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인생수업』 감상문

『서유기 인생수업』은 소설 『서유기』의 주요 인물 손오공,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의 캐릭터 성격과 그들의 상징, 의미, 포지션을 분석해서 일종의 처세술 내지 자기개발서와 유사한 형식으로 내놓은 책이라 보이더군요. 유명한 고전소설들이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을 분석하여 처세술, 자기개발서, 심리분석 등으로 다양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유기』는 인지도에 비하면 그런 종류의 책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번에 접한 책이 신기했을 정도.

이 책이 중요했던 이유에는 목차에 손오공, 삼장법사, 저팔계만이 아니라 사오정까지 그 성격과 성향을 자세하게 다뤄주고 있기 때문에  『서유기』에서 사오정 최애인 내가 사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분명 <서유기>에서 사오정은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중에 하나임에도 과묵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라는 점 때문에 그 위치가 무시되거나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는 안타깝게도  『서유기』 소재의 2차 가공작들만이 아닌 서유기를 분석하고 연구한 서적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유기』 백회본을 자세하게 읽어본다면 사오정 역시 할 때는 하는 인물이며, 언제든 흩어지기 쉬운 삼장법사 파티에서 스승의 곁을 충실히 지키고 사려 깊고 논리적인 말로 두 사형을 붙들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세 명의 캐릭터 사이에서 가장 차분하고 선량한 모습을 보여주는지라 읽으면서 가장 호감이 가던 캐릭터였습니다. 이 『서유기 인생수업』에서 그런 점을 놓치지 않고 자세하게 다뤄주고 있어서 사오정 최애 입장에선 고마울 정도였다고 할까요?


일단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소설  『서유기』 속 네 주인공을 회사의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고 - 삼장법사 진현장 = 진과장, 손오공 = 손부장, 저팔계 = 돈대리, 사오정 = 오주임 - 이 네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포지션을 맡고 팀을 이끄는 타입인지 분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념은 강하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쉽게 약해지는 진과장과 의지와 명예욕이 강하고 한번 했다 하면 해내는 손부장, 포기가 빠르고 욕심 많지만 잔머리가 있고 인간미를 갖춘 돈대리, 묵묵하게 자기 일을 맡으면서 주변 사람들을 중재할 줄 아는 오주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도 이 책의 분석은 예전에 봤던  『서유기』 관련 서적에서  『서유기』를 일종의 한 사람의 구도, 내지 성장을 다룬 심리극으로 해석했을 때 그 위치가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한 의지와 책임감, 불의를 용서하지 못하며 그 때문에 불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성질을  손오공이, 고결함과 종교적인 신념을 갖췄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나약해지는 성질을 삼장법사가 가져갔고 나머지 인간적인 성격을 다른 인물들이 나눠가졌다는 해석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삼장법사 일행을 덮치는 요괴들은 외부적인 압력이면서 동시에 내부적인 야만/야수성으로 해석도 될 것 같고요.


그 해석에 따르자면 『서유기』는 인간의 강함과 약함, 고결함과 부족함이 서로 다투며 구도에 이르는 자세를 크게 비유하는 소설로도 볼 수 있으며, 또한 『서유기 인생수업』과 같은 서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 현실의 인간들이 한 가지 목적으로 뭉쳤을 때 각각 나누어야 할 포지션과 그에 따라 드러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비유하는 구도일 수도 있습니다.  『서유기』 속 주인공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판타지지만 그들이 각기 가진 성격과 장단점은 현실에서도 볼 수 있으며, 신마소설(神魔小說)로 분류되는 이  『서유기』는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성격을 아주 잘 담은 작품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