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서유기'에서 드러나는 외모지상주의 측면 비판

by 01사금 2023. 5. 29.
300x250
반응형

고전소설 중에서 '서유기'가 독특한 것인지 몰라도 주인공들의 외모가 상당히 특이하게(?) 설정되어 있어 외모만으로 봤을 때 주인공들이 그다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장법사는 원래 역사 속에서도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소설에서도 그런 점이 반영되어 남녀 할 것 없이 호감을 사는 외모로 묘사되는 반면 그 제자들인 손오공은 털북숭이에 뇌공(중국 전설 속에 등장하는 얼굴이 검은 벼락의 신) 같이 생겼다고 자주 언급되고, 저팔계는 말할 것 없이 돼지 얼굴에 커다란 주둥이와 부채 같은 귀를 가졌다고 나오며, 사오정은 앞의 둘에 비하면 인간에 가까운 생김새이긴 하지만 산발한 붉은 머리에 푸르스름한 검은 얼굴,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고 묘사돼요.
 
즉, 삼장의 세 제자는 귀의하고 난 다음에도 요괴의 생김새 자체는 벗어버리지 못했다는 게 특이점으로 조금 세부적으로 설명이 들어가면 손오공은 본래 원숭이 요괴 출신이라 죄인 신분이건 수행자가 되었건 그 생김새에 큰 차이가 없지만 저팔계는 본디 천궁의 수군 원수였으나 죄를 짓고 쫓겨난 뒤 그 영혼이 돼지 태에 들어가 생김새가 돼지 꼴이 되었다고 하고, 사오정 역시 과거 천제를 옆에서 보필하는 권렴 대장이었으나 실수를 저질러 유사하로 쫓겨나 생김새가 변화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서유기 1권 참조)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약간의 분장을 가미했을 뿐, 배우들 자체의 보정이 있어서 그다지 흉악하다는 인상은 적은 편입니다. 서유기 기반 영화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분장을 했다고 하지만 배우들의 비주얼이 독보적인 경우가 많아요.
 

2010년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이미지 출처 중화TV).

 

영화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의 삼장법사와 손오공(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의 저팔계와 사오정(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물론 영상화되었을 때 보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 소설보다 그 묘사가 순화되었거나 미화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어쨌든 원작 소설의 설정이나 묘사를 본다면 삼장법사를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의 모습은 처음 본 사람들이 기겁할 정도의 생김새라는 것. 딱히 세 제자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런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중에는 다들 그런 반응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긴 하는데 그래도 작중에서 저팔계가 자신들이 뭐 이렇게 추하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며 억울해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편이기도 해요. (서유기 8권 지용 부인 에피소드 참조)
 

 
짤방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을 처음 본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남녀노소, 지위 고하 막론하고 공통적이에요. 대개 잘생기고 귀해 보이는 삼장법사를 보고 반가워하던 사람들이 나중에 제자들을 만나 기절초풍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하도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예 세 제자들이 자기들 생김새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유기 5권 통천하 에피소드 참조) 서유기의 인물 특징 중에 하나가 주인공들의 특이한 외모 지적이 거의 매 에피소드마다 따라온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요괴들마저 그 외모를 지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 중에서 요괴에게 노려지거나 납치당하거나 혹은 특정 사건을 접하고 안타까워하며 끼어들었다가 봉변당하는 것은 언제나 삼장법사이며,  그것을 수습하는 것은 제자들의 몫이고, 또한 삼장법사가 봉변을 당하지 않고 우연히 자신들이 지나친 곳에서 다른 요괴들에게 봉변을 당한 인간들을 구제하는 것도 이 세 제자들의 몫인데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인(仙人)이라고 칭송받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고요.
 
작중에서 가장 잘생긴 삼장이 가장 무능한 면모를 보이는 반면 남들보다 비범한 능력이 있어 사건을 해결하는 유능한 인물은 흉악한 외모라고 묘사되는 세 제자라는 게 특징이며, 이것은 사람은 그 행동이나 능력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외모만으로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소설의 주제를 알려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요괴들이 잘생기거나 예쁜 모습으로 변신하여 사람을 속이는 일 또한 그런 비판점에서 삽입된 장면이기도 할 테고요. 요컨대 겉모습만으로 착할 거라고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 요괴들이 잘생기거나 예쁜 모습, 혹은 연약한 모습으로 사람의 눈을 속이는 장면은 현실 범죄자들이 사람 속이는 것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기도 하거든요.
 
또한 소설 속에서 외모 지적이나 사람들의 편견을 마주하는 삼장법사와 세 제자들의 태도 또한 생각해 볼 만한데, 작 중 가장 못생겼다는 평을 받는 저팔계는 외모 지적을 당하면 억울해 하면서도 딱히 부정은 안 하는 편이기도 하며(저팔계의 이런 행동은 거의 개그 장면으로 소비됨), 손오공이나 사오정이나 그런 사람들의 태도에는 딱히 반응을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자기들 생김새를 보고 놀라든 말든 자신들은 자신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그런 외모 지적에 상처를 받거나 흔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세 제자가 자신들은 수행자니까 외모에 대해 연연할 것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외모 지적으로 상처받을 멘탈도 아니라는 이야기. 그리고 외모가 훌륭하다고 칭송받는 삼장법사 또한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이용하거나 호의를 사려고 의도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으며 삼장법사가 나설 때에도 이치에 맞는 말로 사람을 설득하거나 하는 예의를 차리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 포스트 원본 출처 : https://blog.naver.com/naninkan/221255732387

 

소설 <서유기>에서 드러나는 외모지상주의 측면 비판

고전소설 중에서 <서유기>가 독특한 것인지 몰라도 주인공들의 외모가 상당히 특이하게(?) 설정되어 ...

blog.naver.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