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은 예전에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던 걸 감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 두 시리즈 영화는 주성치가 주연을 연기한 『서유기』 영화로 어린 시절 흐릿한 기억으로 두 번째 시리즈인 『서유기 선리기연』 같은 경우는 외화 더빙판으로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남아있어요. 반면 앞의 『서유기 월광보합』 같은 경우는 접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근래에 TV에서 다시 방영을 한 적이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때는 왠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영화를 볼 기회를 놓쳐버렸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잊고 있다가 이렇게 다시 발견하니 흥미가 생겨서 이번에 제대로 감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정보에 개봉일은 2010년으로 되어 있어서 의아했는데 분명 검색을 해보면 영화가 제작된 시기는 1994년으로 나오거든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서 명작들이 약간의 수정을 거치거나 해서 재개봉을 하는 것처럼 이 『서유기』 영화 시리즈도 비슷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하여간 제가 좋아하는 『서유기』를 다룬 내용이기도 하고 그래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의 상연시간을 살펴보니 1편 『서유기 월광보합』이 88분이고 2편 『서유기 선리기연』이 99분으로 현재 나오는 영화들과 살펴보면 그 분량이 좀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전 최근의 영화가 너무 늘어지게 상영 시간이 길다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오히려 이렇게 상영시간이 적당한 것이 좋단 생각이 들더군요.
『서유기 월광보합』은 기존 『서유기』 소설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겼다기보다는 오히려 소설 상의 캐릭터와 설정을 몇몇 끌고 와서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고 봐야 할 텐데, 아예 내용 시작부터 원작과는 다른 손오공이 우마왕과 협력하여 당삼장을 배신, 그를 잡아먹으려 했고 그것을 추궁하는 관세음보살에게 덤벼 처벌을 받게 되자 당삼장이 용서를 청원하며 자신을 희생하여 오공을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월광보합이라는 보물과 그 보물의 주인인 자하선자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실은 이 이름의 보물과 신선은 소설 상엔 없는 이로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 아무래도 영화를 보면서 이것은 『서유기』의 전개가 중간에 이렇게 바뀌었다면 이런 식으로 흐름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일종의 패러렐 설정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더군요.
다만 영화가 좀 오래 전 것이다 보니 특수효과라던가 연출이라던가 현재의 영화와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특수효과 부분은 오히려 그 시기를 감안하면 나름 훌륭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연출 부분에선 약간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 히로인 두 명 중 한 명인 백정정이 등장하는 부분은 좀 뜬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등장한 히로인은 춘삼십낭으로 도적단의 두목으로 환생한 오공 - 지존보에게 접근을 하는데 오공의 환생을 찾아내면 당삼장의 환생을 찾아낼 수 있고 요괴들은 여전히 당삼장의 고기를 노리기 때문으로 오공의 환생인 지존보는 발바닥에 점이 없어서 오공으로 각성도 못했고 오히려 그 각성은 후반 달빛을 받으면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월광보합으로 오백 년 전으로 워프하여 자하선자를 통해 점이 새겨지면서부터입니다.
주성치가 등장한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개그가 가득한데 여기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서유기』에서 한바탕 씩 따왔으면서 교묘하게 망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수보리조사 너프가 특징. 히로인인 춘삼십낭은 그 형태를 보아 원작 반사동 거미요괴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백정정은 백골부인 요괴를 모델로 한 것 같은데 특이하게 원작에선 오공을 중심으로 한 러브라인이 없다시피 하건마는 여기 등장하는 여자 요괴들은 하나같이 오공에게 집착하는 여자들로 등장해요. 백정정은 과거 회상만으로 제천대성 시절 오공에게 농락당한 슬픈 과거가 있으며 심지어 저팔계의 환생으로 보이는 지존보의 부하 이당가와 어쩌다 눈이 맞아 당삼장의 환생을 낳게 되는 춘삼십낭마저도 오공에게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오공의 이런 캐릭터 성격은 현재 우리가 접하는 완성된 버전인 백회본 소설 『서유기』의 주인공 오공이 아니라 백회본으로 완성되기 이전 여러 면으로 전해져오던 손오공의 캐릭터, 요괴로서의 욕망이 안정되지 않아 난폭하고 여자들과의 관계가 난잡했다고 하는 단편적인 손오공의 캐릭터에서 따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남편감으로는 춘삼십낭을 위해서 당삼장 코스까지 해내던 이당가가 더 훌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데 영화가 이러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금사빠에 사랑꾼이 특징으로 심지어 지존보가 오백 년 전으로 워프한 것이 춘삼십낭의 거짓말에 속아 자결한 백정정을 구하려 한 거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백정정은 반사동 신선 자하선자의 등장으로 선리기연에선 페이크 히로인화됩니다.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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