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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서역기』 감상문

by 01사금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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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전에는 『대당서역기』가 여러 권 된다는 이야기에 분량이 엄청나서 읽기도 전에 지레 포기해버리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도서관에서 확인해 보니 책은 단 한 권 분량으로 생각보다 책의 분량도 얇고 거기다 책 안에는 실존인물인 현장이 스치고 간 지역의 문화재나 책에 실린 이야기와 관련된 그림들까지 실려있는 정도였어요. 책의 목차 부분을 보면 알게 되지만 『대당서역기』는 총 12권의 분량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이 한 권에 전부 실려있습니다. 이것은 옛날의 책과 오늘날의 책이 나오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원래는 책을 읽으면서 단원에 따라 나오는 나라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요약하여 올릴 생각이었는데 책에 실린 나라의 숫자는 무려 138개국인지라 아무래도 무리더군요. 책은 맨 앞부분에 현장의 생애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고 그 다음 페이지엔 목차와 현장의 서역여행루트가 실린 지도를 실어주고 있습니다. 현장의 생애를 설명할 때 고창국에서의 인연이 빠지지 않고 설명되는데요. 현장이 나라(당)에서 금지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승불교의 경전을 구하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 국경을 빠져나간 뒤 고창국에 들렸을 때 그 나라의 왕 국문태와 만나게 되어 자신의 나라에 불법을 전수해 주길 바라는 그에게 붙들린 일화가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판 『서유기』마지막권 해설에 실린 현장의 생애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는데 실제로 현장과 의형제와 가까운 관계였던 것은 이 고창국의 왕이라 추측됩니다. 그는 현장이 자신의 나라에 있어주길 바랐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단 것을 알고 그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며 여행을 돕고, 현장도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이 나라에 들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십여 년이 지나 귀국하는 길에 이미 고창국은 고국인 당나라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본격적인 『대당서역기』의 내용안으로 들어가면 서문에 현장이 자신의 나라 당에 대한 찬양을 얼마간 늘어놓은 뒤 자신이 여행의 목적(당시 불경의 번역이 온전하지 못해 오류가 많아 제대로 된 이론을 배우기 위해 떠났다는 점)이나 자신이 보고 들은 각 지역과 나라 사람들의 생활상등을 적어놓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보통 설명은 어떤 나라 이름(맨 처음으로 나오는 나라는 아그니국으로 현재는 중국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 카라샤르 지역)을 적고 나라의 크기와 풍토, 기후, 그 지역의 생산물과 종교(대개 불교를 믿는지 안 믿는지), 왕은 어떤 사람인지 간략하게 설명한 뒤 그 지역의 불교사원이나 관련 문화재, 혹은 불교 관련 설화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책에선 보충 설명으로 『대당서역기』에서 설명하는 문화재와 관련된 현재 사진을 실어놓기도 하고요. 중국 외곽지역과 인도, 아프칸 지역에 대한 설명이 많은 편이며 현재의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와 관련된 기록도 보입니다. 지금처럼 이 나라들이 하나의 통일국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나라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보아 시대적인 상황을 유추할 수도 있고 어떤 종교를 믿느냐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이슬람계 국가라고 해도 불교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여행의 목적인 천축-인도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인도에 관련된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고 여기에 실린 표현을 보면 아프칸 같은 지역보다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말 많은 현재와는 달리 이 시대의 인도가 당시에 선진국 대우를 받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카스트 제도라 추측되는 당시 신분제가 책에서 언급되기도 합니다. 아프간 지역에 대한 설명 역시 제법 있는 편인데 인도에 속한 나라들이 대개 물산이 풍부하고 사람들이 잘 산다고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아프간 지역에 대해서는 대개 거친 환경으로 묘사되며 사람들의 인성도 거칠다는 묘사가 많은 편입니다. 

재미나게도 책의 후반 부분 12권 분량에 실리 아프카니스탄 와칸 지역의 나라 다르마스티티국 사람들을 묘사할 때도 거칠고 폭력을 좋아한다고 쓰면서도 특이점으로 눈은 아름다운 푸른색이라고 쓰여있는데 예전에 넷상에서 아프간 사람들의 신비로운 눈동자색이라는 사진을 생각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납득이 가더라고요. 재미난 점은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 중 몇 가지는 『서유기』 에피소드의 모태가 된 것이 있지 않나 싶은데요. 싱갈라국(스리랑카) 공주가 사자에게 납치되어 아들과 딸을 낳은 뒤 사자에게 도망쳐서 그 아들이 집사자국(사자를 잡은 사람의 나라) 딸은 페르시아 서쪽으로 서대녀국(딸이 많이 나는 나라)을 세웠다는 이야기나 여행객을 잡아먹는 나찰녀 오백 명이 사는 성에 붙잡힌 상인의 아들이 나찰녀 여왕과 살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는 『서유기』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책에 두 페이지 정도로 실린 『서유기』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나오지만 실존인물 현장의 행적의 대단함 때문에 그가 귀국하던 날 장안의 환대를 받았으며 실제로 수려했다는 현장의 외모와 그 그 모험담에 살이 붙여져서 허구가 태어나기 시작했고 당 이후 송나라 때부터 관련 이야기가 이야기꾼들의 대본으로 형성되었으며 원나라때는 무대에서 상연이 되기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천년 가까이 글과 말로 전해져 명대 오승은이 그 이야기들을 모으고 다듬어 바로 현재 동양 최고의 판타지라는 『서유기』가 완성된 셈입니다. 그런 고로 『대당서역기』는 현장이라는 위대한 인물의 여정과 당대의 시대적 모습을 증명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즐겁게 보는 『서유기』의 모태라고도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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