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서비스되는 해외 드라마들 사이에 2011년도에 나온 『장기중판 新서유기』가 있더군요. 물론 무료는 아니고 60편이 되는 분량을 상하로 나눈 뒤 앞의 두 편 분량만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나머지는 유료라 나중에 결제를 하든지 해야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4편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본 것도 행운이라고 할까요.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1년 전에 나온 2010년도 버전 『절강판 新서유기』는 그나마 TV에서 재방영을 해주는 경우가 있어 늦게라도 에피소드를 접한 경우가 꽤 되었던 반면 2011년의 드라마는 TV로 접하긴 어려웠으니까요. 어찌 됐든 기대를 안고 재생 버튼을 누르니 좀 아쉽게도 초반 오프닝은 생략된 채 바로 영상이 시작되더군요.
원작의 충실도를 보자면 2010 『절강판 新서유기』보다 이 『장기중판 新서유기』가 더 자세한 측면이 있는데 『절강판 新서유기』는 원작의 틀을 담으면서 미묘하게 다른 전개 방향을 가진 에피소드도 상당했습니다. 『절강판 新서유기』의 전개는 상당히 현대적인 해석과 새로운 메시지가 들어가서 원작과 약간 다른 노선을 걸어가긴 했지만 굉장히 맘에 들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시기상 『절강판 新서유기』를 먼저 접했던 지라 이번에 제대로 보게 된 『장기중판 新서유기』는 어떨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분장이라든가 요괴나 신령의 묘사에서도 두 드라마는 같은 원작을 하고 있으면서도 차이가 상당히 두드러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 느낌에 의한다면 2010년도 『절강판 新서유기』는 요괴와 신령도 좀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분장이 되었던 반면, 2011년도 『장기중판 新서유기』는 그와 다르게 전통적인 요괴와 신령의 모습에 가깝게 묘사되었다고 할까요. 그 때문인지 주인공인 손오공과 그 원숭이 일족은 『절강판 新서유기』에선 좀 더 인간 같은 모습인 반면,『장기중판 新서유기』에선 더 원숭이에 가까운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장기중판 新서유기』도 주인공 손오공의 탄생으로 시작을 하는데 그에 앞서 원작의 내용을 더 자세히 재연하듯 원작의 시구로 묘사되는 반고의 우주 창조가 내레이션으로 잠깐 언급되기도 하며 돌원숭이가 바위에 잉태되어 태어나는 묘사도 2010년도 드라마에 비하면 상당히 원작에 근접하게 묘사되었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에서도 나름 오리지널 요소가 들어갔는데 일단 돌에서 태어난 오공은 원숭이에 가깝기보단 (CG처리가 된) 매끈하고 하얀 조각과 비슷한 모습이라 처음 원숭이들이 무서워하며 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재밌는 것이 원숭이들은 갓 태어난 오공의 모습을 무서워하여 같이 놀자는 오공을 피해 달아나면서도 그를 가엾게 여겼는지 한 원숭이(드라마 내 명칭 ‘소후’)가 복숭아를 주면서 먹으라고 하는 등의 묘사가 나오는데 상대방이 무서워서 도망을 가면서도 음식을 나눠주는 것을 보면 참 원숭이들이 인간보다 낫다는 공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오공이 이 복숭아를 먹음으로 원숭이 형태를 온전하게 띄게 되었고 드디어 다른 원숭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
이후의 전개는 소설과 비슷한데, 오공은 폭포 속 수렴동을 찾아내어 왕으로 추대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바다를 건너 남섬부주와 서우하주의 땅으로 떠나게 되지요. 그리고 겨우 수보리 조사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어 여러 가지 도술을 익히는데 원숭이 기질은 어쩔 수 없는 듯 이런저런 귀여운 모습을 어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보리 조사와의 이별은 원작보다 드라마가 더 애틋하게 그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오공은 도술을 익혀 고향 수렴동으로 돌아오는데 이야기의 전개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 초반 혼세마왕 에피소드는 대사로 언급되고 생략되어 넘어갑니다.그리고 오공의 성격이 좀 더 유하고 평등 지향 적임을 드러내는 장면이 많이 드러나는데요.
원작과 달리 육대마왕은 다 등장하지 않고 화과산 근처에 다른 요괴 무리를 이끄는 인물로 우마왕이 등장하며 오공이 원숭이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는 것을 보고 다른 요괴 동굴을 차지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을 하자, 오공이 군사 훈련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방법을 가르친 것이며 자신에게 그런 마음은 없고 서로 잘 지내보자고 우마왕에게 먼저 화해를 청하는 등 새로운 면모가 많이 보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오공의 캐릭터가 상당히 어른스럽다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이런 배려적인 측면은 어디까지나 같은 원숭이와 요괴들 한정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민폐에 가차 없는 게 다음 2편에서 드러나는데요. 2편의 내용은 오공이 천궁에 필마온으로 불려 가기 직전 바다와 저승에서 깽판을 치는 내용들입니다.
특히 여의봉을 얻겠다고 동해 용왕을 닦달하는 장면이나 저승에서 시왕들을 협박하는 장면은 왠지 원작보다 상당히 강도가 더 심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원작을 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오공이 찾아간 용궁은 동해 오광의 거처인데 그도 그럴 것이 오공이 사는 화과산은 바로 동승신주 땅에 있는 곳이라 드라마 속 말마따나 이웃사촌이나 다를 바 없었다는 거죠. 그리고 종종 등장하는 다른 신령들의 모습도 눈여겨볼 수 있는 게 앞으로 오공을 도와주는 역할로 많이 등장할 태백금성의 우호적인 모습이나 큰 대사는 없지만 오공의 존재에 뭔가 탐탁찮음을 느끼는 탁탑이천왕의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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