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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판 『서유기』 7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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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7권은 6권의 우마왕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저번 포스트에서 등장요괴들의 분량을 구분해 본 결과 그렇게 서유기 내에서 많이 떡밥을 내비추고 포스를 자랑하던 우마왕의 등장 분량은 전체에서 2회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괴들에게 비하면 그 존재감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1권에서 손오공의 의형제 그것도 큰형님으로 버젓이 등장을 하지 않나, 홍해아는 우마왕의 아들이었고 따지고 보면 우마왕 일가와 싸우게 된 것도 이 홍해아 때문이지를 않나, 여의진선편에서는 아예 우마왕이 홍해아를 없앤 것은 손오공이라는 편지를 보낸 덕에 싸움이 일어 조만간 크게 일이 터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온 셈이거든요. 거기다 여러 하늘신과 불교신들이 가세하여 몰아붙이지만 기묘한 술법이나 특이한 무기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싸우고도 손오공을 고전케 한 요괴인지라 인상적일 수 밖에 없을 듯.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 중요한 싸움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오정은 스승인 삼장을 지키느라 뒤편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일까요.

그런데 여기 책에서 우마왕과의 싸움에 가담한 하늘신들을 제신이라고 쓰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는데 알고봤더니 '諸'라서 뭇신들을 통틀어 일컬은 거더군요. 왠지 모르게 이 문학과 지성사판 『서유기』는 한자어가 더 많이 쓰이는 느낌이에요. 이 우마왕 에피소드가 끝나면 이어지는 것은 제새국의 보물을 훔쳐간 만성용왕 일가와 그 사위 구두부마로부터 사리자불보-겸 서왕모의 구엽영지초-를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앞의 우마왕 이야기가 강렬했던지라 구두부마편은 좀 쉬어가는 느낌까지 주는데 이번 7권에서는 단발적인 에피소드로 끝나는 이야기가 좀 있어요. 예를 들면 다음 이야기인 형극령에서 나무정령들에게 삼장이 붙들려 시를 논하고 살구나무 요정과의 혼인을 강요당하는 이야기나 황미대왕 다음편에서 타라장의 붉은 구렁이를 없애고 희시동 오물길을 치워주는 이야기라거나. 하지만 제새국 이야기는 1권 이후 등장이 뜸했던 이랑진군과 매산 6형제가 다시 등장한다거나 손오공과 저팔계도 놀라는 구두부마의 흉악한 모습이라거나 하여간 눈여겨 볼 점도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서유기에선 아홉 머리란 것이 굉장히 신적인 요소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9권에 등장하는 신령스런 요괴도 아홉 머리 달린 사자니까요. 참고로 이 제새국 이야기는 제가 본 2010년도 드라마편에선 생략된 이야기라 이랑진군이 등장할 기회가 적어집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그리고 만성용왕의 졸개요괴들 메기와 가물치 요괴, 타라장을 위협한 구렁이 요괴를 보면 아시겠지만 요괴들에게도 분명 급이 있습니다. 일단 손오공 같은 경우는 날때부터 하늘을 위협하던 대지의 정령이었던데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본래 하늘나라의 선인들인 셈이라 용왕들이나 토지신들은 이 둘을 부를 때 항상 전생의 이름인 천봉원수나 권렴대장으로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대왕이란 이름 붙는 요괴두목을들 제외한 뭇요괴들은 수련끝에 겨우 인간의 형태를 얻었다는 언급이 자주 나오는데 제새국 편에 붙잡힌 졸개요괴들인 경우 물고기가 겨우 인간 형태를 흉내냈다는 언급이 있어 인간 모습 되기가 꽤 어렵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어요.

거기다 타라장의 구렁이 요괴는 오공 일행을 공격하기만 하고 말도 할 줄 몰라서 오공이 이 놈은 인도(人道)에 들지 못하고 축생도(畜生道)에 있는 놈이란 언급을 하는데 서유기 세계관에선 덩치만 클뿐 짐승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괴도 허다하다는 이야기죠. 거기다 형극령 나무 요괴들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나무와 같은 식물은 위협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것과 달리 (여기서 우리와 비슷한 생각으로 만류하는 것이 삼장법사) 놔두면 사람을 습격할 것이라고 판단해 팔계가 쇠스랑으로 찍어내리는데 그 자리에서 피가 솟았다는 식겁한 묘사가 나옵니다. 근데 종종 숲에 사는 요괴대왕들이 거느린 졸개들 중 나무 요정이 있다는 언급이 몇번 나오기도 합니다. 아마 오래된 것이라면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꽤 위험하거나 범상치 않을 것이라는 옛사람들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이려나요.

형극령 이야기 다음에 나오는 황미대왕 에피소드는 조력자로써 북방 진무대제의 장수들이나 국사왕보살의 제자들 그리고 동래불 미륵부처라는 그동안 언급된 천신이나 보살들이 아닌 다른 존재들이 나온다는 게 특이한데 여기서 북방 진무대제란 우리가 생각하는 현무이며 주석에 의하면 다른 이름 중 하나도 현무대제입니다. 북방의 마귀들을 제압한다고 하는데 사는 곳은 특이하게 남섬부주의 무당산이라고 나오는군요. 아쉽게도 이들은 1권 손오공이 천궁에서 난리칠 때조차 언급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이미지도 크게 강하지가 않습니다. 보면 제가 기억을 못하지 이름은 한번 언급되었을 수도 있는데 그것만으로 어떤 이미지를 잡기는 어렵고 역시 그때 손오공들과 한번 싸웠거나 비중은 없어도 육정육갑이나 오방게체, 사치공조처럼 계속 이름이 나온다거나 하면 모를까요. 아예 이십팔수나 나타태자, 태백금성처럼 많이는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것이 캐릭터에게 제일 좋은 거 같습니다. 보면 제가 본 드라마판에서는 황미대왕편 등장인물들이 상당수 축약된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이번 7권에서 의외로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이야기는 주자국 이야기입니다. 요괴가 직접 등장하는 분량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3회지만 손오공이 저팔계를 골려주는 이야기나 임금의 병을 고쳐주는 이야기, 왕비가 요괴에게 납치된 사연을 듣는 이야기등 잡다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데 부부 중 하나가 납치되는 것은 분명 비극 맞지만 여기 등장하는 왕은 나머지 부인도 둘이나 더 있는지라 나머지 부인들 입장이 좀 애매하다 싶더란 생각이... 보면 만화 진본 서유기에서 이 부분에 손오공이 다른 왕후를 안스럽게 여기는 장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손오공이 요괴소굴로 잠입하기 위한 방편으로 으레 하는 졸개요괴 때려죽이고 대신 변신하기가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졸개 요괴인 유래유거는 자기들 대왕이 하는 짓이 옳지 못하다고 여길 정도로 개념찬 요괴인데 오공한테 맞아죽어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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