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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감상문

by 01사금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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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으레 도조 겐야 시리즈가 그러하듯 아직 전근대적인 면모가 많이 남아있는 전후 일본 사회의 기묘한 신앙과 폐쇄적인 가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주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그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다루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추리소설에 가까우면서도 토속적인 신앙이나 기담, 사람들이 공포로 여기는 존재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므로 사건이 발발하기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띄어 이 부분에서는 공포 소설 작가다운 특기가 잘 발휘된다고 할까요? 


소설의 앞 부분은 공포소설 같고 뒷부분은 추리소설 다운 특징이 보이기 때문에 이 두 부분의 요소들을 따로 떼어놓는다 하더라도 여러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은 느낌. 특히 가문과 가문, 혹은 마을 사이에 얽혀있는 내용들은 아무래도 현대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 가끔 보면 자극적인 드라마에 나올 법한 소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 예를 들면 불륜이라거나 출생의 비밀 같은 것 - 이런 이야기들이 막장 같다기보단 소설 상의 심각한 분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편에선 등장인물의 성별이 중요한 요소로 퀴어적 요소가 약간 들어간 편이라 독특한 부분도 보이고요.


특히 이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서도 등장하는 가문에 대대로 전해지는 저주와 인간들 사이에 얽혀있는 갈등과 출생의 비밀 같은 것들이 교묘하게 얽혀서 사건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설의 후반에 다가서면 극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초자연적인 것이 아닌 그 위력을 사칭한 인간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뭔가 미스터리 같은 요소가 남아있다거나 그 도조 겐야마저도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다고 여기는 부분이 나와 독자들에게도 의문을 안겨 줍니다. 그런데 이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지금까지 제가 읽은 다른 도조 겐야 시리즈와 비교하면 이질적인 부분이 많다고 여겨졌는데요. 



일단 소설 내에서 도조 겐야의 비중 자체가 아주 적다는 점인데 실은 이 부분은 다른 도조 겐야 시리즈(산마, 염매, 미즈치)에서도 어느 정도 반복되는 편이긴 하나 적어도 다른 시리즈에선 사건의 중심이 된 가문 이야기가 절반, 도조 겐야의 등장과 활약이 절반을 이룬다고 보거든요. 그럼에도 이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소설이 상당히 진행되어 가는 와중에도 도조 겐야의 등장이 늦어졌는데 일단 사건 자체가 도조 겐야가 직접 사건 현장에 뛰어들어 트릭을 밝히고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경험한 한 작가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이야기를 알게 된 도조 겐야가 나중에 그 작가를 찾아와 자신이 추리한 바를 밝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읽은 도조 겐야 시리즈 중에서 이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조 겐야의 활약이나 비중이 극히 적은 편이며 실은 책의 전체적인 구성도 전작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마지막 트릭이 밝혀지는 부분에선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그동안의 의문점이 풀리면서도 또 다시 마지막에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해 둔 지라 독자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 중에 하나이면서 도조 겐야 시리즈와는 많이 다르다고 여겨진 특이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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