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 감상문

by 01사금 2023. 10. 25.
728x90


이 책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은 저번에 리뷰한 『서유기 즐거운 여행 - 西游記 새로운 해설』과 함께 주문한 책입니다. 저번 『서유기 즐거운 여행 - 西游記 새로운 해설』이 중국인 저자의 작품이라면 이번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 은 일본인 저자의 서적으로, 중국인의 시선으로 본 『서유기』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이번에 일본인들은 『서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습니다. 어디서 본 것이지만 『서유기』의 가장 오래된 판본 중 하나가 일본에서 발견되었다는 글귀를 읽은 기억도 있고, 일본도 중국 못지않게 『서유기』를 소스로 하여 다양한 작품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서유기』의 영향이 짙은 유명한 작품들이 많은 편-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니 이 『서유기』에 대한 분석도 중국 못지않게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의 주석은 한 단원에 가까운 분량으로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여기에 언급된 자료들 중에 중국 측의 자료들만이 아니라 일본인 저자의 연구들도 상당했습니다.  다만 이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은 같이 주문한 『서유기 즐거운 여행 - 西游記 새로운 해설』과는 다른 관점으로 『서유기』를 바라보는데요. 『서유기 즐거운 여행 - 西游記 새로운 해설』이 문학사적인 관점에서 『서유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살펴본다면 이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은 『서유기』의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는 중국 종교 특히, 도교(道敎)의 상징적인 측면에 대해 분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적 측면에서  『서유기』를 분석한 『서유기 즐거운 여행 - 西游記 새로운 해설』과 더불어 이 책을 본다면 소설 『서유기』에 대해 좀 더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도교의 어떤 부분이 『서유기』에 가미되거나 차용되었는지를 살펴보는데 많이 간략화해서 설명을 한다고 하지만 실은 그 간략한 부분도 당장 읽기에는 복잡하거나 난해한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은 저자도 지적하는 바인데 이것은 원래 도교의 특성이 그런 난해함을 깔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책의 중반은 도교의 연단술과 상징이 어떤 식으로 『서유기』에 적용되었는지를 살피고 있는데 다만 이 부분에서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하기보단 ‘견강부회’라는 용어가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서유기』가 도교의 그것을 많이 차용했다기보단 사람들이 『서유기』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도교의 그것에 『서유기』의 인물들을 많이 끼워 맞췄다는 해석도 가능해요. 


반면 『서유기』에 등장하는 숫자의 의미는 생각 없이 그렇게 집어 넣어진 것이 아니라 그 숫자에도 나름의 상징이 있다는 것이 설명되기도 합니다. 『서유기』의 내용은 승려의 제자가 된 요괴 셋이 불경을 찾으러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얼핏 보면 『서유기』는 굉장히 불교 친화적인 면을 갖고 있다 생각이 들지만 그 구성이나 소재에 따르면 굉장히 도교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중국의 문화 자체가 도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중국의 신화나 전설 중에서도 신선과 같은 소재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불교의 전파도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빠른 편이었지만 실상 중국의 문화는 도교적인 영향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며 오히려 불교가 좀 더 늦게 전파되었을 우리나라가 도교적 성향은 많이 가라앉은 대신 그 자리를 고려 시대의 불교와 조선시대의 유교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을 모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역사적 순서를 살펴본다면 조금 특이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서유기』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신들이 중국 도교 전설에서 내려오는 신들이기도 합니다. 일단 책의 첫 장은 『서유기』 소설의 주인공인 손오공의 태생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갑니다. 중국과 다른 나라 신화 속에서 돌이 생명의 근본이라는 설정이나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 손오공이 석가여래에게 제압당해 산에 갇혔다가 풀려나는 것을 죽음에서 다시 재생으로 바라본다는 점은 사람이 수양을 해서 한번 죽음을 맞고 신선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중국의 도교적 설화의 그것을 많이 따라간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유기』 내에서 연약하게 그려지는 용들의 모습을 통해 중국에서 어떤 식으로 용들의 이미지가 변모해갔고, 용들의 특성이 『서유기』 내에서 어떻게 손오공에게 이식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물적 특성이 이식되는 것은 설화 속 용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인 ‘나타태자’도 마찬가지인데 후반에 설명되는 것이긴 합니다만 『봉신연의』 속 나타와 『서유기』의 손오공은 많이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어 두 소설의 영향력에 대해 추측할 여지를 남겨준다고요. 그리고 『서유기』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다채롭게 등장하는 요괴들의 모습 또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는데 일단 판타지적인 요소를 띄고 있음에도 소설 상에서 등장하는 요괴들은 용이나 대붕과 몇 가지 종류를 빼면 현실에 있을 법한 늑대, 호랑이, 물고기 같은 동물들이 변신한 경우가 다반사이며 심지어 심심한 이야기긴 해도 식물이 변한 요괴도 등장하는 편인데 일단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친숙하다고 말할 수 있는 동물들이 등장한 이유는 실은 『서유기』를 토대로 한 가면극 상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연기를 하기 위해서 동물의 탈을 써야 한다면 인간의 머리와 동물의 몸을 한 요괴보다 동물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한 요괴가 분장하기 편하고 동시에 이런 '머리는 짐승 몸은 인간'에 좀 더 자주 볼 수 있는 짐승들일수록 인간화하기 편하다는 이점 덕에 이런 종류의 요괴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서유기』가 가면극과 같은 형식으로 민중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취하며 내용을 보강했던 데에는 그만큼 『서유기』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인데요.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글에 실려 있는 일화를 인용한다면 『서유기』의 대중적인 인기와는 달리 중국 전통적으로 사대기서를 비롯한 소설 문화는 중국 전통 사회를 좀먹는 해악으로 당시 지식인들에게 여겨졌고 이것을 읽지 못하게 출판업자를 처벌하고 책을 불태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소설을 비난하고 소설을 사들이는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유학자들이 주장을 했다고 하는데 이게 실은 먼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고 생활을 좀 더 즐겁게 할 유희 도구에 불과한 것을 사람의 삶을 망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돌리는 인간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 아니면 그냥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사는 꼴을 못보는 속좁은 인간들이거나- 이런 조선 시대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통한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지금은 소설이 좀 더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소설이 원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쓰였고 그들이 억압하건 말건 『서유기』처럼 민중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은 형태가 변할 뿐 계속 전해져왔다는 사실을 과연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