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연구회측의 『서유기』 9권 재감상문입니다. 함공산 무저동의 쥐요괴 지용부인의 술수로 그녀를 근처 절(여기 절의 승려들은 라마승)까지 대동하게 된 삼장일행은, 삼장이 갑작스럽게 몸살이 나는 바람에 더 머물게 됩니다. 삼장이 마실 물을 뜨러가던 오공은 울고 있던 어린 승려들에게 요괴가 나타나 승려들 여섯명이 해골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요괴를 잡아주겠다 약속합니다. 열두세살 정도 되는 승려로 변신한 오공이 종 부근에서 기다리자 여자 요괴가 나타나 유혹을 하는데 오공은 이미 나이가 왠만한 인간보다 많지만은 변신상으로는 어린 아이기 때문에 요괴가 좀 쇼타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다가 요괴의 추행에 손오공이 기겁할 정도였고요. 손오공이 자기가 진짜 당할 거 같아 요괴를 공격하고 요괴는 꽃신을 자신으로 변신시켜 도망친 다음 삼장을 낚아채갑니다. 그때 삼장을 지키고 있던 사오정과 저팔계가 대화하느라 요괴가 삼장을 잡아가는 줄도 몰랐기 때문에 노발대발한 손오공이 둘을 두들겨패려하자 저팔계는 쩔쩔매며 도망치고 오히려 사오정은 은근한 말로 손오공을 안정시킵니다. 결국 요괴의 본거지를 치러 떠나는데 요괴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손오공은 분탕질을 쳐서 산신 토지신을 부른 다음 요괴의 사는 곳을 어느 정도 알아챕니다.
요괴 소굴을 제대로 찾기 위해 요괴의 하녀들에게 말을 걸려고 저팔계가 나서는데 저팔계는 말주변이 없으므로 대놓고 '요괴들아'라고 여자들을 불렀다가 오히려 막대기에 맞고 도망칩니다. 깨알같은 개그씬이랄까요? 여자요괴들을 쫓아 무저동에 들어간 손오공은 삼장에게 수작거는 요괴에게 훼방을 놓고 복숭아로 위장하여 그녀 뱃속에 들어가 난리를 치는데요. 그러고보니 요괴 뱃속에 들어가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는 듯 해요. 거의 굴복을 받아내니까요.(* 예 : 나찰녀/황미대왕/사타동 청모사자 참조) 하지만 굴복도 잠시 요괴는 꽃신을 이용해 분신술을 써서 손오공 일행을 제각각 싸우게 하고 삼장을 다시 납치하는데 요괴를 쫓아간 오공은 요괴가 모시는 위패에 탁탑천왕과 나타삼태자의 이름이 적힌 걸 알고 그들의 딸이라고 추측하여, 고소장을 만든 뒤 천궁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탁탑천왕을 상대로 고소하고 그는 무고죄라며 오히려 손오공에게 화를 내는데 나타태자가 나타나 자신들이 영취산 불단에서 향과 초를 훔친 쥐를 잡았다가 살려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태백금성이 그들을 주재하여 탁탑천왕과 나타태자가 하늘나라 군사들을 데리고 요괴를 잡기로 합니다. 요괴 지용부인은 금빛 코에 흰털을 가진 쥐요괴로 향과 초를 훔친 것 때문에 다른 이름으론 반절관음이라고 한다지요.
다음 이야기는 멸법국 편입니다. 딱히 요괴가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인데 승려들이 자신을 비방했다고 왕이 승려 만명을 죽이겠다 맹세하여 이제 숫자 넷만 남겨놓자 관음보살이 아이[홍해아]를 데리고온 노파로 변신하여 경고를 해줍니다. 손오공은 근처 여관에서 인간의 옷들을 훔쳐 일행을 말파는 상인으로 분장시키는데 아무래도 정체가 발각날 것 같아 두려워하는 일행 때문에 여관에서 몸을 아주 숨길 수 있는 큰 궤짝을 빌려 잠을 청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오공이 저팔계에게 장난을 치며 말을 팔아서 돈을 몇천냥 벌었다는 둥 이야기를 하자 여관에서 일하는 도적패들이 그것을 듣고 궤짝과 백마를 훔쳐갑니다. 하지만 이내 병사들에게 들켜 궤짝과 백마를 팽개쳐 달아나고 총병관이 그것을 국왕에게 바치는데 왕과 마주치면 사형이므로 손오공은 꾀를 씁니다. 자신의 작은 분신을 여럿 만들어 궁내의 사람들과 벼슬아치의 머리를 밤새 박박 깍아 중으로 만들어버리는데 밤새 그런 일이 있고, 궤짝에서 나온 삼장일행이 범상치 않자 국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손오공의 충고대로 나라 이름을 멸법국[滅法國]에서 흠법국[欽法國]으로 바꿉니다.
멸법국 이야기가 끝나면 타룡요괴급으로 좀 시시한 요괴가 등장하는 남산대왕 에피소드입니다. 은무산 절악연환동의 남산대왕은 회갈색 고리무늬를 가진 표범요괴로 사타동에서 일찍 도망쳐온 이리 요괴를 선봉장으로 삼아 삼장법사를 납치합니다. 여기서도 깨알같이 손오공의 저팔계 골려주기가 나오는데 요괴가 드글드글한 곳에서 밀려오는 연기와 바람이 실은 민가에서 시주하기 위해 음식을 찌며 나오는 것이라 속이지요. 저팔계는 음식을 먹겠다며 요괴들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요괴들이 자신을 잡아당기자 대접을 하려고 그러는 걸로 착각하는 등 재미난 장면을 연출합니다. 하여간 남산대왕은 삼장법사를 안전하게 먹으려고 다른 사람 머리를 던져 삼장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삼장의 죽음에 슬퍼하는 제자들은 복수를 해야 한다며 남산대왕의 은거지를 습격합니다. 삼장이 살아있던 데다가 꽤나 시시하게 요괴소굴이 제압당하는데 손오공의 잠벌레는 그동안 요괴퇴치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요괴들을 전부 잠들게 한뒤 남산대왕을 여의봉에 묶어서 들쳐메고 나오자 저팔계가 쇠스랑으로 요괴를 내리치고 그것도 모자라 가짜 시체에 화풀이하는데 삼장은 그래도 그것이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라며 공양해줍니다. 그리고 삼장을 구하면서 같이 요괴에게 붙들렸던 나뭇꾼까지 구해주지요. 그리고 일행은 보답으로 나뭇꾼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는데 여기의 싯구는 이들이 먹는 식사를 묘사하는 시에요.
그리고 다음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일행은 드디어 천축국에 들어섭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변방인 봉선군인데 이곳의 군수가 삼년 전 제를 지낼 때 아내와 싸우며 공양물에 화풀이를 한 댓가로 가뭄이 들자 손오공이 비를 내려주기 위해 천궁에 올라갔다 사실을 알게 되어 군수에게 일러줍니다. 군수는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빌고 업보가 사라져서 비가 내리는데, 사람들은 삼장일행 덕분이라며 그들을 대접하고 그들을 기리는 사당까지 만들어줍니다. 한권에서 요괴와 상관없는 에피소드가 두가지나 들어있습니다. 봉선군 이야기가 끝나면 옥화현의 세 왕자에게 무예를 가르쳐주는 이야기입니다. 옥화현(혹은 옥화국)의 왕은 천축국 왕의 종실로 나라를 다스리는데 삼장을 대접하다가 요괴인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고 왕의 반응을 본 세 왕자가 요괴퇴치를 위해 그들이 머무는 곳에 찾아왔다가 오히려 오공 일행의 힘에 압도되어 그들을 스승으로 모실 결심을 합니다. 처음에 오만했던 왕족들이 후에는 겸손해지는게 서유기 특징인데, 오공 일행은 그들에게 신선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무기까지 빌려줍니다. 하지만 여의봉, 쇠스랑, 항요장은 신선의 무기라 인간이 쓸 수 없어 모양을 따라한 무기를 제련하기로 하는데 하룻밤사이에 신선의 기운을 감지한 표두산 호구동의 사자요괴 황사대왕이 무기들을 훔쳐가버립니다.
요괴가 보물을 자랑하기 위한 연회를 벌인다는 것을 안 손오공은 저팔계와 부하로 분장하고 사오정을 돼지 파는 상인으로 분장시켜 소굴로 자연스레 들어갑니다. 그리고 무기를 되찾고 황사대왕을 쫓아낸 뒤 호구동을 쑥밭으로 만든 다음 죽은 졸개요괴들의 시체와 보물을 옥화궁에 가지고 오지요. 죽절산 구곡반환동의 할아버지 요괴인 구령원성에게 황사대왕이 도움을 요청하자 구령원성은 자기 손자들인 사자요괴들 노사, 설사, 산예사, 백택사, 복리사, 박상사를 불러모아 옥화궁을 습격합니다. 이번 권에서는 사오정의 비중이 늘어나서 좋았는데 구령원성과의 싸움에서 저팔계가 잡혀가는 바람에 오공의 곁을 지키게 되는 것이 사오정이기 때문입니다. 구령원성이 아홉머리 사자로 변신하여 옥화국 왕과 세왕자, 삼장법사와 저팔계를 물고 도망가고 그들을 구하러 갔다가 손오공과 사오정까지 잡힙니다. 하지만 손오공은 간발의 차로 빠져나오고 금두게체 및 육정육갑들이 토지신을 붙잡아와서 닥달하여 요괴의 정체를 밝혀내지요. 불쌍한 토지신 토지신의 말에 따르면 구령원성은 동극묘암궁의 태을구고천존의 구두사자로 원래 그가 살던 구곡반환동은 여섯 사자요괴의 소굴로 그가 나타나자 사자요괴들이 할아버지로 모셨다고 하는데, 친혈육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공일행에게 자기 손자들이 죽자 매우 슬퍼하더군요. 그렇지만 황사대왕은 미묘한데 얘는 호구동쪽 요괴라서 의문. 어쨌든 구령원성은 손자들 복수를 하겠다면서 손오공을 마구 두들겨패고 그모습을 보다 못한 사오정이 자신을 대신 때리라며 나서는데 보면 삼장이 일방적으로 저팔계의 편을 들어주는데 반해 오공은 오정을 더 신경써주는 거 같습니다. 사자들이 공격할 때도 오정에게 주의를 주고 탈출할 때도 가장 먼저 오정을 풀어주려다 저팔계가 자신먼저 풀어달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들통나거든요. 본래 주인인 태을구고천존과 사자지기를 데리고 오자 요괴는 굴복하는데 여기서 요괴가 사자지기에게 매맞는 모습이 진짜 애완동물이 혼나는거 같아 참 볼만합니다. 요괴를 제압하고 일행을 구출한 뒤 옥화국에 평화가 찾아오고 왕자들의 무기가 완성되는데 '그 무기들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 왕의 심정에 좀 공감. 왕자들이 무예를 터득하고 오공이 선기를 불어넣어준 덕택에 다른 인간들보다 월등한 힘을 가지게 된데다 사자+각종 동물에 요괴들의 보물까지 가지게 된 옥화국은 난리가 났어도 확실히 횡재한 셈. 그들의 환대를 뒤로 하고 삼장일행이 떠나면서 이번 9권이 마무리됩니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10권 감상문 (0) | 2024.12.02 |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8권 감상문 (0) | 2024.11.30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7권 감상문 (0) | 2024.11.29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6권 감상문 (0) | 2024.11.28 |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5권 감상문 (1) | 202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