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서비스해 주는 중국드라마 2011년도 『장기중판 新서유기』는 총 60편에 해당하는 분량을 각각 30편씩 상편과 하편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중 초반의 두 편은 무료고 나머지는 유료 서비스인지라 앞의 두 편은 결제하지 않고 볼 수 있었기에 이번엔 하편의 1화와 2화, 원래 회차로 따지자면 31화와 32화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반의 에피소드는 원작으로 따지면 6권 서량녀국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비파동 전갈요괴의 이야기지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장기중판 新서유기』가 원작에 충실한 편이나 이 서량녀국 이야기는 『절강판 新서유기』의 독창적인 전개에 비하면 덜하더라도 역시 오리지널 요소가 가미된 것이 보이더군요.
원래 원작에서는 서량녀국 여왕의 청혼을 받았다 하더라도 삼장은 오히려 그것을 굉장히 난감해할 뿐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묘사라고는 한치도 없었던 데 반면 드라마 속 삼장은 서량녀국 여왕에게서 받은 작은 돌을 품으며 뭔가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서량녀국 여왕으로 변신한 비파동의 전갈요괴에게 속아 넘어가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저 같은 경우는 러브라인이 없는 것이 원작 소설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한 요소가 거의 없는 게 현대의 제작자나 시청자들에게 심심한 요소로 여겨졌는지 몰라도『절강판 新서유기』나 이 『장기중판 新서유기』나 서량녀국 여왕과 삼장 사이에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처럼 묘사를 하는데요. 그래도 결과는 삼장이 사랑일지 모를 감정에 대한 미련을 접고 서천행을 이어나가는 결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2011년도 『장기중판 新서유기』에서는 아예 서량녀국 여왕으로 변신한 요괴가 여왕이 건네준 작은 돌을 하찮다는 듯 집어던져 삼장을 당혹시키면서 그 감정은 결국 허망하게 되리란 것을 암시해 주는 것도 같더군요. 전년도에 방영된 드라마 『절강판 新서유기』나 이 2011년도 『장기중판 新서유기』나 여성인 요괴들이 등장하면 그 분장이 화려해지고 내용이 좀 끈적하게 전개되는 것은 비슷한데 아무래도 전갈요괴 같은 부류는 삼장을 잡아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삼장과 혼인하는 것이 목적인지라 그런 듯. 그런데 요괴의 캐릭터성은 이『장기중판 新서유기』의 전갈요괴가 『절강판 新서유기』의 무자비한 요괴보다 더 인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게 드러납니다.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전개 양상을 띠었지만 요괴의 캐릭터 자체는 『절강판 新서유기』가 좀 더 원작에 근접하고, 『장기중판 新서유기』는 원작 전개와 비슷하게 흐르면서 정작 전갈 요괴가 좀 더 삼장에게 사랑을 달라고 매달리는 형태가 되었다고 할까요. 애초에 서량녀국 여왕으로 변신한 것도 자신이 서량녀국 여왕보다 더 예쁜 것을 삼장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삼장이 서천행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여 요괴의 구애를 강하게 거부하는 것을 자신이 서량녀국 여왕과는 달리 요괴라서 거북한 거라고 오해하며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건 요괴의 대단한 착각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요괴라 해도 사랑을 원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과격하지만 드라마에서 묘사가 되었다고 할까요.
요괴의 이런 성격은 마지막 요괴의 최후 장면에서 묘일성관의 공격을 받았을 때도 드러나는데 묘일성관에게 죽기 전 삼장을 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그렇고요. 물론 묘일성관은 요괴와 인간의 삶은 다른 것이니 포기하라며 가차 없이 최후의 공격을 날리긴 합니다만. 그런데 드라마상의 묘일성관은 수탉의 의인화 분장으로 되어있어도 나름 오공을 난감하게 하는 고지식한 성격을 보여주면서 잠깐의 비중이라도 꽤 개성을 보여줍니다. 어떤 작품이든 이런 소소한 데서 오는 매력은 참 좋다고 할까요. 이 서량녀국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는 오공의 흉내를 내는 육이미후의 이야기인데 32화에선 아직 가짜가 등장하지 않고 다만 오공이 도적들을 해치우면서 삼장을 노하게 하는 이야기만 언급됩니다.
그런데 원작과 달리 이 부분에서 나름 참신한 재해석이 들어갔는데 오공이 삼장을 위협한 도적을 해치운 까닭은 다른 게 아니라 전의 에피소드에서 전갈요괴의 도마독에 당한 후유증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킨 탓으로 묘사돼요. 어째서 원작과는 달리 전갈요괴의 도마독이 고통을 주는 것보다 주변 사람을 못 알아보고 공격하는 형태인지 오공이 묘일성관에게 해독을 받는 장면이 없는지가 이해되는 부분인데 이 『장기중판 新서유기』에서 오공의 성격이 좀 더 배려 있게 묘사되거나 살생을 피하는 측면이 강한 점을 보았을 때 이때의 살생 장면을 위해 나름 드라마가 마련해 둔 장치였단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할까요. 원작에서 신선이면서 동시에 ‘원숭이 요괴’인 오공에게 아직 난폭한 기질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면 드라마에선 어느 정도 오공에게 사정이 있어 참작은 가능하게끔 묘사가 되었는데요.
물론 삼장 성격은 드라마에서도 매우 고지식하므로 이유가 어찌 됐든 살인은 용납 못한다면서 오공의 심정을 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원작의 전개대로 삼장을 습격한 도적의 부모 집에 머물게 되면서 일이 꼬이게 되는데, 여기서 삼장 일행이 머물게 된 노부부 일가의 사정은 원작보다 더 딱한 게 보입니다. 하나 있는 아들이 도적질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심지어 부모에게 손찌검을 한다는 암시가 되어 있고, 심지어 아들이 도적 동료들을 집에 끌어들여 자기 어머니를 하인처럼 부리는 등 더 악랄한 묘사가 많이 추가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점은 후반에 있을 사건 자체가 원작을 감안하더라도 잔인한 부분이었단 것을 생각한다면 좀 더 드라마가 오공에게 우호적으로 적어도 시청자 입장에서 덜 거북하게끔 묘사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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