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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판 『서유기』 5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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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판 『서유기』 5권 감상문입니다. 이번 5권 내용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는 우마왕의 아들 홍해아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차지국이란 나라에서 세명의 요괴 도사와 겨루는 이야기더라고요. 이야기가 진행될 때 큼지막한 느낌을 주는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좀 스케일이 작아 보이는 이야기들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홍해아 에피소드와 차지국 에피소드 사이에는 흑수하를 차지한 서해용왕 조카 소타룡편이 들어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통천하 에피소드와 독각시대왕 이야기고요. 또한 읽다 보면 원전의 오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가끔 주석으로 그 점을 지적하는 것이 번역본들의 공통점입니다. 서유기에서 자주 보이는 대표적인 오류점은 바로 사해용왕들의 이름이 왔다 갔다 한다는 점이에요. 이번 5권 소타룡 편에서 활약하는 서해용왕 아들 마앙태자는 용들 중에서도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인데  삼장을 태우고 다니는 백마가 변한 옥룡삼태자도 서해용왕의 아들이기 때문에 이 둘은 결국 형제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용왕들 이름이 이번 5권에서 바뀌는 등 오류가 심한 편으로 가장 이름의 오류가 보이는 것이 바로 서해용왕과 북해용왕입니다. 예를 들자면 1권 처음 손오공이 무기를 구하러 용궁에 처들어가는 장면에서 용왕들이 등장할 때 동해용왕 오광이 자신의 형제들의 이름을 서해용왕 오윤, 남해용왕 오흠, 북해용왕 오순이라고 밝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1권에서 옥룡이 처형당하기 일보직전 관음보살을 만나 자신이 서해용왕 오윤의 아들이라고 밝히는 장면이 존재하며 2권에서 삼장이 타고 다니던 말을 삼킨 옥룡과 오공이 싸움이 붙자 관음보살이 중재하러 나타나면서 서해용왕 오윤의 아들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2권에서도 서해용왕이라고 칭했다가 동해로 바뀌는 등의 자잘한 오류가 존재해요) 즉 1권의 설정만으로 본다면 동해용왕 이름은 오광으로 오광 같은 경우는 이름이 잘못 나오는 경우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용왕들은 서해용왕 이름이 오윤, 남해용왕 이름이 오흠, 북해용왕 이름이 오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 5권 홍해아의 삼매진화를 꺼뜨리기 위해 용왕들의 힘을 빌리는 장면에선 서해용왕이 오순으로 북해용왕이 오윤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소타룡 편에서도 서해용왕의 이름은 오순으로 등장하지요. 그런데 차지국 편 요괴도사들과 비를 부르는 기우제 내기에서 용왕들이 출현하였을 때 서해용왕의 이름은 오윤, 북해용왕의 이름은 오순으로 나와있으며 여기선 손오공이 북해용왕 오순더러 마앙태자더러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서유기내에서 마앙태자는 줄곧 서해의 용왕자라고 나오거든요. 후반 10권에서 재등장할 때도 서해로 도망친 코뿔소 요괴를 잡는 것을 돕는데 여기서 서해용왕 이름은 웬걸 또 오순이라고 나옵니다. 그나마 이런 오류를 바로 잡고 원래 초기 설정을 따른다면 사해용왕의 이름은 동해-오광, 서해-오윤, 남해-오흠, 북해-오순으로 보는 것이 통일성이 있고, 마앙태자와 백마로 변한 옥룡삼태자는 서해 용왕 오윤의 아들로 보는 것이 합당할 듯해요. 

백마가 『서유기』 내에서 특별히 활약하는 경우가 없는 지라 자신의 형 마앙태자와 마주치는 경우가 없는 것도 이해해야 할 듯. 보통 이런 오류는 『서유기』도 『삼국지연의』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저자를 만나기 이전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와 판본이 전해진 결과 이야기의 전개 중 설정구멍이나 오류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따지고 보면 『삼국지연의』도 여러 판본이 있는지라 자세히 파고들면 시대고증에 어긋나거나 엉뚱한 부분이 나오기도 하는 등 오류가 있다고 합니다. 『삼국지연의』나 『서유기』가 제대로 된 소설로 나오기 이전까지 전해진 이야기 판본들은 상당히 조잡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관중이나 오승은이나 자신들의 재량으로 여러 갈래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캐릭터의 성격을 바로 잡고 이야기의 흐름을 제대로 잡아 뺄 건 빼고 집어넣을 건 집어넣으면서 제대로 된 소설로 낸 것으로 이것은 두 저자의 작가적 재량이 대단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번 5권의 주축이 되는 차지국에서 도사들과 내기하는 부분에서도 상당한 조력자들이 출현하는데 기우제 내기에서 처음 바람을 부를 때 등장하는 신들은 바람을 바람주머니에서 쏟아내는 풍파파 [風婆婆]할멈과 풍향을 맡은 손이랑[巽二郞]입니다. 그 다음 구름을 몰고 오는 신들은 구름장을 밀고 온 추운동자[推雲童子]와 안개를 펼쳐 까는 포무낭군[布霧郎君]이며, 천둥번개를 부르는 신들은 남천문 소속 우두머리 천군 등화[鄧和]와 천둥벼락을 다스리는 뇌공[雷公]과 번갯불의 여신 전모[電母]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를 부를 때 나타나는 게 사해용왕들이고요. 혹여나 도움이 될까 봐 여기 이름을 써봅니다. 아무래도 손오공의 급이 다른지라 차지국의 도사들과 겨룰 때 이들은 손오공의 으름장에 바로 복종하여 도사들이 기우제를 지낼 때는 힘을 거두고 손오공이 기우제를 지내는 척하면서 여의봉을 치켜들자, 그걸 신호로 힘을 쓰게 됩니다. 애초에 차지국 도사들과의 싸움은 손오공이 선인-그것도 하늘나라에 속하는 태을선인인 이상 결판이 난 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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