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강판 新서유기』 - 차지국 세 국사 요괴 에피소드 감상문

2010년도 드라마 『절강판 新서유기』 와 원작의 차이에 대해선 미리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일단 삼장법사의 성격이 원작소설과 드라마에서 판이한 점이 있습니다. 삼장법사의 성격이 좀 더 어른스럽고 차분한 면이 있으며 요괴를 상대로 단순 겁먹거나 원작처럼 울기만 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상대로 설득을 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측면이 강한데요. 독각시 에피소드 편에서도 독각시를 상대로 그의 심정을 헤아리는 이야기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아도 확인할 수 있고 이번 홍해아 에피소드에서도 홍해아가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어린아이라는 것을 알고 그를 타이르려는 행동을 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어요.
미묘하게도 홍해아 에피소드는 마치 홍해아를 어긋난 부모 탓에 상처받아 비뚤어진 아이로 설정하여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교정하는 것을 삼장법사와 관음보살에게 맡기는데요. 일단 약간의 오리지널 첨부된 장면들을 빼면 오공과 홍해아의 다툼은 원작의 그것을 따라갑니다만 관음보살이 나서는 이유가 단순히 홍해아가 관음보살의 모습을 흉내 낸 괘씸죄 때문이 아니라 그가 상처받은 아이인 것을 알고 관음보살이 그를 거두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그리고 더불어 홍해아의 지금 성격이 한때 제천대성으로 날뛰던 오공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더불어.
이 홍해아 이야기가 끝나면 흑수하의 소타룡 에피소드는 생략된 채 바로 메인격인 '차지국 세 국사요괴'편으로 넘어갑니다.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함께 세 번의 대결- 기우제/좌선/물건 알아맞히기-에서 오공이 보여주는 다재다능함으로 이기는 통쾌함과 더불어, 원작소설의 저자이고, 명 가정제 당시를 살았던 오승은이 어떤 심정으로 이 이야기를 넣었을까를 생각할 수 있었어요. 홍해아의 마수에서 벗어난 삼장 일행은 차지국의 국경부근에서 도사들에게 노예로 부려지는 승려들을 보게 되고 오공은 도사로 변신하여 도사들을 때려눕힌 뒤 오백명의 승려들을 해방시킵니다.
여기서 원작의 그것처럼 하늘의 신령들이 당삼장 일행이 그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예언한 예지몽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그중 중요한 태백금성의 암시-제천대성의 생김새와 그의 힘으로 모두 구할 것-는 삼장 일행이 머물게 된 사찰의 주지승의 입으로 언급되면서 누구보다 오공의 입지를 더 강조합니다. 태백금성은 원래 원작에서부터 오공 일행을 많이 도와주는 신령으로 처음부터 오공에게 호의적인 역할로 나왔었는데 제가 정확하게 어디서 읽은 건지는 모르지만 태백금성은 옛 중국에서 나그네들을 수호하는 신이라는 글을 본 적 있어요. 이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 이야기가 진짜라면 소설 속 나그네인 오공 일행의 편의를 태백금성이 봐주는 것은 어찌 보면 납득이 가는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손오공 일행이 차지국의 도사들과 대결을 벌이게 된 것은 물론 요괴들을 손보려고 한 손오공의 계획도 있었지만 표면적인 계기는 삼청관에서 오공 일행이 도사들의 제물을 훔쳐먹고, 천존들 흉내를 내며 성수를 준답시고 오줌을 줘버린 일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는 시청자들에게 배경이 되는 '삼청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희생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막내인 오정입니다... 왠지 만화나 소설 같은 데서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정보에 취약하여 약간 바보처럼 그려지는 캐릭터가 있고 주위 사람들의 설명을 통해 작품 속 세계관과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요.
조금 안타깝게도 여기서 그런 캐릭터가 된 것이 오정이에요. 원래 소설 상에서는 그냥 설명문으로 써져 있어서 굳이 이런 방식을 쓸 필요 없지만, 드라마는 다른 매체인지라 부득이하게 이런 장면을 넣어 삼청관에 대한 설명을 보는 이들로부터 알려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랜 요괴생활을 했다고 해도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의 시중을 들던 권렴대장이 도교의 삼신을 모신 삼청관을 모를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드라마 오정은 여러모로 정이 가는데 이 장면에선 캐릭터 소모가 그렇게 되어서 아쉬웠습니다.
삼청관에서의 소동 때문에 오공 일행은 차지국의 국사들과 대결을 펼치는데,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비를 내리는 기우제씬입니다. 소설에서도 여기선 바람을 다스리는 풍파파 할멈, 구름과 안개를 다스리는 추운동자와 포무낭군, 벼락과 번개를 다스리는 뇌공과 전모 여신, 비를 다스리는 용왕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지요. 다만 용왕들 같은 경우는 원작에선 사해의 용왕들이 다 나오는 반면 여기선 동해용왕 오광만이 나온다는 차이가 있는데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어째 국사 요괴들이 그들을 불러들인 것은 합법적인 데 은근히 오공이 완력으로 그것을 가로채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예 번개의 여신 전모의 입으로 국사들이 벌인 술법이 합당하여 옥황상제의 교지가 내려졌는데 여기서 소임을 다하지 않으면 항명죄가 된다고 언급하니까요. 보면 참 충실한 신령들 같다고 할까요. 이때 오공은 옥황상제가 벌을 내리면 자기가 다시 천궁에서 깽판을 쳐서 수습을 하겠다는 참으로 오공다운 대답을 합니다. 그러니까 말인즉, 드라마에선 신들이 자기 소임을 다하되 오공과 입을 맞추어서 국사들의 술법이 아닌 오공의 술법으로 한 것처럼 그려낸 것 같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오공의 힘이 웬만한 도사들과 신들 위에 군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은 맞습니다.
이 기우제 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서 그런지 그 다음에 나오는 씬들인 좌선 대결이나 물건 알아맞히기는 참 수월하게 넘어가는 편입니다. 원작의 설정대로 국사들이 좌선대결에서 삼장에게 벼룩을 던지자 오공이 지네로 변신하여 호력대선의 코를 찌르거나 물건 알아맞히기에서 옷을 바꿔버리고 복숭아를 먹어치우고 어린 도사를 승려로 변신시키는 등의 이야기도 원작의 그것대로 충실히 나오며, 더불어 손오공이 복숭아를 무척 좋아하여 씨만 남겼다는 이야기는 오정의 입으로 언급됩니다. 하늘의 반도 복숭아를 훔쳐먹었을 정도로 복숭아에 환장하는 성격이라고요.
이렇게 물건 알아맞히기에서까지 이기자 남은 대결은 목을 자르기, 내장을 빼내기, 기름 솥에 들어가기의 대결인데 아쉽게도 제가 본 24화는 막 오공이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끝납니다. 참 재미난 부분에서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아마 다음화에선 제대로 국사요괴들에게 응징이 내려지겠지요. 그리고 오늘 해당 에피소드를 보면서 느낀 건데 일반 가정집들의 경우는 중국의 분위기를 띄는 것 같지만 묘하게 왕실의 분위기는 나름 여행의 루트를 반영한 것인지 중국의 일반적 황실과는 약간 다른 복색을 하고 있습니다. 천축국 에피소드에서 황실의 복장이 인도풍을 띄거나 하는 것처럼 이번 차지국의 황실의 복장도 황제를 비롯한 가신들이 전부 독특한 털옷으로 꾸며진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