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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분석 : 물에 약한 손오공과 물에 강한 저팔계와 사오정

by 01사금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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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유기'를 읽다 보면 재미있는 캐릭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손오공은 물에 약하다는 것이다. 이는 소설 내에서도 손오공이 언급하는 바인데, 통천하 강을 다스리는 영감대왕에게 삼장법사가 납치되었을 당시 손오공은 피수결이란 술법을 써야만 물에서 버티는 게 가능하다는 이유로 저팔계에 의지한 적이 있었다.

'서유기' 내에서 손오공이 물가에서 곤란을 겪은 걸 꼽자면 응수간 물가에서 옥룡삼태자(백마)가 삼장법사가 타고 다니는 말을 삼킨 것 때문에 싸운 일, 유사하에서 사오정과 맞닥뜨린 일, 홍해아의 삼매진화로 피어오른 연기를 피하려다 물가에서 정신을 잃은 일, 흑수하에서 소타룡에게 삼장법사가 납치당했던 일, 통천하에서 영감대왕과 맞닥뜨리고 삼장법사가 그에게 끌려간 일, 서량녀국 잉태하는 물을 마시고 삼장과 팔계가 임신하는 바람에 낙태할 수 있는 물을 구해오는 일 등이 있었다. 어찌 보면 삼장법사도 물이랑 악연이 많은 편.

* 참고 : https://naninkan1009.tistory.com/72

 

서유기 그림 15 : 삼매진화에 당해 기절한 손오공과 걱정하는 두 동생

오랜만에 서유기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이번에 완성한 그림은 우마왕의 아들 요괴 홍해아가 삼장법사를 납치하면서 벌어진 소동입니다. 손오공 일행은 호산(산이름)을 지나다가 고송간이라

naninkan1009.tistory.com


특히 영감대왕과의 싸움에서 손오공은 전적으로 동생들에게 의지를 많이 한 바 있으며, 홍해아와의 싸움에선 물가로 피신하다가 진짜 목숨을 잃을 뻔도 하는 등 유달리 물에서는 불리한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작중에서 얼마 안 되는 손오공의 약점이기도 하다.

반면 동생들인 팔계, 오정, 옥룡삼태자는 셋 다 물에 강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저팔계는 전생에 은하수 팔만 '수군(水軍)'을 다스리던 천봉원수였으며, 사오정은 천계에서 추방당해 요괴가 된 뒤 유사하 강에서 몸을 숨기던 존재였고, 옥룡삼태자는 서해 용왕의 막내아들로 용궁에서 추방된 뒤 응수간 강가에 숨어 살고 있었다. 이들의 이런 부연설정은 통천하에서 영감대왕의 함정에 빠졌을 때 어렵지 않게 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사오정의 설정을 좀 살펴야 하는데, 원래 사오정의 이름에는 모래(沙)가 들어가기도 하고, 유사하(流沙河)라는 이름 자체가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라  '유사하'는 실제 역사 속에서 삼장법사가 지나간 사막지대를 비유하는 거라는 해석 또한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오정은 소설 속에서 물이 아니라 모래나 토(土) 설정에 가깝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근래 나온 '서유기' 영화에서 사오정은 모래 폭풍을 일으키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소설 속에서 사오정은 물과 모래 두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보는 편인데, 사오정의 모티브가 사막을 다스리는 심사신(深沙神)에서 따온 것이라 모래 속성이 유지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물의 요괴인 소타룡이나 영감대왕과 싸울 때처럼 물가가 배경인 사건일 경우 물에 약한  손오공이 잠시 물러난 사이 활약을 하기도 한다.

특히 흑수하 소타룡 편에서 삼장법사와 저팔계가 같이 납치되었을 때 그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흑수하로 들어가 요괴와 싸움을 벌이는데 이때 흑수하는 자신이 살던 유사하와 비슷하다며  걱정하는 손오공을 안심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오정 스스로도 '강'에서 살아서 괜찮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물과 친근한 것 같은 언급이 등장하며 결과적으로 사오정은 모래와 물, 두 속성을 함께 가진 캐릭터라고 해석해야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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