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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서유기』 영상물에서 달라지는 손오공의 성격

by 01사금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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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영상물을 찾아보면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혹은 개인적인 해석이나 영상이 담고 있는 주제에 따라 등장인물들 그중 손오공(을 비롯 다른 캐릭터들)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걸 느끼는데 같은 원전이 바탕이라도 이렇게 조금씩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 중에는 손오공이 반드시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 포지션에 해당되기에 원작과 성격이 달라지는 케이스도 있었고요.

2010년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

일단 가장 먼저 사례를 들면 2010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  『절강판 新서유기』는 드라마 『서유기』 중에서 제가 가장 처음 접한 『서유기』 영상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비진상. 여기 등장하는 손오공은 원작에서보다 발랄하고 아이 같은 구석을 강하게 띄는 성격이라고 느껴집니다. 원작의 손오공은 상당히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로 여행을 하면서 어려운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고 스승인 삼장의 맘이 흔들릴 때마다 옳은 소리를 해 가며 그를 붙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각은 불같이 쏘아붙이며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에, 자신에게 덤비거나 기만하려는 존재들(요괴나 도적)을 가차 없이 살해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손오공의 성격 중 이런 격정적이고 잔혹한 일면은 손오공이 원숭이 요괴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영장류 특유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생김새가 어린아이 같아서 '행자(行者)'라는 별명이 생긴 것처럼 장난기가 많고 복숭아는 사족을 못 쓰며 좋아하고 두 동생들과 아웅다웅하다가 잘 놀기도 하는 등 성격에서도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같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습니다. 아마 드라마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은 어린아이와 같은 부분과 격정적인 성격이 좀 더 부각되는 성향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작 중 포지션은 틀림없는 큰형이며 분명 그 역할을 잘 해내긴 하지만 장난기 많은 성격이 많이 두드러지는 느낌이라 도리어 아이 같다는 느낌?

2011 『장기중판 新서유기』의 손오공.

반면 2011년도 드라마 『장기중판 新서유기』의 손오공은 원작의 손오공에 근접하면서도 그 성격이나 행동에 비해선 좀 더 사려가 깊고 자비심이 있는 타입으로 그려집니다. 배우는 오월. 원작의 손오공과 위의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에 비하면 무의미한 살생은 되도록 피하려는 성격이 두드러집니다.  심지어 원작에서도 묘사되는 화과산으로 돌아온 손오공이 자신의 일족을 잡아간 사냥꾼들을 돌무더기를 던져서 도륙하는 장면은 사냥꾼들을 붙잡고 원숭이들을 잡지 않게 설득을 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유튜브의 무자막 버전으로 본 지라 확실치는 않지만 사냥꾼들을 살려 준 것은 확실) 

손오공이 두 번째 파문당하는 계기가 된 도적들을 살육하는 이야기는 원작과 달리 전갈 요괴의 독이 영향을 끼쳐 의도치 않게 벌어진 사건으로 전개되는 등 원작의 묘사보다 상당히 순화되어 등장합니다. 이런 순화된 손오공의 성격은 비슷하게 요괴들을 대할 때에도 적용되는 듯... 만약 두 드라마의 손오공을 한데 둔다면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이 동생처럼 보이고 『장기중판 新서유기』의 손오공은 형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판 손오공으로 넘어가면 그 차이가 좀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영화 『서유기 : 선리기연』의 손오공.

주성치 주연의 『서유기』 영화 『서유기 : 선리기연』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긴고아 테를 쓴 원숭이 요괴 손오공의 모습은 거의 마지막에 가서 확인을 할 수 있고, 작 중에서 손오공 대접을 받는 주인공은 지존보로 (지존보는 손오공의 환생) 타임 슬립한 뒤 만난 동생들에겐 인간 변장을 하고 있다고 오해를 삽니다.  『서유기 : 선리기연』의 전작 『서유기 : 월광보합』의 손오공은 삼장법사를 호위하는 임무를 때려치우고 우마왕과 협력하여 당삼장을 배신, 그를 잡아먹으려 했고 그것을 추궁하는 관세음보살에게 덤벼 처벌을 받게 되자 당삼장이 용서를 청원하며 자신을 희생하여 오공을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었다고 나옵니다. 

또한 작중에서 손오공과 얽힌 여성이 많고 이런 여성들로 인해 이야기가 진행되며 손오공 역시 사랑으로 고뇌하다가 결국 『서유기 : 선리기연』의 클라이맥스에서 세속의 사랑을 포기하고 고통을 받으면서도 결국 자신의 임무를 택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는데요. 원작에서 손오공의 사랑이나 연인 이야기가 일절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상당히 영화가 독특한 각색을 더했다고 할 수 있어요. 『서유기 : 월광보합』에 회상으로 등장하는 손오공의 이미지는 현재 우리가 접하는 완성된 버전인 백회본 소설 『서유기』의 주인공 오공이 아니라 백회본으로 완성되기 이전 여러 면으로 전해져오던 손오공의 캐릭터, 요괴로서의 욕망이 안정되지 않아 난폭하고 여자들과의 관계가 난잡했다고 하는 단편적인 손오공의 캐릭터에서 따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의 손오공.

영화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은 『서유기』 초반 에피소드인 백골부인 에피소드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에 여기 등장하는 손오공의 성격은 소설 초반 삼장에게 반항했던 손오공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손오공을 연기한 배우는 곽부성.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의 손오공의 전반적인 성격은 원작에서 막 긴고아테를 쓰게 된 나머지 삼장을 거역하지 못하게 된 초반의 손오공을 모델로 했다고 생각되는데 영화 속 손오공은 요괴인 백골부인이 자신을 회유하자 자신의 모습을 시장터에서 사람에게 묶여 묘기를 보이는 원숭이와 겹쳐 보는 등 상당히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일면 보여주며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삼장과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삼장을 구하러 가는 것은 원작과 동일. 

영화의 후반 전개가 백골부인과 삼장법사의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졌기 때문에 또 다른 주인공인 손오공의 역할은 삼장을 구하러 오는 역할로 좁혀집니다. 그 때문에 손오공의 심리나 성장 면에서는 삼장에 비해 덜 부각되었다는 아쉬움이 좀 남아요. 비주얼 측면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볼 수 있는 손오공이라... 이와 비슷하게 손오공이 등장하기는 하나 주인공의 역할은 아니며 조력자 내지 구원자의 포지션에 가깝기 때문에 원작과 달리 손오공의 비중이 엷어 보이는 작품으로는 다음 두 작품, 『몽키킹 히어로 : 손오공과 요괴왕의 대결』과 『포비든 킹덤』이 있습니다.

영화 『몽키킹 히어로 : 손오공과 요괴왕의 대결』의 손오공

영화 『몽키킹 히어로 : 손오공과 요괴왕의 대결』의 원제는 萬萬沒想到. 한국에 들어오면서 제목이 저리 바뀌었기 때문에 손오공이 원톱으로 활약하는 『서유기』 기반 모험물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영화의 진 주인공은 허세 부리는 잔챙이 요괴 대추와 그 여자친구인 소미로, 여기서 손오공은 마을을 습격한 요괴를 잡고 싶어 하는 두 사람과 우연히 만나 그들을 가르쳐 주는 스승 역입니다. 배우 이름은 유순자묵. 원작 특유의 영웅적인 면보단 대추와 소미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미디 영화답게 개그 캐릭터 역할을 맡고 있지만 자신의 제자들인 대추와 소미가 언젠가 재회하기를 바라는 정 많은 면을 보여줍니다. 손오공의 모습도 초반 도력을 잃어 인간의 형태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숭이 요괴의 모습(위의 사진) 자체는 비중이 적은 편. 영화 속 명대사는 "(강아지 아수라만도 못한 능력을 가진 대추를 향해) 개만도 못한 놈!"

영화 『포비든 킹덤』의 손오공.

영화 『포비든 킹덤』의 손오공입니다. 배우는 이연걸. 영화에서 이연걸은 손오공과 손오공을 찾는 승려 1인 2역을 맡았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서유기』 소재는 일부 끌어다 쓴 것에 가깝고, 영화의 구도나 분위기는 외국에서 바라보는 신비로운 옛 중국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 혹은 홍콩 무협 영화에 대한 향수를 담은 영화에 가깝습니다. 손오공의 포지션도 사건의 원인이었다가 후반 주인공들을 구원하는 조력자에 가깝고요. 영화의 내용이 주인공 제이슨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악당인 제이드 장군에 의해 봉인된 손오공을 깨워야 한다는 이야기인지라...

여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성격은 『서유기』 초반 천궁에 들어가게 된 손오공이 이런저런 말썽을 피워 사고를 치는 이야기에서 따왔다고 볼 수 있는데, 다만 원작에서 손오공이 그런 행동 때문에 천궁의 미움을 사서 여러 신들과 결투를 벌이게 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 속 천계의 신들은 딱히 그를 적대하지 않으며 그가 천궁에서 말썽을 부리는 것도 (제이드 장군을 빼면) 그저 재미있는 해프닝 정도로 받아주는 등 전체적으로 트릭스터 내지 장난꾸러기 신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드라마 2010 『절강판 新서유기』의 아이 같은 성격과 유사하지만 잔인한 면모는 보이지 않으며 손오공의 장난을 받아들이는 주변의 상황이 반대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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