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7권 감상문

『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7권입니다.  전권에 이어 영감대왕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물속에서 피수결을 맺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오공의 말에 저팔계가 업어준다고 한 뒤 그를 골탕먹이려 계획하는 데서 6권이 끝난 바 있습니다. 7권에서는 팔계의 속내를 미리 알아챈 눈치백단 오공이 돼지 벼룩으로 변신하여 팔계의 귀에 달라붙고 오히려 팔계를 놀래켜주는 모습이 그대로 묘사됩니다. 단 여기서 손오공이 우리보다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오정을 보고 열폭하며 사오정더러 오공의 신자라고 부르거나 그럼 평생 손오공이랑 살아라라고 외치는 저팔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원작의 하는 짓을 보면 정말 이랬을 법도 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만화의 묘사때문에 원작에선 설명문으로 나오는 부분을 등장인물의 입으로 대신 전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관음보살을 알현하는 오공의 모습에서 그러합니다. 소설 속 영감대왕 에피소드에서 설명으로 관음보살이 대바구니를 엮는 모습은 화장도 안하고 수수한 모습이지만 아름답다고 나오는데, 여기 만화에선 오공의 입으로 화장도 안했는데 아름답다고 말하여 묘하게 연애구도까지 느껴진다고 할까요? 원래 소설보면서 관음보살이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해 오긴 했지만요.

영감대왕 에피소드가 끝나면 나오는게 독각시대왕 이야기인데 독각시대왕과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는 부분이 바로 6권의 초반부분입니다. 즉 만화 진본서유기의 7권 중반이 소설 6권 초반에 해당하는 셈이지요. 독각시대왕은 본디 태상노군이 푸른 소가 하계로 내려온 것이고 막판에 만화에서 정체가 드러났을 때도 새파란 남색의 털을 가진 소로 나오지만 요괴였을 시절에서 앙증맞게도 핑크색 몸뚱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화 초반 인물소개편에 나온 것을 보면 외양의 차이가 있는데 인물소개란의 인물들과 본편의 인물들은 생김새가 약간씩 차이가 있는경우가 많아요. 이번 만화에서는 태상노군의 도솔궁으로 들어간 오공이 사실을 고하자 태상노군이 푸른소가 도망친 것은 아닌가 먼저 눈치채는데 원래 소설상에선 오공이 외양간을 둘러보다가 태상노군이 평소에 타던 푸른 소가 도망친 걸 먼처 눈치챕니다.

독각시대왕 이야기가 끝나면 나오는 것이 서유기 내에서 제일 웃기는 이야기인 서량녀국 자모하물을 마셔 삼장과 저팔계가 잉태하는 이야기인데 조금 아쉽게도 축약된 부분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파아동 낙태천을 독차지한 여의진선이 오공과 싸우고 난뒤 처음엔 밀렸다가 나중에 오정을 데리고 온 그를 보면서 제자와 함께 '지금 싸우면 이길 수 있을지도?'라며 개그씬을 찍은 거라거나 물을 다 길은 오정이 그냥 여의진선을 살려주라며 오공을 말리는 부분이 생략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오정과 오공의 성격이 대비되는 측면이 있어서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하지만 서량녀국과 전갈요괴 이야기는 나름 묘사가 되어 아쉬움이 덜어집니다. 서량녀국의 여왕의 청혼때문에 관리들이 찾아오자 오히려 저팔계가 대신 남겠다고 큰소리치다가 못생긴 얼굴 때문에 거절당하는 개그씬은 물론이요, 만화 오리지널로 결혼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도망가자는 계획을 엿듣고 그걸 '혼인빙자사기'라고 하다가 오공과 삼장에게 눈흘김 받는 장면이 추가되어 있어요. 이번 전갈요괴편은 그동안의 분위기와 다르게 왠지 수위가 솟아오른 느낌도 납니다. 글로 읽을 때와 그림으로 볼때의 차이가 이것인 듯.

7권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손오공이 파문당하고 가짜 오공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도 원작의 이야기를 되도록 충실하게 옮긴 편이에요. 다만 오공이 관음보살을 찾아갈 때 선재동자와 말싸움 벌이는 장면이 생략되어 있지만요. 마지막에 오공이 나타나 삼장을 때리고 짐을 빼앗가는데 소설에선 중간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없어서 그렇지만, 만화는 팔계와 오정이 그 사실을 알고 진짜 오공의 짓으로 오인하여 분노하는 데서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는데 아마 원작의 내용을 모르고 이 만화책 내용을 볼 경우 진짜 오공이 다시 돌아왔나 오해하게끔 보이도록 연출된 거 같아요. 물론 앞의 관음보살 곁에 있겠다고 진짜 오공이 말하면서 아니라는 복선은 주고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