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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우중괴담』감상문

by 01사금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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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 좋아하는 공포소설가입니다. 단편집인 『붉은 눈』을 시작으로 그 독특한 소설 세계 - 작가가 소설 속의 화자로 등장하며 작중 이야기가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 이른 바 '작가 시리즈' - 에 반하여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독서 자체가 드물어진 것도 있고, 교보문고에서 미쓰다 신조를 검색하면 다른 작가들의 단편과 같이 엮인 단편집을 제외하고 신간이 없어서 잠시 잊어두고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미쓰다 신조의 신간 『우중괴담』은 11월 초에 발간된 것인데, 이 공모작이 아니었더라면 찾아볼 생각도 못 했겠네요. 어쨌든, 미쓰다 신조의 신간을 확인하자마자 망설일 것도 없이 주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작가 시리즈인 것은 동일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은 장편보단 단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우중괴담』이 더 반가웠던 건지도 모릅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완독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지만 하루에 절반씩 거의 이틀 만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게 될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실려있는 단편은 총 다섯 편으로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각기 다른 다섯 사람을 통해 괴이한 일을 듣고 그것을 정리하여 이야기로 엮었다는 설정은 같습니다. 다만 단편들을 보면 그동안 미쓰다 신조의 소설 세계에서 보았던 설정이나 소재의 파편이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공포소설이라면 이런 분위기를 원해서 읽는 것도 있고, 어쩌면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의 괴담, 공포의 근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계속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각각 단편을 읽으며 느낀 짤막한 감상입니다.


첫 번째 단편 「은거의 집」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읽다 보면 공포의 주체가 되는 것이 보통 무슨 용도로 지어졌는지 알 수 없는 '건물'과 혈통으로 이어지는 '저주', 그리고 행방불명(가미카쿠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은거의 집은 작가가 한 남성으로부터 그가 어린 시절 찾아간 독특한 양문형 집에서 겪은 기이한 경험을 옮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아직 일곱 살이 되지 않은 남자아이로, 정확하게 암시되지는 않으나 그의 어머니 쪽 혈통으로 이어지는 저주를 받았다는 게 드러납니다. 이 저주는 위의 누나나 여자 형제들에게 적용되지 않고 오로지 남자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던데요.


여기서 그를 돕는 역할인 할머니(친할머니가 아님)는 일곱 살까지 주인공에게 다른 이름을 쓰라고 하며 문제의 집안에서 생활하되 다른 존재가 말을 걸어도 무시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립니다. 참고로 이 할머니는 주인공의 집안과 엮여있는 영능력자 비슷한 존재로 보이던데, 아무래도 이 단편은 어린아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다하는 클리셰에 가까운 존재라 결말까지 가면 약간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특히 주인공을 도우려다 행방불명된 가장 큰 조력자를 보면요.


두 번째 단편 「예고화」


이 단편은 작가가 아동심리분석용 그림 서적에 실려있는 아이들의 기묘한 그림, 마치 자신의 질병이나 사고를 예상한 것처럼 그린 그림 '예고화'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경위를 밝히고 그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남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단편입니다. 소설 속에서 설명하는 '예고화'에 대한 연구나 분석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의 초반부에 실려 있는 사례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어요.


다만 본격적인 단편에 실린 내용은 미래를 예지하는 그림이라기보단,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남자아이가 미워하는 대상을 자신의 그림으로 저주하는 내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아이가 영악한 짓을 벌인다고 해도 결국 더 저질스러운 건 어른이라는 반전이 있었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실려있는 단편 중에서 기존에 본 미쓰다 신조의 소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라고 생각을 했는데 특정한 존재가 갑자기 '행방불명'된다는 법칙은 적용되었네요. 다만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지.


세 번째 단편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네 번째 단편과 함께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단편소설입니다. 이 단편은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친분을 갖고 있는 기성 작가의 경험담을 허락을 받고 옮긴 것이라고 설명이 나오더라고요. 경험을 한 작가가 직접 글로 쓰려고 하니 당시의 공포 분위기가 묘사되지 않아 공포소설가인 미쓰다 신조에게 소설화를 맡긴 거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처음엔 작가들마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건가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다 읽으니 왜 이 내용이 작가 시리즈의 미쓰다 신조에게 왔느냐 설명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작가(미쓰다 신조 말고 단편 속 주인공인 작가)가 막 데뷔를 하여 생활비가 필요했을 무렵, 경비원 연수를 받고 일을 하게 된 곳은 하필이면 정체가 수상한 신흥 종교 집단의 건물. 그 건물에는 불교의 십계 세계관(지옥계, 수라계, 인간계 같은 것)을 묘사한 오브제가 전시된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포함하여 주인공은 다른 동료 경비원과 함께 야간 경비를 서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의 오브제가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그림자와 소리, 그리고 자신을 쫓아오는 어떤 '존재'를 느끼며 공포에 질리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결국 견디다 못한 주인공은 일을 그만두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문제의 신흥 종교집단이 어떤 존재인지, 공원에 전시된 오브제는 어떤 용도이며 그것이 어떤 존재를 불러들였는지는 소설 속에서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사람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만들거나 특정 인물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이 암시되어 있는데 그 존재가 왜 그러는 건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아 미스터리와 함께 궁금증을 증폭시킵니다. 다음 네 번째 단편도 마찬가지.


네 번째 단편 「부르러 오는 것」


작가가 어떤 여성이 젊은 시절 겪은 일을 소설로 옮긴 것으로, 세 번째 단편과 비슷하게 사람을 홀리려 하거나 인간에게 들러붙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 그가 가진 의도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는 않아 답답함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런 미스터리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만이 아니라 일본 괴담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사례이기도 해요. 혈통으로 이어지는 저주라는 속성도 존재하고요.


이 네 번째 단편소설은 세 번째 단편과 비슷하게 사람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떤 무서운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첫 번째 단편처럼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경고를 제대로 기억하지 않고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저주를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클리셰도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아픈 할머니 대신 어떤 '집'에 향전을 올리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그녀를 태워주게 된 마을 노인과 주인공보다 먼저 그 집에 도착한 여성은 그녀에게 다른 사람에게 말은 걸지 말고 할 일만 끝내면 바로 집을 나와야 한다고 경고를 합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경고가 여러 차례 등장하며 중요함을 어필하더라도 주인공이 끝내는 그것을 어겨야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해요. 공포물의 필연적인 법칙이지만, 만약 이 단편이 영상화가 되었을 경우 사람들이 주인공더러 답답하다던가 모질이라던가 비판을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필이며 그 피해가 저주를 피할 수 있던 할머니와 저주와 관계없던 어머니한테 미쳤고 심지어 앞으로 태어날 딸한테도 가게 생겼으니... 


반면 소설 초반부에 실린 작가가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이웃집 부부의 경험담은 인과가 확실하고 현실 범죄에 가까운 내용이라 다른 의미로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유부녀한테 집적대는 집주인 때문에 헛소문 내고 다른 데로 이사 간 세입자 이야기는 어떤 의미에서 초자연을 넘어선 공포였습니다. 하필이면 그 이야기의 진실을 알려준 게 경찰 출신이었던 아버지라는 것도 미묘하고요. 어떤 의미에서 '유령은 없다'라는 말을 강조하는 아버지를 통해 소설의 내용은 소설로 받아들이라고 작가가 직접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단편 「우중괴담」


소설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단편이며, 이 단편집을 개별적인 이야기가 아닌 하나로 엮여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완결을 내주는 단편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과거 자신과 함께 일한 적 있던 북디자이너 '마쓰오'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게 되는데요. 거기서 그가 경험한 기이한 이야기, 마을 숲에 있는 정자에서 어떤 노인, 여자아이, 아이의 아버지(동시에 노인의 아들)를 만나 그들로부터 괴담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 과정을 털어놓게 됩니다.


기이한 것은 괴담이 괴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쓰오가 괴담을 듣게 되면서 그의 주변 이웃 사람들이 크건 작건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작가는 마쓰오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온 '존재'들의 목적을 추리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왠지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추리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구석도 있었어요. 다만 소설의 장르가 공포/미스터리다 보니 이 <우중괴담>의 결말 또한 미스터리로 끝나며 괴담을 가까이하는 자는 그 역시 괴담이 된다는 작가 특유의 클리셰가 돋보이는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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