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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감상문

by 01사금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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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는 2008년도에 개봉한 영화니까 현재 시점에서 제법 오래전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유플러스 모바일 TV를 통해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예전에 읽은 바 있는 『서유기』를 콘텐츠 측면에서 분석한 책 『서유기 고전의 부활』에서 『서유기』를 차용한 매체 중 하나로 이 영화를 인용한 것을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서유기』 위키백과 목록에서 나오는 '서유기의 미디어 적응 목록 List of media adaptations of Journey to the West'에서도 당당하게 적혀있는 영화이기도 했고요. 

물론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오리엔탈 풍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는 것은 대충 영화 소개나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어서 『서유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거의 소재만 일부 차용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가능하고, 『서유기 고전의 부활』에서도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는 『서유기』의 캐릭터를 선별적으로 활용한 영화라는 설명이 나오니 다른 『서유기』 영화들과 같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감상하고 난 느낌은 『서유기』 소재는 정말 앞의 설명대로 일부 끌어다 쓴 것에 가깝고, 영화의 구도나 분위기는 외국에서 바라보는 신비로운 옛 중국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 혹은 홍콩 무협 영화에 대한 향수를 담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어딘가 엉성한 구석이 없지 않았고요. 이야기 구성 자체도 평범한 주인공이 어떤 사고를 계기로 다른 세계로 진입하여 그곳의 영웅이 된다는 흔한 클리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전적으로 주인공의 성장을 그린다지만 주인공의 활약은 주인공 스스로가 쟁취했다고 한 부분은 적고 어디까지나 우연이 작용한 결과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주인공이 활약할 이벤트 자체가 적은 데다가 악당인 제이드 장군을 쓰러 뜨린 것도 결국 막판에 봉인이 풀려난 손오공이 밀어붙인 덕택에 어부지리로 얻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주인공이 한 일이란 것은 제이드 장군에 의해 봉인된 손오공을 풀 수 있는 여의봉을 그 세계로 가지고 왔다는 정도?  

오히려 주인공의 성장은 현실로 돌아왔을 때 더 드러났다고 해석이 되었는데 주인공의 역할 자체가 다른 세계로 이입하기 위한 소품 정도로 다뤄졌고 캐릭터 서사는 조연들인 불사신이자 자칭 시인이자 도사인 루얀(성룡 분), 봉인된 손오공을 깨울 예언의 존재를 찾아다니는 승려(이연걸 분), 제이드 장군에게 가족을 모두 잃고 복수를 시도하려는 소녀 스패로우(유역비 분) 쪽이 더 강한 편이라 주인공은 손오공을 깨울 예언의 존재 이거 빼면 입지가 약해지는 측면이 있었어요. 그리고 애초에 옥황상제 같은 절대자들이 제이드 장군 같은 인간을 자기 후임으로 두고 세상을 개판 만드는 것을 용인한 것도 의아했고요. 

심지어 옥황상제는 딱히 손오공을 적대하지 않았고 예언이나 예언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만큼 그 세계 자체에서 손을 놓았다는 것에 책임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그런 책임 문제는 그저 스토리의 엉성함으로 어물쩍 넘어가버리고 마니 원... 다만 반전으로 이연걸이 맡은 승려의 정체가 『서유기』 속 삼장법사가 모델이 아니라 손오공이 자신의 봉인을 풀기 위해 남긴 분신이었다는 것은 참신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영화 자체는 주인공인 제이슨의 성장이나 활약보단 유명한 배우 성룡이나 이연걸의 액션 신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도 보였습니다. 그 시도는 성공한 것인지 위키에서도 책에서도 흥행은 잘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재미있는 점은 영화의 오프닝이 손오공이 등장하여 천궁의 병사들과 싸우는 장면을 꿈으로 목격하는 미국인 너드 소년 제이슨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이때 주인공이 꿈을 꾸게 된 계기가 텔레비전에 『서유기』 DVD를 켠 채로 잤기 때문이며 아무래도 그 『서유기』 영화는 1966년도에 나온 『서유기』 영화로 추측이 되더군요.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서유기』의 참신한 재해석보다는 한 시대를 휩쓸었던 홍콩 무협 영화의 오마주 내지 패러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의 명대사로 쿵후는 특정한 비법이 아니라 그 사람의 도를 깨치기 위해서 가장 맞는 공부법을 찾아내는 거라는 원뜻에 가까운 해석이 나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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