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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진본 서유기』 2권 감상문

by 01사금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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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좋은 점은 지루한 부분도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점인데 2권에서 재미없다 재미없다 타령하던 당태종 저승행도 그나마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내용이 시작하기 이전에 결국 석가여래의 내기[여래의 오른팔을 빠져나가면 이긴 걸로 쳐준다는 것]에서 진 오공이 오행산 아래 깔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전권 마지막 장이 손오공이 유비 닮은 석가여래의 손가락에 제천대성 왔다감이라고 쓰고 거기다 오줌까지 누는 추태를 부리는 것으로 끝났는데요. 어째 도서관에서 빌려온 2권의 첫장이 연결되는 부분이 좀 어색하다 싶은데 아마 책이 낡아서인지 한 장 정도가 뜯겨져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의 이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요.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혀 오백년동안 벌을 받게 되고 여래가 남섬부주에 경전을 전하기 위해 이것을 받으러 올 인물을 물색하기 위한 방도로 관음보살과 혜안행자를 당나라에 보내는 내용이 그 다음에 나옵니다.

관음보살과 혜안행자는 처음 유사하에서 요괴노릇을 하는 천계의 권렴대장의 환생을 만나 관음보살은 그를 구제하기 위해 불가에 귀의시키면서 성은 유사하에서 따온 사로 법명은 오정이라 지어주며 훗날 불경을 구하러 오는 자를 기다리라고 이릅니다. 사오정과 헤어진 관음보살 일행은 이번엔 천봉원수의 환생인 돼지요괴를 만나 그를 귀의시키고 돼지에서 따온 저로 하고 오능이란 법명을 지어주며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사람을 기다리라고 이릅니다. 그 이후 공중에서 불장난으로 야명주를 태워먹은 죄로 공중에서 처형되기를 기다리는 서해용왕 오윤의 아들 옥룡을 만나 친히 옥황상제에게 사면을 청한 뒤 후에 불경을 구하러 가는 자가 나타나면 백마가 되어 그를 태우라고 이릅니다. 그리고 마지막 오행산에서는 갇힌 오공을 만나게 되는데 오공이 울며불며 자신을 구해달라 부탁하자 훗날 불경을 구할 사람이 나타나면 그의 제자가 되라고 이르며 떠납니다. 손오공이 법명이 이미 있어서 딱히 이름은 정해주지 않지요.

관음보살과 혜안행자는 문둥병에 걸린 탁발승으로 변신하여 장안으로 들어가나 그곳의 토지신이 눈치를 채고 그들을 모십니다. 그 와중에 삼장의 출생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장원급제한 삼장의 부친 진광예가 재상 은개산의 딸 온교의 배필을 구하는 공던지기에 맞아 사위가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만화에선 이 부분이 약간 축약되어 혼례를 치뤘다 정도로 나옵니다. 강주의 원이 되어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떠나던 진광예는 어머니의 약을 달이기 위해 산 잉어가 묘한 것을 느끼고 아무래도 살생을 꺼려 방생해줍니다. 이 잉여의 정체는 숱한 설화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패턴으로 용궁 쪽 인물인데 여기선 아예 용왕이라고 나옵니다. 도대체 인간어부의 손에 걸리는 용왕의 팔자란... 어머니의 몸이 편찮은 나머지 일단 부부가 먼저부임지에 도착한 후 사람을 보내기로 약속하지만 온교를 탐낸 건달패 유홍이 뱃사공 이표와 짜서 남편 진광예를 살해한 뒤 온교를 강제로 납치하여 자신이 부임한 원인 척 가장하게 되지요. 유홍 몰래 자식을 낳은 온교는 혈서와 함께 아이의 새끼발가락을 깨물어 징표를 남긴 뒤 강물에 띄워보내고 금산사의 화상법명이 떠내려온 아기를 주워 강에서 흘러왔단 뜻의 강류란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장한 강류는 다른 승려들로부터 고아자식이란 비난을 받고 스승에게 출생에 대해 묻게되고 혈서를 통해 진상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유홍에게 붙잡혀 사는 어머니를 만나 모든 진실을 파악하고 저잣거리에서 구걸하던 할머니를 구원한 뒤 외할아버지 재상 은개산을 만나 사실을 털어놓고 도적들을 토벌하는데요. 여기서 보면 좀 미묘한 것이 뱃사공 이표는 원전에서 기둥에 박혀 조리돌림당한 다음 목이 베여 죽고, 유홍은 진광예의 제사를 지내면서 산채로 간이 도려져 죽는데 소설 주석에서는 산채로 몸에 기둥을 박는다는 설명이 나와 주범보다 공범이 더 잔혹하게 죽은 느낌이 난단 말이죠. 만화책에서는 단순 이표의 신체를 토막내어 효수했다 정도로만 언급되고요. 진광예는 용왕이 신체를 보존하고 영혼을 간수해준 덕택에 되살아나 가족들이 모두 해후하는데 강류의 어머니만은 도적의 아내가 된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자살한다는 이야기가 언급되어 쓸쓸함을 남깁니다.

강류의 복수가 끝나면 용왕이 어부들에게 점을 잘 쳐주는 점쟁이의 예언을 어긋나게 하려고 일부러 비의 강수량을 틀리게 했다가 위징에게 참수당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용왕은 앞의 용왕과는 다른 존재로 일단 사해용왕을 제외하고 서유기내의 용왕들은 많이 존재하는 편이에요. 보면 물가마다 하나씩 있는 느낌인데 점쟁이는 용왕에게 사형집행인인 위징은 당태종의 부하이니 당태종에게 목숨을 부탁하라고 충고하고 용왕이 점쟁이의 말대로 합니다. 당태종은 단순 위징을 붙들어두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밤새 그와 함께 바둑을 두지만 위징은 잠시 졸다가 꿈속에서 위징을 참수하고 말지요. 용왕의 원혼이 분풀이로 당태종을 못살게 굴다가 관음보살에게 쫓겨나고 당태종은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는데 여기까지가 바로 소설 1권의 마지막입니다. 만화에선 이 부분이 2권 중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그다음 저승행은 나름 축약하고 묘사하면서 다시 이승으로 돌아옵니다. 참고로 유전과 이취련 부부가 해후하는 부분에 한해선 소설 속 옥영공주의 몸에 들어간 이취련이 좀 더 괄괄하게 느껴진 반면 여기 이취련은 좀 순하게 느껴집니다.

당태종의 명으로 현장의 대승불법의 불경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소설 속 그것을 충실하게 옮겼데 왠지 차이점을 하나 고르자면 구환석장과 금란가사를 전하기 위해 관음보살과 함께 찾아온 혜안행자의 성격이 유들유들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혜안행자의 모습은 소설 상에서 관음보살을 충실하게 보필하는 역할로 나올 뿐 딱히 어떻다는 묘사가 없지요. 천축으로 향하는 현장 삼장의 여정이 시작되어 진산태보 유백흠을 만나고 오행산에 갇힌 오공을 거두고 초장부터 트러블을 일으키다 관음보살에게 긴고아주를 건내받아 손오공을 제압하여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부분까지가 바로 2권의 마지막장입니다. 즉 소설에 대입하면 바로 2권의 중반까지 온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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