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의 발단은 주인공이 한 마을에서 영국의 하프팀버 형식으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을 발견하여 그 집에 이사하면서 시작됩니다. 하프팀버가 어떤 집인가 하고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꽤나 멋들어지게 생긴 집들이 나오던데 흔히 우리가 동화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유럽식 건물 할 때 떠올리는 건축 양식이 이런 형태더라고요.
일본 건물들도 사진 같은 것으로 접해보면 꽤 정리된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건물들 사이에 이런 것이 하나 있다면 당연 눈에 띌 수밖에 없고 주인공은 좀 더 적극적으로 그 건물에 접촉을 하는데요. 으레 공포 장르가 그러하듯 이런 건물은 무언가 불길한 내력을 갖출 수밖에 없습니다. 공포 장르에 흔히 등장하는 장소에 대한 금기가 그런 것. 작가의 내력답게 소설 중반에 이런 장르에 대한 설명과 대표 작품군이 언급되기도 하고요.
보면 소설 내에서 이 건물은 영국에 원래 있던 건물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가 처음 뭔 소리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원래 영국에 있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복사하듯 일본에도 똑같이 만들었단 이야기인 듯. 그리고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미궁초자'라는 공포 장르 계열 동인잡지(소설만의 설정으로 등장하는 잡지인지 아니면 실존하는 잡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에 소설을 연재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주인공이 쓰는 소설 '모두 꺼리는 집'이 연재됩니다.
그 이야기는 한 부모와 누나, 남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이 하프팀버 형식의 집에 이사 오면서 생겨나는 기이한 일을 주제로 하는 소설인데 실은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불길한 일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과 일치한다는 점도 드러나고요.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인공은 주위 사람들에게 '집에 홀렸다'라는 소리도 듣고 심지어 건물에 살았던 인물로부터 과거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오해받아 공격당하는 일까지 벌어지지요.
이야기의 특이점이라면 특정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 심지어 소설에선 영국의 원본(?)이 되는 집에서조차 굉장히 불길한 사건들이 비슷한 구도로 연달아 벌어졌고 이 일본으로 옮겨온 건물에서조차 마찬가지였는데 이 사건들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자세하게 밝히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건물에 무언가 악마와 같은 것이 깃들었다로 추측할 수야 있겠지만 그것이 건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악한 소행으로 말미암아 원한이 쌓여서 건물이 변화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는데 보통 악마가 사는 집이라면 악마를 쫓아내거나 유령이 사는 집이라면 유령의 원한을 해소시켜서 건물을 원래대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일반 괴담이나 다른 비슷한 소재의 외국 소설에서도 사람들이 그저 불길한 집에서 도망치는 것이 다일뿐인 전개는 제법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는 한번 목숨이 오락가락할 뻔한 사건을 겪고 그 집을 떠나게 되는데 주인공의 특성상 미스터리를 쫓을 수밖에 없다지만 은근 스스로 말썽을 자초하는 트러블 메이커 타입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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