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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9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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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9권입니다. 9권의 첫페이지를 보니 이번 에피소드는 황미대왕편으로 황미대왕의 후천대에 신장들이 전부 빨려들어가고, 손오공 혼자 탈출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더군요. 손오공이 탄식하다 지쳐 잠들자 일치공조가 나타나 손오공을 깨우는데 소설을 접했을 때는 꽤나 귀여운 신이라고 생각한 일치공조는 제 상상도랑은 다르게 나이많은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예전에 봤던 2010년도 드라마 버전에서도 일치공조는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남성의 모습으로 나오던데 아무래도 서유기 내에 손오공 버프 때문에 신들의 모습이 애달플 뿐이지 실제로는 중국 민간 신앙 속에서 사람들에게 받들여지던 신이었을 테니까요. 일치공조의 말대로 국사왕 보살의 제자 소장태자 일행의 도움을 받지만 그것도 이내 후천대에 막혀버리고 절망하는데 이부분 묘사가 참 재밌습니다. 종종 들어가는 만화적 과장으로 손오공이 라디오에서 슬픈 노래가사를 들으며 침통해하거든요. 

또 미륵보살에 대해 아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함경도 부근에서 전해진다는 천지장조 설화정도인데 여기서 등장하는 미륵보살은 자연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신이라는 해석을 본 적 있습니다. 그래서 미륵보살 하면 뭔가 고귀한 이미지인데 반해 실제 구전 상의 미륵보살은 대개 후덕한 이미지인 듯 싶어요. 미륵보살과 관련된 이야기 중 하나가 '포대화상'으로 널리 알려진 미륵의 이미지라고 합니다. 만화 속 미륵보살도 그런 후덕한 이미지고요. 타라장의 붉은 구렁이를 없애고 희시동 오물길을 치워주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요괴 자체가 시시한 이야기인지 짧게 끝나는 편입니다.

물론 원작에서도 이 구렁이를 가지고 손오공이 뱃속에서 장난을 치는 내용이 나오긴 합니다만... 희시동 똥길을 치울 때 저팔계는 거대 멧돼지로 변신하는데 여기선 그냥 옷을 입은 채로 몸만 불려 밀대처럼 생긴 나무판자를 밀어 길을 치우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다음편인 주자국 이야기는 소설의 상당부분을 그림으로 살려냈습니다. 주자국 성으로 들어갔을 때 구경꾼들이 저팔계의 생김새를 보고 낄낄거리며 돌을 던진다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던 사람들도 실제로 저팔계의 얼굴을 가까이 보면 놀라 까무라치기가 일쑤입니다.

그리고 손오공이 저팔계에게 군것질거리를 사준다며 꼬득이고는 의사를 구하는 임금의 방문을 떼어 저팔계 소매에 꽂아놓고 도망가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여기서 태위나 관리들과 저팔계가 실랑이부리는 부분은 약간 축약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관리더러 저팔계가 할머니라고 부르는 장면 같은 것을 말해요. 주자국 왕의 병도 고치고 그의 납치된 부인인 금성왕후까지 구해주기로 손오공이 약속을 하는데 나름 소설에선 인간적인 면모라고 그린 걸지도 모르지만 일국의 국왕에 여러 여자를 거느린 사람이 여자를 잃은 것에 병에 걸려 드러누운 것은 어찌보면 한심해보일수도 있는 일이라 이런 마음을 만화책에서 저팔계가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보면 서유기에서 독자의 관점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만화 속 저팔계 담당하는것도 같아요. 그리고 다른 소외된 부인인 옥성궁을 보면서 손오공이 역시 그녀도 부인인데 금성궁을 생각하며 징징거리는 왕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을 거라고 안스럽게 생각하는 장면도 오리지널로 나와 있어 손오공의 배려적인 면모가 만화에선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 주자국 에피소드가 끝나면 반사동 거미와 황화관 지네요괴에게 횡액을 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저팔계의 추태가 끊이지 않아 삼장을 납치한 반사동 거미 요괴들의 화근을 뽑는다며 그녀들이 목욕하는 온천에 들이닥치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누드가 다른 때보다 많은 에피소드에요. 

손오공이 옷을 채간 덕에 온천수에서 알몸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요괴들을 보고 놀래서 '아이쿠 실례'라면서 문밖으로 몸을 숨겼다가 '아니지. 쟤들은 요괴들이지'라고 납득하며 다시 들어가는 저팔계의 개그씬이 많이 웃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황화관 도사의 정체를 알려주는 여인의 정체가 여산노모라는 것은 생략되어 있어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타동 초입편으로 태백금성이 분한 노인에게 사타동에 위험한 마왕들이 있어 들어가면 안된다는 경고를 받는 부분이 나옵니다. 태백금성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인데, 원작의 그것이 충실하게 옮겨져 있어요. 태백금성의 말을 듣고 손오공이 졸개 요괴로 변신하여 요괴군사를 흩어버리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는데 생김새가 쥐나 오소리 비슷한 느낌이라 졸개 치곤 많이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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