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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하얀 마물의 탑』감상문

by 01사금 202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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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미쓰다 신조의 신간 소설 『하얀 마물의 탑』을 완독했습니다. 미쓰다 신조의 신간 소설이 나왔다는 건 언니의 연락을 받고 알게 되었는데요. 저번에 소장한 『우중괴담』도 그렇고 틈틈이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 새로 번역된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독서량이 줄어서 그런 건지 『하얀 마물의 탑』은 조금 시간이 걸려서 접하게 되었다는 느낌. 어쨌든 『하얀 마물의 탑』도 기대를 품고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하얀 마물의 탑』은 저번에 리뷰했던 『검은 얼굴의 여우』의 주인공 모토로이 하야타가 등장하며 도조 겐야 시리즈처럼 모토로이 하야타가 괴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말하자면 일종의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물.


두 시리즈 다 일본의 침략전쟁 직후 시대 배경으로  『검은 얼굴의 여우』는 주인공이자 탐정 역할을 맡게 된 모토로이 하야타가 검은 여우신이 나타난다는 탄광에서 조선인 강제 징용과 얽힌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2차 대전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의 비극을 다루는 소설이라면, 이번  『하얀 마물의 탑』은 미쓰다 신조의 특기인 일본 지방의 폐쇄적인 시골과 그곳에 자리 잡은 신앙을 두려운 요소로 그려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검은 얼굴의 여우』가 전쟁이라는 시대적인 배경과 깊이 얽힌 비극이라 검은 얼굴을 한 여우신이 사건을 가리는 요소에 가까웠다면  『하얀 마물의 탑』은 전쟁 직후라는 배경이 나름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좀 더 전통적인 신앙을 중심으로 내용이 돌아간다고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소설  『하얀 마물의 탑』은 주인공 모토로이 하야타가 등대지기에 임하게 된 과정이라던가 일본에 등대가 어떤 식으로 생겨났는지 그 변천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많아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모토로이 하야타를 비롯한 사람들이 전쟁 직후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모습이 많아 좀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요. 도조 겐야 시리즈나 작가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괴이 소재에 흥미를 갖고 접촉하거나 어떤 운명적인 끌림을 주체 못 하고 사건에 접근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모토로이 하야타가 속한 시대를 고증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을 듯하네요.


이번 소설에서 두려운 존재로 등장하는 건 모토로이 하야타가 부임하게 된 등대 '고가사키'와 구지암이라는 절벽 근처에 나타난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존재로 그 지역 이름으로 '시라몬코'라고 불리며 신으로 받들여진다는 괴물입니다. 1부라고 구분 지을 수 있는 전반부에는 모토로이 하야타가 고가사키 등대를 찾아가면서 그 지역 숲에서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쫓기는 기이한 경험담과 마을 사람들이 꺼리는 하얀 집에서 살고 있는 노파와 손녀, 백녀라고 불리는 시라쿠모와 손녀 하쿠호와의 기묘한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라고 구분 지을 수 있는 후반부는 고가사키 등대에 20년 만에 다시 부임하게 된 등대장이자 선임인 이사카 고조가 모토로이 하야타에게 들려주는 괴이 체험담으로 이루어져 있고요.


과거 이사카 고조는 고가사키 등대에 부임하면서 모토로이 하야타와 유사한 괴이 체험을 겪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고가사키에 막 부임했던 젊은 이사카 고조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숲 위에서 춤을 추는 하얀 존재(시라몬코)를 목격하고, 등대에서 일할 때 자신을 지켜보는 하얀 것에 시달리던 와중에 자기를 짝사랑하는 마을 신사의 딸 미치코를 만나 그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가 새로 부임한 곳에서도 시라몬코와 유사한 존재가 나타났고, 그 시라몬코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어린 아기였던 딸 하나미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시간이 지나 이사카 고조는 부인 미치코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이에 모토로이 하야타는 자신이 들은 걸 토대로 마지막에 자신이 추리한 바를 말하게 되지요.


재미있는 점은 여기서도 중요한 인물의 정체는 실은 다른 인물이라는 트릭이 쓰이고 있으며, 소설을 자세하게 읽어보면 이런 반전에 대한 복선을 구석구석 심어놓은 걸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또한 주인공들이 괴이 사건을 밝혀내려고 하다가 자신 역시 괴이한 사건의 일부가 되는 구도 역시 등장하는데 소설 말미에 모토로이 하야타는 등대지기 일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지만, 그에게 달라붙은 초자연적인 현상은 이제 시작이라는 여지를 주더라고요. 이사카 고조와 모토로이 하야타를 괴롭히던 존재는 그들을 기다리던 여자들의 연심 혹은 집착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여자들이 그토록 그들에게 집착한 이유는 시대적인 이유로 여자들 혼자서는 자기 운명을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포스트 원본 출처 : https://blog.naver.com/naninkan/22320427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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