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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노조키메』 감상문

by 01사금 2023.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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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소설 『노조키메』는 표지에 음산하면서도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소설의 제목인 『노조키메』는 여자아이 귀신을 칭하는 이름이려나 추측을 하면서 책의 서장을 열었습니다. 뭐랄까 미쓰다 신조의 소설들은 흡입력도 흡입력이지만 막판에 반전을 상당히 마련해 두기 때문에 그게 궁금해서라도 책을 손에서 못 떼게 한달까요? 적당히 여유 있게 끊어가면서 읽자고 생각한 것이 결말이 궁금한 나머지 단숨에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책의 시작은 괴담과 기담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고전 작가들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는데  『요재지이』를 쓴 중국의 포송령이라던가 일본의 에도 시대에 괴담을 수집하여  『미미부쿠로』라는 책을 쓴 네기시 야스모리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요재지이』는 이미 유명하여 알고 있었지만  『미미부쿠로』 역시 현대의 일본 공포 드라마나 공포 만화에서 한 번쯤 이름이 등장하여 자세한 부분은 몰라도 그 이름만은 본 적 있었는데 설마 이 '노조키메'에서 그 설명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여간 이런 작가들처럼 작자-미쓰다 신조라고 해도 될까요? 정확하겐 기존의 미쓰다 신조 시리즈와 일치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역시 공포담을 수집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며 동시에 자신이 전해 듣게 된 두 편의 기이한 경험담에 대해서 풀어놓기 시작하지요. 하나는 자신과 취향이 비슷하여 친구가 된 초등교사 토쿠라 시게루로부터 들은 그의 대학생 시절 저택 알바를 하면서 겪은 기이한 체험담이며 하나는 역시 비슷한 장르를 다루는 라이터 나구모 케이키가 민속학자 아이자와 소이치의 대학생 시절 경험을 담은 기록 노트를 훔쳐 오게 된 사연입니다.

 


 

영화 『노조키메』 포스터.




- 소설  『노조키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2016년에 개봉했습니다만 평 자체는 좋지 못한 모양. 아무래도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모양이네요. 소설의 참신한 소재를 생각하면 굉장히 아쉬운 부분.

 





두 번째 경험담 같은 경우는 나구모 케이키가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노트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았기에 왠지 양심에 걸린 글쓴이는 민속학자 아이자와 소이치에게 노트를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이자와 소이치가 죽게 되자 그의 유언으로 그의 경험담을 기록한 노트를 다시 그가 물려받게 되었고 그 노트를 읽으면 무언가가 엿보러 오게 된다는 나구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읽게 되지요.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이 먼저 수집한 토쿠라 시게루의 경험담이 있었던 배경과 노트의 배경이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두 가지 형태의 이야기 첫 번째 「엿보는 저택의 괴이」와 「종말 저택의 흉사」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이는 기존의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처럼 각각 다른 기록물이 등장하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라도 그 분위기가 달라 다른 괴이담을 읽어가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엿보는 저택의 괴이」가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우연찮게 그 지역에서 금기시되는 곳에 들어가면서 호되게 곤욕을 치르는 어찌 보면 현대의 괴담이나 공포물 같은 느낌을 준다면 「종말 저택의 흉사」는 일본의 폐쇄적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기이한 전설과 풍속을 다뤄 뭔가 일본 특유의 고전적인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여기서 두 이야기를 관통하게 되는 것은 '노조키메'라는 기이한 존재, 금기를 어긴 존재라고 해야 할지 그런 인간들을 징벌하는 목적인 것처럼 찾아오는 존재인데 실제로 이 노조키메는 인간을 직접적으로 응징하는 역할은 아닙니다. 이것이 지방 특유의 미신적인 신앙과 과거 일어났던 안타까운 사연이 합쳐져 탄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 그렇듯인 초자연적인 현상과 배경을 뒤로하고 분명 인간이 원인이 되어 저지르는 일 '살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막판 종장에 다가서면 초자연적인 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인간이 저질렀을 법한 일에 대해선 미스터리가 풀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사연을 보았을 때 분명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소설 상에서 묘사되는 이 노조키메는 잘못을 저지른 인간을 구석에서 쳐다보기만 할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존재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나 혹은 죽은 자든 산 자든 누군가의 시선을 견디는 것은 사람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라 결국 이 노조키메를 목격한 사람은 미쳐서 죽어버린다고 하던데 이는 어찌 보면 모난 존재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 단순 일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폐쇄적인 곳이라면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폭력적인 시선에 대해서 은유하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 참 쓸쓸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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