 토지신과 산신들을 때리려고 하는 거였죠. 토지신들의 사정을 알고 겨우 용서를 해주긴 하지만요. 손오공은 술수를 써서 요괴형제의 다섯보물 중 사람을 빨아들이는 자금홍호로병과 양지옥정병을 속여서 빼앗고 요괴형제의 어미를 죽여 그녀가 가진 황금밧줄까지 빼앗지만 쓰는 방법을 몰랐던 손오공은 도리어 밧줄에 얽혀 잡히고 맙니다.

그런데 손오공은 변신술에 능해서 잡히더라도 금새 빠져나가고 그사이 호로병을 챙겨 은각대왕을 도발하여 빨아들인 후 금각대왕과 싸우게 됩니다. 금각대왕은 이때 나머지 보물 파초선과 칠성검을 가지고 싸우게 되지요. 파초선의 바람에 의해 불이 번지자 요괴소굴로 도망친 뒤 졸개요괴들을 때려죽인 손오공이 정병까지 앗아가고 삼장일행을 구합니다. 금각만이 살아남고 형제의 외숙부인 호아칠대왕까지 지원오지만 별 의미 없이 손오공 일행에게 쓰러집니다. 손오공이 정병을 이용해 금각까지 빨아들이고 금각은각대왕 이야기가 일단락될 무렵 태상노군이 나타나 자신이 원래 주인이라고 밝히며 금각은각과 보물들을 회수해가지요. 여기서 관음보살이 손오공일행을 시험하기 위해 태상노군에게 금동자와 은동자를 빌렸다는 허무한 결말이 나오더라고요.

다음 에피소드는 오계국의 왕을 구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떠돌이 중이라고 자신들을 재워주지 않으려는 보림사라는 절에서 손오공이 승려들을 위협하여 머물게 되고 밤사이 오계국 왕의 원혼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삼장 앞에 나타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삼장은 손오공에게 상의하여, 사냥을 나온 오계국 태자를 절까지 술수를 써서 불러들인 뒤 사실을 알려주자 오계국 태자는 모친을 만나 아무래도 아버지가 전과 다른 사실을 알고 그가 요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손오공은 사건을 증명할 방도로 우물에 수몰된 왕의 시신을 찾는데 이 와중에도 저팔계 골려주는 일을 빼먹지 않습니다.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하면서 저팔계를 꼬득이고 겨우 얻은 게 시신인 걸 안 저팔계는 손오공에게 앙갚음 하려고 삼장에게 손오공이 왕을 살릴 수 있다고 우겨댑니다.

그런데 삼년동안 왕의 시신이 멀쩡한 이유는 우물 속 용왕이 썩지 않게 잘 보관했다는 것. 『서유기』 세계관의 아기자기함이랄까요. 용궁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스승의 긴고아주가 무서운 손오공은 태상노군의 단약을 어거지로 얻어와 왕을 살려내지요. 그리고 왕을 하인으로 분장시켜 통행증명서를 얻기 위해 궁으로 가는데요. 이 부분에서 『서유기』도 중국소설이라 그런지 어쩔 수 없는 중국 중심적인 중화적인 관점이 보여서 거북한 구석이 있습니다. 손오공이 요괴를 도발하여 무례하게 굴면서 당나라가 큰 나라이니 아버지와 같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손오공은 당나라 태생이 아니라 동승신주 오래국 태생일 텐데요.

결국 손오공에 의해 정체가 들통난 요괴는 도망치려고 하다 허공에서 손오공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힘에서 밀린 요괴는 사람들 사이에 숨다가 삼장의 모습을 흉내내는 등 몸을 숨기지만 긴고아주를 외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정체를 들켜 도망을 치다가 사오정과 저팔계의 합동공격을 받게 되지요. 긴고아주 때문에 정신을 못차린 손오공이 합류하려는 순간 문수보살이 나타나 그가 자신이 타고 다니던 푸른 털 사자임을 밝히고 자신이 몇년 전 오계국을 찾아왔을 때 거슬리는 소리를 참지 못한 왕이 문수보살을 물에 밀어넣었고, 그것때문에 징벌을 위해 사자가 대신 왔음을 밝힙니다. 사자는 왕을 징벌하기만 했지 백성들은 평안케 했고, 거세된 놈이라 왕비나 후궁도 건들지 못했다고 하자 요괴를 풀어주지요.
여기서 약간 오자가 보이는데 사람들에게 사정을 밝히던 손오공이 문수보살이 왔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문수보살이 아닌 관음보살이 왔다고 나와있어요. 결국 오계국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되고, 왕은 고난을 겪는 동안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서인지 자신의 나라를 삼장 일행에게 다스려달라고 하지만 일행은 거절하고 떠납니다.

오계국 에피소드가 끝나면 마지막장에 등장하는 요괴는 우마왕의 아들 홍해아입니다. 홍해아 역시 삼장의 고기를 탐내어 사람으로 변신한 뒤 구원을 요청하는 뻔한 방식을 쓰는데요. 요괴임을 단박에 눈치챈 손오공은 삼장이 구해주자고 하기 전에 축지법을 사용하여 삼장일행을 옮겨버립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홍해아가 다시 도적떼에 부모를 잃은 아이로 분장하여 삼장 일행에게 도움을 요청하지요. 

앞의 은각대왕 때처럼 사오정에게 업히는 것은 무섭다며 거부하고 손오공한테 업히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손오공은 요괴라면 죽이고 그냥 어린애라도 귀찮으니 중간에서 내팽개쳐 죽일 생각을 합니다. 그 사이 홍해아가 중신법을 써 무게를 늘리자 빡친 손오공이 아이를 돌위에 내동댕이치고 갈가리 찢어버리자 그전에 몰래 원신으로 빠져나간 홍해아가 놀란 나머지 그의 잔인함을 욕합니다. 그리고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삼장을 빼가자 손오공은 난리를 쳐서 산신과 토지신을 불러모아 요괴의 정보를 캐묻습니다. 보면 서유기에서 가장 안습한 존재들은 이런 토지신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해아같은 요괴들이 그들을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 손오공에게 벌벌 떨어야 하니까요.

요괴의 정체가 손오공과 의형제를 맺은 여섯마왕 중 큰형님으로 모신 우마왕과 그 부인 나찰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자 자신의 친척뻘이라 손오공은 상황이 어렵지 않게 풀리겠다 하지요. 하지만 사오정은 삼년동안 찾지 않으면 친척도 친척이 아니라는데 어떻게 홍해아가 손오공을 친척으로 여기겠냐며 말하는데 따지고보면 사오정의 말이 맞는 셈이라 다음 내용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사오정이 작중에서 하는 말들이 가장 현실적이거나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는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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