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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서유기 선리기연』 감상문

by 01사금 202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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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서유기 월광보합』에서 자살한 백정정을 구하기 위해 월광보합의 힘을 쓴 지존보는 오히려 오백 년 전 손오공이 삼장을 모시고 서천으로 향하다 배신을 한 시간으로 워프합니다. 그리고 원래는 수렴동이었던 반사동 동굴에서 자하선자를 만나는데 이 자하선자는 원래 여래를 기리기 위해 키던 등의 심지로 『서유기』 세계관 식으로 생각하면 일종의 정령이나 요정 같은 것이라 볼 수 있을 듯해요. 거기다 한 사람 몸에 두 가지 인격 언니 청하와 동생 자하가 들어있다는 설정으로 이 설정은 나중에 기묘하게 극에서 활용됩니다. 특이한 것이 고전소설적인 배경을 하고 있으면도 정작 주인공의 행적은 타임워프라는 미래적인 것을 이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타임 패러독스 같은 것은 판타지 세계관이라 그런지 일어나지 않는 걸까요? 

지존보는 자하선자에게 빼앗긴 월광보합을 되찾으려 하다가 전생의 손오공이 삼장을 배신하여 관세음보살에게 응징을 받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이것이 특이한 것이 전생의 인물과 환생의 인물이 동시에 같은 자리에 있게 된 셈이거든요. 나중에 전생 오공이 관세음보살에게 제압당하는 장면이 나오긴 합니다만은 그전까지는...?  하여간 같은 혼이 두 자리에 있게 된 셈이란 건데 또 특이하게도 당시 오공의 친구들은 지존보를 보면서 그저 오공이 인간으로 변신했다고만 여길 뿐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않는단 사실. 그냥 복잡하게 생각을 하면 지는 것이 되려나요... 거기다 월광보합이 또 사고를 쳐서 이번엔 오공 대신 죽으려던 삼장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게 되는데 개그 씬이라 할지 중간중간 파라오 모습으로 나타나는 삼장이 웃기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저팔계와 사오정은 전작 『서유기 월광보합』에서 지존보의 부하 도적들로 이당가와 장님 역할을 했던 배우들이 맡았는데요. 이 『서유기 선리기연』에서는 이 둘의 비중도 상당히 커질 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성도 원작 소설과는 미묘하게 달라지는 느낌이 납니다. 특히 삼장 같은 경우는 위기 시마다 징징 거리는 무력한 캐릭터가 아니라 상당히 달관한 느낌의 설명충 같은 캐릭터로 특정 상황에서 무서워하기보다는 주변 요괴들을 설득하려는 성격이 강한데 이것이 개그 요소로 오히려 그런 점이 주위 요괴들을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묘사가 됩니다. 그리고 손오공의 캐릭터도 우리가 흔히 아는 소설 속 묘사와는 다르게 애초에 사랑 때문에 워프를 했을 정도로 사랑꾼으로 나오는데 이번 편에서도 등장하는 여자들 중 오공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

영화 상의 주요 내용은 미래의 부인인 백정정과 과거로 워프하여 만난 자하선자와의 삼각관계가 두드러질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오리지널 캐릭터인 우마왕의 여동생 향향은 물론이요, 우마왕의 부인인 나찰녀마저 오공과 과거 썸이 있었다고 나오는 정도로 여자관계가 이렇게 복잡한 손오공은 처음 보는 듯했습니다. 뭐 향향 같은 경우는 나중에 사랑의 화살표가 사오정으로 옮겨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하나같이 캐릭터들이 금사빠에 가깝단 느낌. 나중에 우마왕과 대립하게 되는 것도 자하선자를 둔 치정 싸움에 가까웠으니... 이때부터 원래의 목적인 당삼장의 고기 먹고 영생하기는 사라지고 누구와의 사랑을 이루느냐가 영화의 초점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복잡한 애정 노선을 펼쳐놓고도 정작 주인공은 아무와도 맺어지지 않는다는 건데 오히려 사랑의 고통을 깨달은 지존보가 오공으로 각성하고 난 다음엔 사랑을 포기하고 서천으로 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 결말이거든요. 다만 지존보가 과거로 돌아가 여러 깽판을 치고 루트를 바꿔버리면서 환생 노선도 달라진 것인지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난 뒤 오공이 목격하게 되는 두 연인 - 분명 오공의 환생인 지존보와 자하선자-의 사랑싸움이나 저팔계의 환생이었던 이당가가 장원급제를 하여 전작의 두 여인과 맺어져 있다거나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의미로 애정의 결실은 이룬 셈입니다. 설마 전작에서 백골정과 이당가의 키스씬은 복선이었던 건가요. 근데 사오정과 향향 커플은 깨진 듯...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나 흔히 불교 고사에서 전생의 일은 전생, 환생의 일은 환생 식이란 설명을 본 기억이 있어 그런 모호함으로 구분을 짓는 동양식 설정에서 비롯된 결말이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전작 월광보합에서 이당가와 춘삼십낭 사이에서 당삼장의 환생인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번 『서유기 선리기연』의 마지막에 주인공 일행이 월광보합의 힘으로 옮겨진 것도 그렇고 결국 시대 배경이 오백 년 뒤로 이어진 거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마지막의 삼장은 춘삼십낭과 이당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란 삼장이려나요? 아니면 『서유기 월광보합』 세계는 그냥 패러렐 설정으로...? 원래 『서유기』 고사에서도 삼장은 여러 번 승려로 환생하여 서천으로 향하다 요괴들 손에 죽임을 당해 마지막에 현장 삼장으로 환생한 뒤 오공과 만나 사명을 완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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