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는 도서관에서 문학과 지성사판 『서유기』를 빌리려고 찾아갔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도서관에 비치된 얼마 안 되는 만화판인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만화는 한 줄의 문장도 그림으로 상황을 묘사해야 하기 때문인지 내용의 진행도를 살펴보면 원본에 비해 늦는 감이 있습니다. 1권의 내용은 우주가 창조에서부터 시작하여 동승신주 오래국의 화과산에서 신령한 돌원숭이가 탄생하는 부분에서 시작하여 천궁에서 깽판을 치던 손오공이 여래와 내기를 하는 것까지 나옵니다. 원본 1권의 내용은 현장의 비극적인 출생과 당태종의 죽음까지 다루는데 이 내용은 바로 다음 2권에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책의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글머리에 『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를 읽기 전에 『서유기』의 주인공 중 하나인 현장 삼장의 역사적인 자취와 더불어서 『서유기』의 내력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시작합니다. 글의 마지막에 이『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의 바탕이 되는 『서유기』는 '동반인'의 『진본 서유기』라고 밝히고 있으며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책의 추천사가 실려있고 원문 내용에 들어가기 바로 앞서 등장 캐릭터들의 간단한 설명과 인물 묘사가 실려있습니다. 『서유기』의 그림은 흔한 만화들처럼 그림체가 이쁘거나 아기자기한 것은 아니지만 독특하게 흘러내려가는 듯한 선으로 그려 넣은 그림입니다.
이런 그림들이 매우 간단하게 그려진 것 같으면서도 섬세한 데가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고우영 화백의 만화 그림체와 비슷한 구석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흑백만화와는 다르게 올 컬러인지라 그림이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도 있고요. 대개 내용은 원본에 충실한 편이지만 약간씩 축약된 부분도 있어보이고, 간혹 개그씬에서 만화에서 추가되었단 것을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보리 조사의 문하로 들어가 잔심부름꾼부터 시작하면서 동문들의 칭찬에 좋아서 춤추는 손오공이라거나.
또는 처음 필마온 관직을 받고 천궁의 말들이 자신을 반기자 중풍걸려 몸을 떠는 말에 얼굴을 비비며 얘[말]가 특히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나 나중에 제천대성 관직을 받고 천궁 반도대회의 요리를 훔쳐먹으려 들 때 원숭이 혓바닥 요리는 동족이라며 거부감을 보인다거나 하는 등. 책의 마지막 부분은 팔괘로에서 빠져나온 손오공이 깽판을 치자 옥황상제가 여래에게 도움을 청해 그가 직접 찾아온 뒤 뇌신들과 싸우는 손오공과 만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석가여래의 모습은 제가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마치 『삼국지연의』의 유비를 연상시키는 얼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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