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10권 감상문

『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10권은 소설 8권에 해당하는 반사동 거미요괴, 황화관 지네요괴, 사타동 요괴, 비구국 요괴등이 실려 있습니다. 사타동 이야기의 초입에서 전권이 끝났고 이번 10권은 소찬풍으로 변신한 오공이 요괴 소굴로 들어가는 내용인데, 원작소설에선 거의 세마왕이 함께 등장한 것과는 다르게 여기서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마왕은 둘째 코끼리 마왕입니다. 거기다 다른 요괴들 중에서 코끼리들의 모습이 있어서 의아했는데 생각해보니 동물이 변한 요괴들이 여럿이니 같은 종이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만화판 사타동 이야기에서 꽤나 비중이 큰 요괴는 둘째 마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괴들과 싸우다 오공이 첫째마왕의 뱃속에 들어가는 부분에선 저팔계가 죽었다 체념하고 사오정이랑 짐나누어 가지고 백마는 팔아서 스승의 관이나 짜자고 하는 부분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여기선 저팔계가 슬퍼하는 기색이라고 없어보여서 좀 얄미워보이기까지 합니다. 원래 이런 일 있으면 저팔계가 으레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역시 그림으로 표현할 때와 글로 표현할 때의 느낌이 달라지는 듯. 웃긴 것은 팔계의 그 행태에 화가 나고 슬퍼했던 삼장은 나중에 둘째 마왕이 쳐들어왔을 때 오공이 팔계를 골려주기 위해 여차하면 구해달라고 몸에 묶어서 잡았던 끈을 놓아버리자 바로 오공과 오정을 야단친다는 거... 

물론 이 장면에서 오공이 지나친 것은 맞긴 하지만 보면 삼장이 팔계의 추태를 다 봐줄 정도로 편애하는 것은 맞다는 생각이 더러 들더군요. 소설 상에선 오공은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 덜 걱정하고 팔계는 미련한 놈이라 더 신경을 쓰는 소위 예쁜 자식 매를 주고 못난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그것과 같다고 하지만.

이야기 진행은 축약본이 중간에 꽤 있어서 제법 빠른 편인데 둘째마왕까지 처참하게 오공에게 두들겨맞고 가마를 태워준다고 용서를 빌다가 셋째마왕의 계략대로 삼장일행을 사타국 도성으로 유인하는 부분은 한 페이지에 끝나지만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했을 때 손오공이 셋째마왕에게 밀려 잡히는 부분은 충실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사타동의 마지막 부분 역시 짧게 축약되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보살들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아니라 아난과 가섭이라 나오더군요. 축약된 부분이 있으나 사타동 이야기는 이 10권의 절반을 차지하는 분량이에요.

사타동 이야기가 끝나면 비구국 국구에게서 어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내용입니다. 요괴 국구가 왕을 속여 어린 아이 심장을 달여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말에 남자아이 천여명을 거위우리에 가두어 제물로 쓰려고 하자 그 사실을 알게 된 삼장이 한탄하는데 좀 아쉬운 것은 여기서 저자인 오승은이 당시 유교사회를 비판하는 목적으로 쓰였던 저팔계의 대사 "왕이 죽으라해도 죽지 않으면 불충이고, 부모가 죽으라해도 죽지 않으면 불효"라는 대사가 빠져 있어서 아쉬웠어요. 이것은 명대사라고 할 순 없지만 당시 사회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과 다름 아닌 소리와 마찬가지였거든요. 

결국 아이들을 숨겨준 대신 삼장의 심장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오공이 삼장으로 변신하고 삼장은 오공으로 변신하는데 오리지널로 저팔계가 "아무데서나 착한 일 한다고 나대며 설치니까 결국 스승을 원숭이로 만든다"며 빈정거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대사는 뭔가 삼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란 생각.

묘하게도 삼장으로 변신한 오공의 모습은 아무래도 속에 들어있는 인간이 다르기 때문인지 평소 삼장보다 강렬한 인상인데요. 남극수성(만화에선 남극노인성)이 자기 사슴을 찾아가면서 이 비구국 이야기도 마무리됩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지용부인이 삼장을 노리는 이야기인데 10권의 전체적인 분량에서 사타동 이야기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몇몇 부분을 축약한 것을 빼면 전체적인 내용이 소설의 그것을 충실하게 옮겨서 보여주고 있어요. 이번 10권은 요괴의 소굴에서 나타태자와 탁탑천왕의 위패를 발견한 오공이 하늘로 올라가 고소를 준비하는 부분에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