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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서유기 해석 - 손오공과 가짜 손오공의 싸움

by 01사금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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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흉내를 내며 삼장법사를 공격한 가짜 손오공의 이야기는  6권 제56회-제58회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손오공의 모습을 흉내 내어 서천으로 향하는 그의 임무까지 가로채려던 가짜 손오공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귀 여섯 개 달린 영물 원숭이 육이미후(六耳獼猴).

예전에 손오공의 파문 관련 에피소드에서 다룬 것처럼 육이미후가 날뛰게 된 계기는 손오공이 도적들 상대로 살생을 저지르면서 그것의 삼장의 분노를 사서 파문을 당해 일행 사이에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 

만약 손오공이 얌전히 삼장법사의 곁을 지켰더라면 평소 그의 능력을 살펴보았을 때 육이미후같은 영물 원숭이라 할지라도 쉽게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두 번째 파문 에피소드에서 손오공은 본래 가진 분노와 요괴로서의 성미를 못 이기고 자신 입장에선 한낱 인간들일 뿐인 도적들 상대로 과한 살육을 저질렀고 결국 그 행동은 삼장은 물론이거니와 그 동생들까지 감싸주기 어려웠던 실책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짜 손오공 = 육이미후와 손오공의 대립은 "손오공이 가진 그림자를 해소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요.

또 하나 눈여겨볼 점으로는 이 가짜 손오공 에피소드에서 손오공의 사명과 삼장법사의 사명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째서 손오공이 아닌 (작품 상) 민폐 덩어리 삼장법사가 진경을 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

소설 '서유기' 6권의 한 장면,  가짜 손오공과 사오정의 대화 부분에서 자세하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것 봐, 착한 아우님! 자네 그 말씀 내 비위에 정말 안 맞는구먼. 내가 당나라 스님을 때리고 봇짐을 빼앗은 까닭은 딴 게 아닐세. 내가 서방 세계에 함께 가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요, 또 내가 이 땅에 살기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라네. 내가 지금 이 통관 문첩을 두 번 세 번 거듭해서 자세히 읽은 뜻은, 나 혼자 서방 세계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여 동녘 땅에 바치고, 나 혼자 공덕을 이루어서 저 남섬부주 사람들이 나를 조상으로 받들어 자손만대에 내 이름을 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네, 어떤가?"

사화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큰형님, 그 말씀은 틀렸소. 처음부터 우리 목적에는 '손행자가 경을 가지러 간다'는 말이 없었소. 우리 여래부처님께서 삼장 진경을 만들어 놓으셨을 때에는 애당초 관음보살님을 시켜 동녘 땅에 가서 경을 가지러 갈 만한 사람을 찾아보게 하셨고, 또 관세음보살님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우리 사부님을 골라 떠나보내셨소. 그리고 우리 세 형제에게는 천산만수 우여곡절을 고생해가며 여러 나라를 돌고 돌아 경을 가지러 가는 그분을 보호하도록 안배해놓으셨소. 그때 보살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형님도 잘 아실 거요.

'경을 가지러 갈 사람은 바로 여래님의 문하 제자로 법호가 금선장로였다. 그런데 그분이 부처님의 강론을 듣지 않은 까닭으로 영산에서 추방당하여 동녘 땅에 환생하셨기 때문에, 그분으로 하여금 서방 세계의 정과를 얻고 다시 한번 대도(大道)를 닦게 하셨다…….'

그리고 도중에 온갖 마귀 요괴들의 장애가 있기 때문에, 우리 세 사람을 해탈시켜 그분의 호법 직분을 다하도록 배려하신 게 아니겠소? 일이 모두 이렇게 정해져 있는데, 이제 만약 형님이 당나라 스님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어떤 부처님이 큰형님에게 경을 전해주려 하시겠소? 그건 오히려 공연한 헛수고요. 아무리 애를 써봤자 모두가 소용없는 일이 아니겠소?"

(대산세계문학총서 '서유기' 6권 p.244-255)



정확하게는 서유기의 모티브 자체가 현장 삼장이 좀 더 정확한 불교 경전을 구하기 위해 서천행을 감행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 '서유기' 역시 그 사실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손오공의 모델인 소그드인 석반타는 중도에 사라진 인물.)

'서유기'의 설정 속에서도 손오공을 비롯하여 저팔계와 사오정, 옥룡삼태자(용마)는 잘못을 저지르고 추방당했으나 관세음보살을 만나 불교에 귀의할 수 있었고, 그때 귀의하는 조건으로 진경을 찾아떠나는 삼장법사를 보호하겠다는 조건을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삼장법사가 민폐에 발암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하지만, 진경을 찾아떠나는 사명이 삼장법사에게 주어져 있고 손오공이 그것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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