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감상문

보통 제가 소설을 읽을 때 장편보다는 단편소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미스터리 공포 소설이라도 장편일 경우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와중에 찾아낸 소설이 바로 이 『붉은 눈』이란 소설이었습니다. 뭔가 책 표지도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깔끔하게 예쁜 표지를 하고 있었는데요. 일단 미쓰다 신조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 셈이지만 슈카와 미나토처럼 일본식 기담 느낌이 나는 것도 많고 그 작품 세계에 흥미가 가게 되더라고요. 다만 제가 읽었던 기담 소설들은 좀 더 몽환적인 분위기와 엔딩이 많았던 데 비하면 이 <붉은 눈>에 실린 소설들은 그보다 더 섬뜩한 결말을 맞은 경우가 더 많았다는 차이가 있었지만요. 


1.

첫 번째 소설 '붉은 눈'은 책의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화자가 누군가에게 털어놓듯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시작되는데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화자와 같은 학교에 다녔던 마도 다카리라는 소녀. 초등학교 1학년 입장에서도 뭔가 그 여자애에게서 섬뜩함을 느꼈다고 하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소녀는 인간이 아니라 뭔가 요괴나 괴물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성인 마도부터가 魔道 혹은 魔導와 같은 한자로 대치되어 이름 전부가 마가 이끄는 길이 된다던가. 뭔가 느낌이 박쥐와 비슷했다거나 자신이 희생양으로 점찍은 인물의 집에 다가와 들여보내달라고 하고 허락을 하면 그 당사자가 죽는다거나 하는 것을 보면 유럽의 뱀파이어 전설하고 유사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끝내 그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다만 화자만이 무사히 재앙을 피했으나 아직 여운이 남았다는 식으로 끝나는 소설입니다. 


2.

두 번째 소설 '괴기 사진 작가'는 외국의 기이한 사직 작가의 소개에 이어 출판사의 편집부에서 일하는 주인공에게 다른 출판사의 직원인 여성이 다가와 심령 장소를 촬영한다는 모쿠노 요시미란 기묘한 사진가에 대해 알려주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미모의 출판사 직원으로부터 작가 정보를 인수한 주인공은 그의 집을 찾아가 그의 여동생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모쿠노 요시미는 죽었고 그 여동생조차 정상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겨우 그 집을 빠져나온다는 내용으로 오히려 작품 본편의 내용보다는 후에 부록처럼 실려있는 작가의 경험담이랄지 '괴담 기담ㆍ사제 1 옛집의 저주'가 더 흥미로웠던 생각이 들었어요. 이쪽 부록이 훨씬 더 괴담에 가까웠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3.

세 번째 소설 '내려다보는 집'은 화자가 어린 시절 마을에 있었던 이상한 폐가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귀신의 집이나 흉가는 원래 공포 소설이나 영화의 주요 소재이긴 합니다만 그 패턴이 크게 갈라져서 원래 멀쩡한 집인데 불행한 사고가 있은 이후 귀신이 출현하는 집이 되었다는 내용과 원래 장소 자체가 불길해서 저절로 불행을 부르는 장소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나누어지던데 이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흉가는 두 번째 패턴을 따르는 편입니다. 


화자는 친한 친구들과 친구의 어린 동생과 함께 그 집에 들어서게 되지요. 당장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거나 귀신을 목격했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 집에 들어선 아이들이 훗날 이런저런 사고를 당하면서 아이들에게 뭔가가 씌었다고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 소설 다음에 실린 부록 '괴담 기담ㆍ사제 2 원인'은 딱히 아무 잘못 없는 인물이 우연히 맞닥뜨린 사고를 시작으로 불행이 연달아 일어난다는 내용으로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더란 생각이. 


4.

네 번째 소설 '한밤중의 전화'는 구성이 특이한데 오로지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의 전화 통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니 화자 내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개 소설가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친구의 통화를 받은 주인공도 공포 소설가이며 대화를 통해 과거 친구들과 젊은 혈기에 심령 스폿에 들렸고 그 일 이후로 친구들이 불길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막판에 드러나는 반전 때문일지 책에 실린 소설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건 왠지 드라마 같은 영상으로 나와도 좋을 법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5.

다섯 번째 소설인 '재나방 남자의 공포'는 가장 긴 분량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주인공은 공포 소설가로 자신이 머물게 된 여관에서 한 노인과 만나 과거 박쥐 남자와 재나방 남자가 나타났다는 마을의 소문과 더불어 살인사건에 대해 추론을 펼치는 내용인데 추리소설처럼 진행되려나 싶다가도 결말에서 약간 으스스함을 남기며 마무리되지요. 부록 '괴담 기담ㆍ사제 3 애견의 죽음'은 현실적으로 부부의 착각에 가깝겠지만 나름 훈훈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 


6.

여섯 번째 소설 '뒷골목의 상가'는 뒤틀린 공간에 갇혀서 겨우 탈출하는 소년의 경험담인데 일본에서는 가미가쿠시 같은 전설도 있고 원래의 공간과 다른 차원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전해지는 저승이나 꿈처럼 다른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부록으로 실린 '괴담 기담ㆍ사제 4 찻집 손님'은 정신적으로 문제 있어 보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악의를 퍼뜨리는 사람을 목격했다는 이야기인지라 저주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그런 사람이 있다는 목격담만으로 굉장히 찜찜해지는 내용이지요.


7.

일곱 번째 소설 '맞거울의 지옥'은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중 거울을 다룬 소설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수많은 공포 괴담들 중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거울'인데 아마도 이것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쉽기 때문인가 싶어요. 화자는 호텔 세면실에서 한 남자를 통해 그 남자의 '동생'에게 일어난 거울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맞거울을 보고 그 안에 비친 모습을 세다 보면 그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나 사람을 끌고 가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동생은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어머니가 남긴 경대를 가지고 놀다가 그것을 목격하고 성격이 음울하게 변해버렸다는 것. 그리고 나이를 먹고 취직한 출판사의 사정이 안 좋아져서 스트레스를 받는 도중 문득 과거에 들은 맞거울 이야기를 떠올리고 다시 실험을 해보았다가 다음 날 심장마비로 사망을 했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읽으면 알 수 있듯 그 이야기는 동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자 본인의 이야기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화자는 그 남자의 유령에게 끌려갈 뻔하다가 간발의 차로 살아난다는 이야기.


8.

마지막 소설 '죽음이 으뜸이다 : 사상학 탐정'은 뭔가 시리즈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소설입니다. 사람에게서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앞으로의 미래에 있을 죽음에서 의뢰인을 살려주는 일을 하는 사상학(死相學) 탐정이 주인공입니다. 


단편집에서 대개 비슷하게 등장하는 점으로 대개 화자 혹은 주인공의 할머니가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있거나 중요한 암시를 해주는 역할로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서 주인공의 능력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설정이며 자신을 찾아온 이누마라는 손님에게 벌어진 일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약간의 반전이 있는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혼동하는 이야기나 가지 말라는 데 가서 털리는 이야기도 공포물의 주 소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누마 일행이 어린 시절 알던 수수께끼의 여자애가 언급되거나 하는 것 때문에 첫 번째 소설 '붉은 눈'과 연관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과거에 남을 괴롭혔으면서 그것을 묻어두고 반성도 안한 채 피해자에게 친한 척 하는 철면피스러운 인간들 은근히 현실에도 많아서 이 이누마라는 사람이 친구에게 원한을 사는 것도 좀 이해가 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현실에서 안 좋은 인연으로 얽힌 사람이 친한 척 접근하면 무조건 칼같이 끊어내야 재수 없는 일에 얽히지 않는 법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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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원본 출처 : https://blog.naver.com/naninkan/221943128836

[소설] 미쓰다 신조 단편집 '붉은 눈' 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