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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베이츠의『인셀 테러』 감상문

by 01사금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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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난 몇몇 사태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아무래도 미국 사회를 분석한 책이니, 한국 사회와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했지만 놀랍게도 인셀이 사회에 부각되는 현상은 무서울 정도로 유사한 편. 교보문고에 실린 책의 소개 글에 의하면 「‘인셀(incel)’은 1990년대 중반 젊은 캐나다 여성 알라나(Alana)가 만든 소규모 연애 추진 사이트에서 유래된 이 용어는 비자발적 순결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준말로, 오늘날 ‘연애 또는 성적 파트너를 원하지만 구할 수 없다고 스스로 정의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웹사이트, 블로그, 포럼, 팟캐스트, 유튜브, 채팅방 등의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은 2014년 엘리엇 로저 총격 사건 이후 폭력적인 여성 혐오로 악명이 높아졌으며, 그 자체로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라고 나옵니다. 

 

책의 부가적인 설명에 의하면 알라나는 이에 대해 "핵분열을 알아냈는데 나중에 그게 전쟁용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버린 과학자가 된 기분"이라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

(참고로 교보문고에서 책을 주문하자, 바로 다음날 책이 도착했습니다 여러모로 교보문고 배송은 놀라웠어요.)

 

이 책 『인셀 테러』는 인셀이 어디서 유래했는지에서부터 이들의 행태와 사고방식이 어떤 것인지, 그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물의를 일으키는지 그 원인과 결과를 자세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로라 베이츠가 20대 남성 알렉스로 위장하여 매노스피어(Manosphere) - 남성계 커뮤니티를 총칭 -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물로, 내용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일단 첫 번째로는 인셀의 형태와 그들의 공통적인 심리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다루고, 두 번째로는 인셀들의 행동 양상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범죄로 발전하는지를 분석하면서 마지막에는 이런 사태를 변화시키고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크게 요약할 수 있겠더라고요.

 

책에서 인셀의 형태를 여성에 대한 공격과 폭력을 합리화하고 강간 합법화를 주장하는 그룹, 여성을 사냥감으로 규정하고 성폭력을 합리화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픽셀 아티스트, 여성을 남성을 갉아먹는 기생충으로 규정하며 일체의 접촉을 끊는다는 명분 아래 여성을 사회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믹타우 등으로 크게 분류합니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여성을 하등한 존재,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원이자 자신들에게 분배되어야 할 상품 정도로 규정하는데 매노스피어에서 공통적으로 여성은 사람이 아닌 비하적인 용어로 불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로, 여성을 "피XX"나 "보x"라고 버젓이 부르는 커뮤니티가 우리나라 내에도 있는 걸 생각하면 인셀들의 행동방식이 국가나 민족 상관없이 유사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겠더라고요.

 

인셀들은 여성들이 자신을 거부하거나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때문에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며, 여성들의 범죄 피해 통계를 무시하고 과장되었다고 왜곡하며 '역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소위 "남성 권리운동가'들은 통계를 왜곡하며 여성에 대한 공격과 폭력을 합리화하고 실제로 그런 성향을 실행에 옮기면서도, 자신들을 끊임없이 여성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피해자 포지션으로 프레이밍 하는데요. 이런 양상은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때문에 그 유사성에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이런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한 사업으로 부를 불리며 각종 매체로 퍼뜨리기까지 하는 등 그 양상을 단순하게 넘기기엔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인프라와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저자인 로라 베이츠가 매노스피어 내부를 관찰하고 인셀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며 나온 결론으로 이들의 양상과 행적이 결코 온라인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스트로 규정한 여성들을 향한 협박과 신상털기, 조리돌림, 회사나 가정을 찾아가 위협을 가하거나 타깃이 된 여성의 명예와 커리어를 망가뜨리기 위해 조작과 선동을 하는 행위는 물론, 더 심하게는 여성을 향한 학살이나 테러가 심심찮게 일어나며 절대 그것은 일부의 행위가 아니라 온라인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회나 정치계에서는 이 움직임을 과소평가하며, 이런 행태를 "밈"으로 치부하고 여성 혐오에 기반한 범죄나 테러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심지어 이런 극단적인 여성 혐오를 정치적인 도구나 메시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어요.

 

 

또한 미국 사회의 이런 인식은 실상은 오래된 것으로 여성을 향한 가정폭력 범죄에서도 남성을 옹호하고 범죄를 미화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지워버리는 행태를 지적하는데요. 저자는 은연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의 이런 의식 구조 또한 미국도 다를 바 없다는 건 상당히 절망스러운 사실이었고요. 그런데 책에서 다루는 인셀들의 양상과 범죄 사례가 약 2010년에서 2015년 경에 벌어진 사건들이 다수며 트럼트 당선이 2016년 경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미국 내에서 어떤 변화가 벌어졌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데, 현재 미국 내에서 더 이상 페미니즘이 금기시되지 않는 걸 본다면 그 사이에 미국 내에서도 인식 변화가 많이 일어났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더라고요.

 

책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극우적이고 성차별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책이 지적하는 인셀 문화는 혐오스러우나 그렇다고 가볍게 여길 것도 아니라는 점이 누누이 강조됩니다. 또한 현대의 인터넷 문화 -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상징되는 시스템은 극단적인 주장으로 평범한 사람들마저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요. 그래서 로라 베이츠는 사회적으로 여성 혐오 범죄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할 것, 남성들에게 새로운 남성 모델을 찾아 제시하는 것, 또한 인셀들의 주장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주장에는 반박해야 함을 주장합니다. 왜곡된 주장, 극단적인 주장을 방치할 경우 이것은 일종의 반향실 효과를 일으키며 왜곡과 선동에는 결코 침묵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이 일깨운다고 할 수 있더라고요.

 




* 포스트 원본 출처 : https://blog.naver.com/naninkan/223292515139

 

<인셀 테러>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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