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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서유기』 10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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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연구회측의 『서유기』 드디어 마지막권입니다. 『서유기』 내에서 워낙 날고 뛰는 요괴들은 앞권에서 다 나왔고, 이제 천축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10권의 내용 자체로만 보면 그 임팩트는 타 에피소드에 비하면 떨어져요. 그래서 재미도 한풀 꺾이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종장이고, 그것이 나름 감동이라 중요합니다. 옥화현을 떠난 삼장법사 일행은 천축국 바깥고장 금평부에 있는 자운사라는 절에 머물게 됩니다. 그놈의 세 형제 얼굴 이야기는 『서유기』가 끝날 때까지 빠지지 않는데 왠지 이것은 삼장법사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위해서라는 생각도 들어요. 보면 삼장법사는 잘생겼다고 외국사람들마저 감탄하며 친근감을 비추거든요. 여자요괴들이 꼬이는 이유도 그가 어릴 적부터 수양을 하면서 몸안에 쌓은 원양정기를 노린 탓도 있지만 그 외모 탓도 큰 듯.

자운사가 속한 마을에는 정월에 기름을 바치는 행사를 벌이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세마리 코뿔소 요괴가 부처 행세를 하는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되풀이한 것. 부처님 소리를 듣자 사람들이 바람이 심하게 불어 위험하다고 만류해도 직접 뵈야 한다며 삼장이 고집을 부리다가 요괴들한테 납치되고 요괴란 것을 단박에 알아챈 손오공은 뒤를 쫓다가 양 세마리를 몰면서 삼장의 운세를 펴는 행동을 하는 사치공조에게서 요괴의 정체가 청룡산 현영동의 코뿔소 요괴 벽한/벽서/벽진대왕이라는 사실을 듣습니다. (이 이름은 다른 번역본에서 피한/피서/피진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앞이름의 한자 辟가 피라고도 읽히고 벽으로도 읽히기 때문) 동생들을 데리고 요괴의 동굴에 쳐들어가 싸움을 벌이지만 도리어 동생들마저 잡히고 하늘에 구원병을 청하러 가는데요.

태백금성은 요괴의 정체와 요괴를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이십팔수 사목금성 - 교룡 각목교, 삽살개 두목해, 이리 규목랑, 들개 정목안(문지사판에서는 이무기 각목교, 사냥개 두목해, 이리 규목랑, 들개 정목한)이라 알려주고 오공은 그들을 데리고 요괴 소굴로 쳐들어갑니다.

한번 이겼던 모양인지 자신만만했던 세 요괴는 사목금성을 보고 기겁하여 도망치는데 두목해와 규목랑이 잡요괴들을 쓸어버리고 잡힌 삼장일행을 풀어줍니다. 여기서 사오정이 먼저 그들에게 고맙다 인사하는데 아무래도 전생에 권렴대장이었던지라 이십팔수와 잘 아는 사이였거나 황포요괴 편에서 규목랑과 꽤 얽힌 바가 있던지라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나머지 별신에게 쫓기던 코뿔소들은 서해로 도망치고 서해 용궁의 존재들이 요괴를 감지, 마앙태자가 군사를 이끌고 요괴를 포위합니다. 그와중에 이성을 잃었는지 정목안이 들개의 본체를 드러내 벽한대왕을 물어뜯어 죽이지요. 이놈의 고기는 전리품으로 마앙태자에게 넘겨지고 나머지 두놈은 손오공 일행에게 끌려가 금평부 사람들에게 전말이 까발려진 뒤 참수당합니다. 코뿔소의 뿔은 잘려 네개는 사목금성이 천계에 보고를 위해 가져가고 나머지 두개 중 하나는 금평부 창고에 더 이상 기름을 착취하지 않는다는 징표로, 하나는 부처님께 손오공 일행이 바치기 위해 가져가게 되지요.

금평부 사람들을 평온하게 한 다음 이야기는 천축국에 도달하여 삼장이 공주 배필로 낙점되는 내용입니다. 포금선사에 머물게 된 삼장일행은 절 앞에 최근 지네요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에 다음날 아침 떠나기로 하는데 절의 주지가 1년 전 바람에 쓸려온 천축국 공주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참고로 여기 주지와의 대화에서 삼장의 나이가 마흔 다섯이라는 게 드러나요. 주지는 혈기왕성한 승려들에게 해를 입을까봐 빈방에 여자를 가두고 요괴라고 소문을 퍼뜨린 후 접근을 막고 성으로 돌아가 공주에 관련된 일을 조사했지만 아무 이상한 일이 없자 이상하게 여겼으므로 삼장일행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인 것 알아챈 주지가 조사를 부탁합니다. 조사도 할겸 통행증명서를 얻을 겸 성으로 들어간 삼장법사는 공주가 배필을 구하기 위해 공을 던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구경하다가 그의 원양을 노린 옥토끼 요괴의 소행에 의해 공을 맞아 배필로 낙점됩니다. 왕은 처음엔 탐탁치 않아하다가 공주가 간절히 혼인을 원하자 삼장의 의사를 무시한채 결혼을 추진하려 하지요. 오만한 왕족이 나중에 겸손해지는 게 서유기 법칙인지라 삼장을 탐탁찮아하던 왕도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기겁하고 그들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데서 놀라 삼장을 귀인으로 모시는데요.

여기서 일단 삼장은 여인국 때처럼 혼인을 받아들이는 척하고 몰래 동행한 오공이 요괴의 정체를 가려내는데 성격이 급한 편이므로 바로 공격에 들어섭니다. 옥토끼요괴는 옷과 장식물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절굿공이를 들고 공중에서 오공과 싸우다 도망치지요. 토지신을 닥달하여 요괴가 숨은 곳을 찾아낸 오공이 요괴를 끝장내기 직전 달의 광한궁 주인 태음성군과 항아선녀들이 나타나 옥토끼를 거두어갑니다. 전생에 옥토끼가 소아선녀에게 한대 맞은 원한으로 공주행세 한 것임을 밝히고요. 진짜공주가 포금선사에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재회하게 되고 손오공이 지네가 들끓는 산의 이름을 바꾸고 큰 수탉 수천마리를 풀어놓으면 지네가 사라질 것이라 건의하고 왕이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천축국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는 서유기 내에서 제일 짜증나는 구원외 일가 이야기입니다. 승려 만명에게 보시하기 위해 승려들을 대접하던 구원외라는 양반이 삼장일행이 떠나고 난 뒤 도적들 습격을 받아 급사하자 뭣같은 그의 부인이 삼장일행을 화풀이로 도둑으로 몰아 고소하거든요. 때마침 지나가던 도적들을 잡고 장물을 구하여 돌려주려고 방향을 튼 삼장일행이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는데 뇌물을 요구하던 옥졸들이 꺼낸 통행증명서를 옥사장이 보고 그들이 범상치 않은 걸 눈치챕니다. 손오공은 누명을 풀기 위해 옥을 빠져나와 장례식장에서 구원외의 혼령으로 분해 가족들을 야단쳐 고소를 취하하게 하고, 사건을 담당하던 자사가 큰아버지에게 제를 지내는 것을 보고 큰아버지의 혼령으로 분해 그를 꾸짖고, 사건과 관련된 관리들을 찾아가 거대한 불상으로 분하여 관리들에게 사건을 제대로 풀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결국 삼장일행은 풀려나고 손오공은 진상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삼장의 말에 저승을 찾아가 구원외를 만나는데 지장보살이 그가 평소 보시를 베푼 착한 사람이라 원래 수명에 십이년을 더해줍니다. 구원외가 살아나자 삼장일행이 무고한 누명을 썼다는 게 확실해져서 무사히 풀려나지요. 수호지 인간들만큼이나 짜증나는 구원외 이야기가 끝나면 드디어 삼장일행이 부처를 만나게 됩니다.

삼장을 줄곧 기다렸던 금정대선을 만나 그에게 공양을 받고 접인불조의 배를 타서 능운도를 건너며 삼장이 인간의 태를 벗어나고드디어 부처를 배알하여 아난과 가섭에게 경을 건내받다가 보답문제로 무자진경 소동이 벌어져 황제에게 받은 자금바리때를 대신 주는데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에선 이 부분을 저작권 비슷한 개념으로 현대적으로 잘 표현했다지요. 그리고 팔대금강의 구름을 타고 당으로 회귀하는데 이때 고난의 수가 하나 부족하다는 관음보살의 지적에 통천하에 떨어집니다. [참고로 삼장의 겪는 고난의 수를 묘사하는 시에서 약간 오류라 보이는 것이 홍해아가 호랑이요괴라고 나와있음] 거기서 자라의 부탁을 완수하지 못한 탓에 앙갚음으로 물에 빠지는 바람에 진경이 다 젖어서 말리다가 그것을 뺏으려는 마귀들에게 하루 시달리고 바위에 페이지 하나가 붙어서 찢어집니다. 그와중에 오공일행이 구해준 통천하 진가장 사람들을 만나 환대를 받기도 하고 그들 몰래 빠져나가는데 삼장일행을 더 대접못한 것에 아쉬워하던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기린 사당을 찾아와 원하는 일이 있을때마다 기원제를 올렸다는 후일담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삼장일행은 다시 팔대금강의 구름을 타고 당나라로 도착하여 황제를 만나 경전과 그동안 겪은 일들을 전하고 제자들을 소개시킨 뒤 원래 자란 홍복사 승려들과 재회합니다. 여기서 통행증명서에 기록된 지명 이름들은 보상국, 오계국, 거지국, 서량녀국, 제사국(제새국), 주자국, 비구국, 멸법국, 봉선군, 옥화주, 금평부 이렇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황제의 요청에 따라 불경을 강론하려던 차에 팔대금강이 삼장일행을 불러 일행은 구름으로 뛰어오릅니다. 그자리에 있던 당나라 사람들은 놀라 절을 올리며 불경을 널리 전하게 되지요. 영취산으로 돌아간 일행은 각각 전단공덕불[삼장], 투전승불[손오공], 정단사자[저팔계], 금신나한[사오정], 팔부천룡[용마]으로 봉해지고 손오공이 긴고아테가 저절로 사라지면서 기나긴 이야기의 끝을 맺습니다. 여러번 기나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나갔는데, 만약 다른 번역본으로 책이 또 들어온다면 그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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