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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소설 속 BEST 에피소드 16

by 01사금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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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소설 속 에피소드 중에서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골라봤습니다. 간단하게 에피소드의 줄거리를 원작에서 나오는 순서대로, 좋아하는 이유와 에피소드만이 가진 특이점을 써봤습니다.
※ 포스트에 참고한 사진은 드라마 2010년 『절강판 新서유기』, 드라마 2011년도 『장기중판 新서유기』 일부 영상 캡처본입니다.



1. 과부와 세 딸로 변신한 보살들이 일행을 시험하는 이야기 (서유기 3권 23회)

사오정까지 제자로 거두어들인 삼장법사는 제자들과 함께 어떤 커다란 저택에 머물게 됩니다. 그 저택에는 과부가 세 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과부는 삼장에게 남편이 되어주길 청하고, 나머지 세 제자는 딸들의 남편이 되어주길 부탁합니다. 삼장법사와 오공, 오정은 거부의 의사를 밝히지만 팔계는 혼자 넘어가서 몰래 과부에게 데릴사위가 될 의향이 있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과부와 세 딸은 실은 보살들이 일행을 시험하기 위해 변신했던 것으로 혼자 유혹에 넘어갔던 팔계는 다음날 나무에 묶이는 벌을 받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는 재미도 재미지만, 오정까지 막 합류하여 주인공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뒤 벌어진 에피소드란 점이 재밌습니다. 이제 일행에 합류한 오정은 태연한데 반해 팔계는 혼자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요. 과부가 데릴사위를 청했을 때 팔계는 세 딸 중 하나만 고르기 힘드니 혼자서 세 딸의 남편이 될 수 있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장모인 과부까지 그냥 자신한테 시집오라는 말을 하여 보는 사람의 폭소를 유발합니다. 요괴도 사고도 등장하지 않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에피소드에요.

2. 보상국 공주를 납치한 황포요괴 에피소드 (서유기 3권 28회~4권 31회)

백호령이란 골짜기에서 오공은 요괴를 두 번 쫓아내고 마지막 세 번째에 요괴를 때려죽입니다. 하지만 요괴를 인간으로 착각했던 삼장법사는 오공의 처사를 잔인하다고 비난하며 그에게 파문장을 주고 쫓아내버립니다. 절망한 오공은 수렴동으로 돌아가고 남은 삼장일행은 길을 떠나는데 팔계가 시주를 얻으러 가고 오정이 팔계를 찾으러 간 사이 삼장은 요괴소굴을 절로 착각해 들어갔다가 황포요괴에게 붙잡힙니다. 그리고 황포요괴의 부인 백화수 공주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오고 보상국 국왕은 삼장이 전해준 공주의 편지를 받고 공주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오정과 팔계가 나서지만 결과는 역부족으로 결국 오공이 다시 나타나 요괴를 물리치게 되지요.

이 에피소드는 일행 중 가장 실력자인 오공이 파문이라는 극적인 사고를 통해 일시 퇴장합니다. 삼장 일행 최초의 내분이지만 동시에 다른 제자들의 활약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데 여기서 활약하는 인물은 바로 사오정과 옥룡삼태자입니다.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팔계라면 그에 대비되어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사오정으로 고향에 구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공주를 의심하여 죽이려드는 황포요괴에게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말을 꾸미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옥룡은 부마로 변신한 요괴를 물리치기 위해 어여쁜 궁녀로 변신하고, 용의 능력으로 물을 이용해 요괴의 눈을 속이는 등 술법을 보이고 공격하는 등 눈에 띄지 않는 일원들의 활약상과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하나 더 이 에피소드의 특이점으로는 요괴의 정체인데, 원래 하계에 속한 요괴가 아니라 천상에서 하강한 존재라는 겁니다. 1권에서 손오공과 맞서 싸운 천계의 별자리 이십팔수 중 하나인 규목랑으로 주인공 일행을 제외한 천계 출신인 요괴로는 처음 등장한 셈이며 후의 황미대왕 에피소드나 현영동 코뿔소 요괴 에피소드에서는 오공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등 다채로운 역할 변화를 보이기도 하지요.

3. 다섯 개의 보물을 지닌 금각은각 요괴 형제 에피소드 (서유기 4권 32회~4권 35회)

이 에피소드는 요괴가 하나가 아닌 형제 둘이 세트로 등장했다는 점이 특이점이며 '금각'과 '은각'이라는 대비되는 이름과 개성으로 독자에게 인상을 남깁니다. 거기다 요괴 형제는 삼장일행을 잡아먹기 위해 초상화까지 준비해두는 치밀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손오공을 꼼짝 못하게 만들기 위해 태산압정이라는 산을 옮기는 술법을 써 위기로 몰아넣는 극한 상황을 보여주기까지 하고요.  술법과 머리를 쓰면서 서로를 속이고 통수를 치는 요괴들과 손오공의 싸움과 저팔계가 만들어내는 코믹한 장면 그리고 손오공의 다채로운 변신술을 이용해 요괴들을 속여넘기는 등 유능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흥미진진한 상황으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이 에피소드의 독특한 점이라면 요괴 형제가 지닌 보물이 주요하게 쓰이는 것으로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상대방을 무조건 빨아들여 녹이는 보물 양지옥정병과 자금홍호로, 칠성검, 주문으로 상대방을 옭아매는 황금밧줄과 불을 일으키는 부채 파초선이라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이템이 다섯 개나 등장하며 이것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손오공과 요괴 형제의 싸움이 눈에 띄는데요. 결국 손오공이 일행을 구해내고 동생들과 함께 요괴 형제들을 물리친 뒤 다섯개의 보물까지 얻게 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면 에피소드의 결말로 금각은각 요괴 형제의 함정이 실은 삼장법사 일행을 시험하기 위한 관세음보살과 태상노군이 함께 준비한 계획이라는 조금 허무한 반전이었으며, 요괴 형제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의 정체는 태상노군의 시동이었던 금동자와 은동자라는 게 나중에 밝혀지고 마지막에 보물과 함께 동자들은 태상노군이 데리고 가게 됩니다.

4 . 오계국의 가짜 왕 노릇하던 청모사자 에피소드 (서유기 4권 37회~4권 39회)

이 에피소드는 오계국의 보림사라는 절에서 문전박대당하는 삼장 일행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특이하게도 서유기에 등장하는 엑스트라들도 다 하나같진 않아 어떤 인물들은 삼장법사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들이기도 하지만 박정하게 대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장이 그저 쫓겨나서 억울해 울기만 한다면 오공은 힘을 써서 승려들을 굴복시키는 등 성격이 대비가 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삼장의 오지랖으로 사건이 유발된 것이 아니라, 삼장에게 오계국 왕의 혼령이 직접 나타나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오계국 왕이 수몰된 우물을 찾아가면서 드러나는 오공과 팔계의 성격대비, 우물 속에 존재하는 용궁의 모습을 보면서 옛사람들이 상상하는 우물 속 용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팔계의 부추김에 어김없이 넘어가는 삼장의 답답함이나 팔계와 오공의 다툼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처음엔 오만하게 굴었으나 나중에 진실을 알고 도움을 받아 겸손해진 왕족들의 모습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구석도 있다고 봅니다.

5. 우마왕의 아들 홍해아 에피소드 (서유기 4권 40회~5권 42회)

지금까지 손오공의 성격이 어딘가 장난꾸러기 같다가도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인다면 이 에피소드에선 그 성격이 매우 가차 없다는 점도 부각됩니다. 버려진 어린 아이로 위장한 홍해아가 중신법으로 오공을 깔아뭉개려 하자 분노한 오공이 홍해아의 분신을 잡아채어 바위에 내치고 사지를 찢어버리는 무서운 묘사가 나오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오공이 죽을 정도의 큰 위기를 겪는 몇 안 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홍해아의 삼매진화를 피하여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혼절하여 동생들인 오정과 팔계를 기겁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여기서 오공의 상태를 보고 판이하게 반응하는 오정과 팔계의 성격 대비도 재밌습니다. 과거 손오공이 의형제를 맺은 육대마왕이 언급되면서 과거와의 연결점을 느끼게 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후에 나오는 에피소드와의 연결점을 보이기도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6. 차지국 세 요괴도사를 물리치는 에피소드 (서유기 5권 44회~5권 46회)

차지국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저자인 오승은이 살았던 시대배경이 들어간 에피소드가 아닌가 추측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차지국의 황제는 도사들을 총애하여 그들의 말만 믿고 승려들을 박해하는 어리석은 군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여러모로 명 가정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에피소드는 삼장이 납치되었거나, 삼장이 사건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 에피소드가 아니라는 점이 있습니다. 오로지 탄압받는 이들을 위해 오공이 나서서 능력을 과시하며, 동시에 천계에서 오공의 위치를 다시 재확인시키기도 합니다. 도사의 술법에 불려나온 천계의 신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며 그런 그들을 굴복시키는 오공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에도 평소엔 무능했던 삼장이 오공이 곤란해 하는 좌선 내기에 나서서 승리하는 등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내기를 하는 와중에 동생들을 골려주려고 오공이 모습을 감추는 등 장난기를 선보이기도 하고, 내기에서 진 것으로 오인 받아 일행이 병사들에게 붙들릴 때 팔계가 가장 못생기고 흉악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병사들이 팔계를 가장 먼저 묶는다거나, 오공이 죽었다고 생각해 일행이 축문을 읊을 때 팔계가 악담을 퍼붓는 등 상당히 코믹한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7. 금강탁으로 오공을 몰아붙인 독각시 대왕 에피소드 (서유기 5권 50회~6권 52회)

홍해아 편 이후 오공이 몇 안 되는 위기를 겪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입니다. 오공이 시주를 간 사이 춥고 배고프다며 자리를 멋대로 떠버린 일행은 독각시 대왕의 함정에 걸리는데, 여기서 사고를 치는 것은 의외로 삼장이 아닌 팔계와 오정입니다. 팔계가 빈 저택에서 주운 조끼를 둘이 입다가 요괴의 덫에 걸리는데 오정 역시 의외의 면모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고 할까요.

일행을 구하러 온 오공은 요괴의 무기인 금강탁 고리에 여의봉을 빼앗겨 위기에 몰립니다. 하지만 단순 무기의 힘만이 아니라 요괴의 무력을 오공이 인정하며 독각시 대왕 스스로도 삼장도 목적이지만 자신의 무력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요괴임에도 복합적인 목적이 있었다는 게 드러나는 게 특이하지요. 

여기서도 여러 신들이 나타나 오공을 돕는데요. 1권에서부터 얽힌 나타태자와 탁탑이천왕이 그동안 간접적으로 일행을 돕다가 직접 현장에 나서기 시작한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외에도 손오공이 위급할 때 여러 신들을 한꺼번에 청해오는 것은 이 에피소드가 처음입니다.

8. 자모하의 물을 마시고 임신한 삼장과 저팔계 에피소드 (서유기 6권 53회)

서유기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유머코드가 짙은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여인국의 잉태하는 물을 잘못 마신 삼장과 저팔계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지울 수 있는 낙태천의 샘물을 얻기 위해 오공과 오정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지요. 이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여의진선은 대단한 요괴는 아니지만 홍해아의 삼촌이자 우마왕의 동생으로 홍해아의 복수를 위해 오공과 싸우게 되는데 홍해아 이야기가 다시 언급되어 우마왕과의 인연이 강조되면서 후반에 있을 에피소드의 예고편이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서유기 내에서 몇 안 되는 오정의 활약이 보이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지요.

9. 삼장을 납치한 서량녀국 전갈요괴 에피소드 (서유기 6권 54회~ 6권 55회)

서유기에서 가장 독특한 이미지를 가진 나라의 등장입니다. 서량녀국은 대대로 여자만 태어나는 나라로 그 모티브는 현장삼장의 저서인 『대당서역기』에 실린 서대녀국이라는 해설이 번역본에서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산해경』에 나오는 여자들만 사는 나라 역시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유기가 여러모로 중국 신화의 요소를 차용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삼장은 여기서 여왕의 청혼을 받자 그것을 거절하고 나라를 빠져나갈 방법을 고심하는데, 삼장이 여성과 본격적으로 얽히게 되는 에피소드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여왕의 혼인을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국경을 빠져나가려던 삼장은 갑자기 난입한 전갈요괴에게 붙들려 강제로 혼인을 강요당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요괴와는 달리 삼장을 잡아먹는 것이 아닌 혼인이 목적인 요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셈이며, 사악한 요부의 이미지를 가진 요괴의 첫 등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천계의 이십팔수 별자리 중 묘일계 - 묘일성관이며 이십팔수가 적이 아니라 조력자로 등장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묘일성관은 후에 반사동 에피소드의 조력자인 비람파보살과 모자지간으로 나와 에피소드끼리의 연결점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10. 손오공 흉내를 내던 육이미후 에피소드 (서유기 6권 57회~6권 58회)

손오공이 두 번째 파문을 다루는 에피소드이지만 첫 번째 파문과는 달리 이 에피소드는 삼장일행이 본래 가지고 있던 갈등으로 시작된 에피소드입니다. 오공은 삼장을 구하기 위해 인간 도적들을 죽였지만, 삼장은 일방적으로 오공을 타박하고, 소설 상에서 제자들끼리 서로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묘사가 나와 내심 사제들끼리도 갈등이 있을 수 있음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공이 다시 만난 인간 도적들을 가차 없이 죽이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신세를 진 노파 부부의 아들을 도적 무리들 중에서 찾아내어 목을 잘라낸 뒤 불효자를 죽였다고 삼장 앞에 들이미는 등 어느 에피소드보다 과격하고 섬뜩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건 아직 오공의 내면에 야수적 기질이 잠재워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여기서 등장하는 요괴인 육이미후는 다른 요괴들보다 독특한 목적을 가진 요괴로, 삼장을 잡아먹는 것도 오공과 겨루어 자기 실력을 확인하는 것도 아닌, 오로지 경을 얻는 임무를 자신이 완수하여 남섬부주 사람들의 섬김을 받고 싶다는 명예욕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오공과 맞먹는 실력을 가졌다고 극 상 저승 짐승 체청의 입으로 입증되기도 하지요. 

이 에피소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사오정이 활약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한데, 봇짐을 훔쳐간 오공을 설득하기 위해 수렴동을 찾아가는 것도 오정이며 여기서 가짜 오공의 행동을 진짜라고 오인하여 오정이 다른 때와 달리 매우 분노하는 등 의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 화염산에서 파초선을 얻기 위해 싸우는 에피소드 (서유기 6권 59회~7권 61회)

서유기의 중간에 위치하는 에피소드지만 거의 클라이막스 분위기를 보이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에서도 타 에피소드와 달리 복잡한 모습을 보이는 이야기이도 합니다. 삼장 일행이 지나가야 하는 화염산은 과거 오공이 팔괘로에서 뛰쳐나올 때 떨어진 불씨에서 생겨난 것으로 그것을 잠재워야 하는 것은 오공의 임무라고 토지신이 못 박으면서 모든 사건이 과거의 행동에서 연유되었다는 점을 확인시킵니다. 서유기에서 종종 불교적 인과응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요. 소설 본편에서 오공은 토지신의 말을 듣고 지레짐작으로 화염산의 불씨를 우마왕이 일으켰다고 오인하다가 자기 소행인 것을 알고 놀라는 등 개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화염산의 불씨를 잠재우는 것은 나찰녀가 가진 파초선이며 나찰녀는 홍해아의 어머니이자 오공의 의형제인 우마왕의 정실부인. 한 번씩 스쳐갔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한번 정리되는데요. 파초선을 얻기 위해 나찰녀를 찾아간 오공은 홍해아의 원수라면서 나찰녀의 파초선에 의해 지난 황풍령 황풍대왕 에피소드에서 도움을 받은 영길보살의 소수미산까지 날아가 그곳에서 바람에 버티는 정풍단을 얻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찰녀를 찾아와 파초선을 얻지만 그것은 가짜로 진짜를 얻기 위해 토지신에게 우마왕이 있는 곳을 알아내 우마왕을 찾아가지만 거기서 우마왕의 첩 옥면공주를 모욕한 것과 홍해아의 일로 싸움이 벌어집니다.

우마왕은 후에 얽히게 되는 만성용왕과의 연회 때문에 싸움에서 물러나고 오공은 우마왕으로 변신하여 나찰녀를 속인 뒤 파초선을 얻어냅니다. 파초선을 되찾고 나찰녀의 복수를 위해 우마왕이 나타나 싸움을 걸게 되지요. 저팔계와 삼장을 호위하는 신령들, 그리고 다른 지나가는 신들이 싸움에 가담하여 오공을 돕습니다. 거기에다 사대금강과 나타태자, 탁탑이천왕까지 가세하여 우마왕을 굴복시키고 일행은 파초선을 얻어냅니다.

이 에피소드는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이야기의 규모가 큰 만큼 등장인물이 많고, 조력자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으로 등장하는 우마왕은 삼장을 노려서가 아닌 오로지 자기 가족의 복수를 위해 싸움에 나섰다는 점이 특이하며 오공 일행도 삼장이 납치되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화염산을 무사히 건너갈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된 싸움이라는 점도 특이점입니다. 오공의 상대였던 우마왕의 능력도 오공에 밀리지 않는 실력자라는 것도 눈에 띕니다. 

이야기의 스케일, 구조, 익숙한 조력자들의 재등장, 등장인물들의 사연, 적 캐릭터의 능력 등 서유기에서 가장 손꼽을 만한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요 인물 중 한명인 오정은 삼장을 지키느라 뒤에서 기다리는 역할만 한다는 점입니다.

12. 사타동의 세 마왕과 싸우는 에피소드 (서유기 8권 74회~ 8권 77회)

사타동 에피소드는 다른 이도 아닌 태백금성이 지나가던 노인으로 변장하여 위험을 예고하면서 시작합니다. 보통 일행 앞에 나타나 위험을 예고하는 인물들이나 요괴를 물리칠 힌트를 주는 인물들은 대개 토지신이나 산신령, 게체신이나 일치공조의 역할인데 반면 사타동 에피소드에선 천계신들 중 가장 호의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던 태백금성이 직접 행차하여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기도 하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이 사타동 에피소드에서도 오공의 능력이 여과 없이 발휘됩니다. 가짜 졸개로 변신하여 다른 졸개요괴들을 말로 속인 뒤 흩어버리고, 요괴의 뱃속에 들어가 첫째 사자마왕을 농락하고 둘째 코끼리 마왕에게 붙잡혀간 팔계를 놀리기 위해 저승사자인 척 구는 등 오공의 능력과 장난스러움이 함께 드러나지요.

하지만 동시에 오공의 두려움과 절망감이 가장 배어나오던 에피소드인데, 사타동의 막내 마왕 대붕마왕은 오공의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로 사타국의 사람들을 모두 잡아먹어 멸망시킨 후 사타국을 요괴소굴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공의 십만 팔 천리 가는 근두운을 따라잡아 오공을 붙드는 활약을 합니다. 거기다 머리를 써서 삼장이 이미 죽었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오공을 좌절케 하지요. 결국 오공은 여래를 찾아가 떼를 써서 요괴들을 제압하게 됩니다.

다만 그런 능력에도 불구하고 화염산 에피소드와는 달리 위의 두 마왕이 오공에게 휘둘리는 이야기가 개그로 점철된 경향이 있어 심각함은 전체적으로 덜한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선 진심으로 오공이 절망하는 약한 모습이 가장 드러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지요.

13. 아이들의 심장을 빼앗으려는 비구국 국구 요괴 에피소드 (서유기 8권 78회~8권 79회)

오공 일행은 비구국이란 나라에 들려 남자아이 천 백 열 한명이 거위 우리에 갇힌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일행은 그곳의 관리로부터 국왕이 미색에 빠져 건강을 잃고 장인으로 모시는 국구 도사의 꼬임에 빠져 아이들의 심장을 달여 먹으려 한다는 진상을 듣게 되지요.

오공은 그것의 요괴의 소행이라 생각하여 신령들을 시켜 아이들을 숨기고 대신 삼장의 심장을 노리는 왕과 국구 앞에 삼장으로 변신하여 나아가 배를 갈라 심장을 보여주고 요괴를 공격하여 정체를 드러나게 합니다. 요괴의 정체는 남극수성이 타고 다니던 백사슴이고 요괴의 딸은 여우 요괴였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차지국 에피소드 때처럼 당시 시대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고 보이는 에피소드입니다. 도교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국구 요괴의 모습이나 미색에 빠지고 도사의 말에 넘어가 아이들의 심장을 빼앗아 먹으려는 어리석은 국왕의 모습, 거기에 아예 팔계의 입으로 ‘부모가 죽으라는데 죽지 않으면 불효, 임금이 죽으라는데 죽지 않으면 불충’이니 임금이 백성을 죽여도 상관 없다라고 하는 대사를 통해 어떤 식으로 유교의 교리가 당시 사회에 악용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할까요.

분명 이 에피소드의 저 구절은 막장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유교 사회였던 당시에도 굉장히 파격적인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요괴들 사이에서도 애틋한 감정이 있을 수 있음을 확연히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14. 승려들을 죽이는 멸법국을 기지로 빠져나가는 에피소드 (서유기 9권 84회)

오공 일행은 노파로 변신한 관음보살로부터 멸법국의 국왕이 승려들을 죽이려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게 됩니다. 오공은 머리를 써서 근처 여관의 옷가지를 훔쳐와 일행을 상인으로 변장시키고 여관에 묵게 되는데, 정체가 탄로 날 것이 두려워하는 일행을 궤짝 안에서 자도록 하게 합니다. 그때 도적들이 들어와 궤짝과 용마를 훔치자 병사들이 도적들을 쫓아 물건을 되찾고 주인 없는 용마와 물건들을 임금에게 진상합니다. 오공은 자신들의 목숨을 건질 생각으로 분신술을 이용해 왕궁의 사람들과 관리들의 머리를 삭발합니다. 멸법국 왕은 하루 사이에 주위 사람들이 승려가 되어버리자 그동안 자신이 승려들을 죽인 과오라고 생각하여 반성하여 삼장 일행을 무사히 보내주고 오공의 충고를 받아들여 나라 이름을 흠법국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는 요괴도 신령도 등장하지 않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자신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승려 만 명을 죽여 숫자를 채우려는 멸법국 국왕의 모습을 통해 지도자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관대해야 함을 저자가 역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공의 능력이 항상 술법과 무력으로 요괴를 때려잡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지요. 궁내 사람들을 모조리 삭발시키는 것은 언뜻 우스운 방법이지만 피를 흘리지 않고 화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공 특유의 장난기가 많이 엿보이는 에피소드이기도 했습니다.

15. 옥화현에서 사자요괴들과 싸우는 에피소드 (서유기 9권 88회~9권 90회)

천축국에 도착한 일행들은 천축국의 왕실이 다스리는 옥화현에 머물게 됩니다. 옥화친왕은 삼장의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요괴로 오인하여 충격을 받고 세 왕자는 요괴를 물리치러 왔다가 오공 일행의 힘에 감복하여 스승이 되어주길 청합니다. 오공 일행은 세 왕자에게 법력을 전수해 주고 자신들과 비슷한 무기를 쓸 수 있도록 왕실 대장장이들에게 무기를 본 따 만들 수 있게 맡기는데 근처의 요괴마왕 황사대왕이 보물의 기운을 느껴 무기들을 훔쳐갑니다.

오공 일행은 기지를 써서 무기를 되찾고, 황사대왕을 쫓아내는데 황사대왕은 보복을 위해 할아버지인 구두사자 구령원성을 찾아가고 구령원성은 다른 손자들인 사자요괴들을 불러 옥화현 궁을 침공합니다. 오공 일행을 비롯 옥화현 왕과 왕자들까지 붙잡히고, 몰래 빠져나온 오공은 요괴의 정체가 태을구고천존의 구두사자라는 것을 알고 그를 청해 와 요괴를 제압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사타동 이후로 한풀 꺾인 서유기 에피소드에서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용도 같다고 할까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이나, 삼장의 고기를 노린 게 아니라 손자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 싸움에 나선 점이나 그 실력에서 오공을 어렵지 않게 붙잡았다는 점 등 강한 요괴라는 것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오정의 활약을 볼 수 있는데, 팔계가 일찍 구령원성에게 납치되기 때문에 오공의 옆을 지키는 역할은 오정이 맡게 됩니다.

16. 천축국 가짜 공주 노릇하던 옥토끼 에피소드 (서유기 10권 93회~10권 95회)

천축국에 들어선 삼장 일행은 머물게 된 포금선사의 주지로부터 왕궁에 가짜 공주가 있고 절에 진짜 공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주지로부터 가짜 공주의 확인을 부탁받는데 마침 가짜 공주의 신랑 간택을 위해 던진 공에 삼장이 맞고 신랑으로 낙점된 삼장은 궁으로 초대됩니다. 오공은 요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받아들이는 척 하라고 삼장에게 이른 뒤 몰래 궁으로 들어가지요. 그리고 요괴의 기운을 느낀 오공은 가짜 공주를 공격합니다. 가짜 공주는 절굿공이를 들고 와 오공과 맞서지요.

요괴의 정체는 바로 달 광한궁에서 약을 찧던 옥토끼로 전생에 소아선녀였던 천축국 공주에게 뺨을 맞은 원한을 갚기 위해 공주를 내쫓고 진짜 공주 행세를 한 뒤 삼장과 혼인하려 했던 것. 태음성군(항아선녀)이 내려와 요괴를 거두어 갑니다.서유기의 삼장일행이 영취산에 도달하기 전 겪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구원외 일가를 돕는 이야기지만, 실질적인 요괴 에피소드의 대미는 바로 이 천축국 옥토끼 요괴 에피소드입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에피소드로 손색이 없다고 보는데 전생에서부터의 악연이 원인이 된 사연이나 옥토끼의 생김새가 귀여운 나머지 오공이 맘을 푸는 평소에 보기 힘든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고 할까요.

이 에피소드에선 공주의 신랑으로 삼장이 간택되자 내가 가는 게 좋았다고 투정을 부리는 팔계와 그 꼴을 말리는 오정의 개그어린 모습도 볼 수 있고, 일행이 천축국에 도달하기 전까지 사건사고로 투닥대는 재미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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