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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집』 감상문

by 01사금 202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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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소설들 중에서 재밌었다고 여겼던 것을 대표적으로 몇 개만 꼽아보면 일단 가장 먼저 접한 소설인 『백사당』으로,  『백사당』은 개인적으로 검은 형태의 여자 귀신이 희생자를 집요하게 쫓아오는 장면에서 꽤 무서웠다고 할까요? 그리고 몰입도가 가장 강했던 소설이 바로 『노조키메』이며, 결말의 참신함이나 여러 괴담들을 한꺼번에 접하는 구조를 가진 『작자미상』과 같은 작품들을 고를 수 있는데 이번에 소장하게 된 『괴담의 집』은 그 분위기가 『노조키메』와 『작자미상』을 한 데 합쳐놓은 듯한 분위기도 엿보였습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으레 미쓰다 신조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렇듯 작가와 이름이 같은 주인공 미쓰다 신조가 모 출판사 편집부 직원이자 학생 때부터 자신의 팬이었던 미마사카랑 청년과 만나 괴담과 공포 장르에 대한 이런저런 토론을 하다 그로부터 어딘가 유사성을 지닌 두 개의 기이한 경험담을 기록한 기록물을 접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야기를 끌어들이듯 미쓰다 신조는 두 개의 기록물과 유사한 기록물들을 더 얻어 가면서 이야기가 늘어나는데 제목답게 그 이야기의 공통점은 '집'에서 일어난 기이한 사건이라는 데 있지요. 책에 실린 기이담은 총 다섯 가지로 첫 번째 이야기 '어머니의 일기 - 저편에서 온다'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가족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경험과 실종 사건이 주 내용으로 그 분위기가 미쓰다 신조의 다른 작품인 '흉가'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소년의 이야기 - 이차원(異次元) 저택'으로 금기시된 곳에 어린 혈기로 발을 들인 소년이 겪는 무시무시한 경험담으로 일본 특유의 가미카쿠시 신앙이 결합된 내용이라고 할까요. 세 번째 이야기 '학생의 체험 - 유령 하이츠'는 소설 설정 상 인터넷 등지에 떠도는 이야기를 편집한 것이라고 나오는데 한 학생이 통학 차원에서 이사 온 건물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토대로 한 것으로 그 이야기가 다른 괴담들에 비교하면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을 줍니다. 



네 번째 이야기 '셋째 딸의 원고 - 미츠코의 집을 방문하고서'는 버블 경제 여파 이후 사이비 종교에 빠져버린, 정확하게는 모친이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어버린 셈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한 가족에게 일어난 무서운 비극을 다루고 있고, 다섯 번째 이야기 '노인의 기록 - 어느 쿠루이메(狂女)에 대하여'는 그동안 미쓰다 신조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 바 있는 일본의 전통적인 사회와 오래된 신앙의 파편을 엿보게 해 주는 내용으로 어찌 보면 앞의 네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괴이 현상 '그것'이라 불리는, 소설 속 묘사를 보자면 요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공통점과 의문점에 대해서 두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와 미마사카가 토론 끝에 미스터리를 풀어가는데요. 하지만 이번  『괴담의 집』은 미쓰다 신조들의 다른 전작들과도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 보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다른 소설들이 어느 정도 초자연 현상을 바탕으로 두긴 하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미스터리를 이용한 인간들이고 주인공들은 여러 단서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는 것이 중점이었던 것과 별개로 이번 소설에선 사건을 만든 것은 인간이 아닌 불가사의한 존재 '와레온나'입니다. 책의 표지에 그려진 얼굴이 갈라진 여자가 바로 그것이며 주인공들이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선 알아맞힐 수 있으나 그 존재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과 실종, 그 존재가 태어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여전히 알 수 없는 답으로 남아 상당한 미스터리를 남기는 것이 이번 편의 특징. 거기다 이 미쓰다 신조 시리즈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인물이 작가와 이름이 같고 마치 실존 인물의 경험담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진짜 있었던 일을 작가가 조사하여 독자에게 들려주는 것 같단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거기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참고 자료까지 마련해 놓는 정교함 때문에 자칫하면 순진한 독자는 작가의 술수에 넘어가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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