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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검은 얼굴의 여우』 감상문

by 01사금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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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검은 얼굴의 여우』는 소설의 시대 배경이 2차 대전 직후 일본의 탄광이라는 특수한 곳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설명이 엄청 등장하여 초반엔 읽는데 약간 지루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주인공 하야타는 만주국 건국대학 출신이며 당신 일본 사회에 냉정한 시선을 취한 인물로 하야타의 개인사적인 측면에서도 설명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초반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분위기를 많이 느끼지 못한 점도 있었고요. 하지만 읽다보면 작가가 당시 탄광과 그 문화에 대해 엄청 조사를 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

 


시대 배경이 시대 배경이며 강점기 당시의 조선이 어떤 상태였는지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굉장히 암울한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이 당시 일본 탄광으로 강제 징용당한 조선인들이 학대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리고 특히 놀라웠던 것은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당시 전쟁의 광기에 휩쓸린 일본 정부를 바라보는 비판적이고 냉정한 시선이었다고 할까요? 사건의 주요 증거물인 조선인 징용자 정남선의 수기를 보면 당시 강제징용당한 조선인들의 비극이 그대로 느껴졌을 정도.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하야타의 이야기는 작가의 다른 시리즈 『도조 겐야』 시리즈처럼 일종의 시리즈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연쇄 살인의 정체를 밝힌 하야타의 후일담에서 또 다른 사건과 얽혔다는 언급을 본다면 말이지요. 미쓰다 신조의 다른 대표작인 『도조 겐야』 시리즈가 일본 내에 전통적인 풍습, 혹은 특정지역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나 관례에서 소재를 차용하고 지역 사람들이 믿는 미신이나 공포담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을 이용해 먹는 것은 인간이라는 전개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검은 얼굴의 여우』도 비슷한 루트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또 하나 범인이 자기 정체를 숨기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거나 혹은 OO이라고 생각하던 인물이 알고 보니 XX였다는 반전이 많이 쓰여서 이런 미쓰다 신조의 소설 특징을 생각하면 범인의 정체가 후반부에는 감이 잡히더라고요. (나머지는 스포라서 말하기 그렇지만...) 또 원래 일본에서 얼굴이 하얀 여우는 풍작의 신이지만 얼굴이 검은 여우는 흉작의 신이란 언급이 나오기에 그렇다면 탄광의 검은 여우는 보나 마나 불길한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작 중 연쇄 살인 사건과 별개로 이 검은 여우에게 홀린 광부들의 이야기가 언급되면서 이것이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소설 속의 등장하는 '검은 얼굴의 여우'는 광부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탄광에서 살면서 광부들을 홀리고 목숨을 빼앗는 신인데 소설 속에서 살인 사건의 진범이 이 검은 여우의 신앙을 이용하고 자신을 이런 검은 여우로 위장하여 조사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흐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다만 살인 사건과는 큰 관계없이 이 탄광의 신인 검은 여우에게 홀린 사람과 위기를 겪은 인물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별개인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 요소로 남겨두더군요. 이런 부분도 미쓰다 신조의 소설다운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소설의 시기도 시기겠다 하야타라는 새로운 탐정이 나왔으니 『도조 겐야』랑 크로스 오버를 해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포스트 원본 출처 : https://blog.naver.com/naninkan/2218745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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