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킹 3 : 서유기 여인왕국』 감상문
영화 『몽키킹 3 : 서유기 여인왕국』은 전에 본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처럼 OCN 채널에서 방영한 것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제목만 보고도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 후속작이라 직감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전작과 감독도 같고 배우도 고정이라 반갑더라고요. 보통 여인왕국이라고 한다면 원작소설 『서유기』 6권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서량녀국에서 삼장이 여왕에게 청혼을 받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을 텐데 전편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이 3권 백골부인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했으면서 상당히 각색이 이뤄진 것처럼 이번 『몽키킹 3 : 서유기 여인왕국』 또한 상당히 각색이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흥미 있게 본 전작에 비하면 아쉬운 것이 전작이 백골부인의 존재감이나 주인공 일행이 여행을 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은 물론 사건의 전개도 가볍지 않게 다뤄진 것에 반해 이번 『몽키킹 3 : 서유기 여인왕국』은 개그 장면들이 상당히 포진해 있어 종종 몰입을 방해하고 전개가 산만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여인국의 기록이 적힌 고서 한 페이지 찾는 부분에선 고서의 목소리가 깜찍한 점은 있었으나 이 내용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했다는 생각. 그리고 초반부 CG는 종종 등장인물과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반면 후반부 CG가 상당히 몰아치는 편이라 이 부분에 전력을 다하느라 앞부분이 허술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
서량녀국의 설정도 원작과 약간 달라져 작 중 서량녀국은 외부와 격리된 차원에 존재하여 쉽게 나갈 수 없는 곳으로 묘사되었는데 원작에서 여인국의 국빈 대접을 받았던 삼장 일행이 초반부터 여인국의 경계를 사며 죄인 취급을 받는 장면도 더러 나온다는 점입니다. 여인국에서 겪은 삼장 일행의 이야기가 영화에선 대폭 달라져 빌런으로 등장할 여의진선은 여장남자이자 손오공에게 호의를 가진 조력자로 등장하며 중심 빌런일 비파동 전갈요괴는 다만 그 모습을 오마주 했을 거란 추정되는 전갈 요괴 두 마리로 등장하는 정도. 그리고 종종 다른 『서유기』 에피소드의 장면들을 오마주 했다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반면 자모하 물을 잘못 마시고 삼장과 팔계가 임신하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원래 소설 원작에서도 당황스럽고 웃긴 에피소드였지만 여기서 원작과는 달리 물을 마시지 않아 임신을 피하고 사형인 오공을 도와 낙태천 물을 구하러 갔던 오정까지 물을 잘못 마셔 임신을 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임신을 한 일행은 처음엔 당황했다가 셋 다 서량녀국 여인들의 설득을 받고 애를 낳기로 결심하게 되고 (도대체 어디로 애를 낳게 될지는 상상이 안 가긴 하지만) 나름 뱃속의 아기에게 애착도 가지게 되는데 여기서 애를 낳으면 서천행은 힘들다는 오공에 의해 강제로 낙태천 물을 마시게 됩니다. 이 부분이 영화를 보면서 나름 웃긴데 슬펐던 장면.
엔간해서 망가지지 않는 사오정이 이 영화에서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크레딧 영상에 잠깐 나온 사오정 본체 배우는 원래 잘생긴 배우 같은데 말이죠. 웃긴 장면이 포진한 것과 별개로 좀 아쉽지만 『몽키킹 3 : 서유기 여인왕국』은 손오공 일행의 모험담이라기보단 삼장의 성장 이야기에 그가 여인국 여왕에게 청혼을 받는 이야기를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바꾸고 그 감정을 극복하여 다시 서천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변하게 되면서 장르가 거의 로맨스물에 가까워졌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손오공은 아무래도 다른 매체에서 주인공을 많이 해 먹었기 때문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조연 수준으로 비중이 밀려났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어요. 정작 영화의 제목이 '몽키킹'이건만...
그리고 역시나 사오정이나 저팔계의 캐릭터가 전편에 이어 부각되지 않는 것도 미진한 점이었습니다. 심지어 사오정은 이렇게 서량녀국 여인 병사에게 연애 플래그도 꽂았는데 말이죠. 왠지 영상매체에서 사오정은 은근히 여자들과 썸 타는 내용을 종종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더 인상적인 사랑 이야기는 다름 아닌 여인국 여왕을 보좌하는 국사가 젊은 시절 강의 수호신과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인데 처음 국사를 악역으로 착각한 것 때문에 좀 반전 같은 충격도 있었지만 이 국사와 수호신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제대로 영향을 주는 사건이기 때문에 더 강렬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영화의 결말은 초반 산만한 진행에 비해 맘에 들었는데 영화의 빌런은 원작의 빌런(여의진선과 비파동 전갈요괴)과 달리 과거 국사와 사랑에 빠졌던 강의 신(영화 오리지널 빌런)이라는 게 특이점이에요. 강의 신은 자신과 교감하며 사랑을 나눈 국사가 자신과의 사랑보다는 여왕을 지키는 임무를 택하자 분노하여 여인국을 멸망시키려 시도하고 끝내 자멸하게 되는데 이때 삼장은 죽어가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그의 영혼을 전편 백골부인과 마찬가지로 품어주기로 결심합니다. 국사의 후일담을 마저 다뤄줬다면 좀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이렇게 수행자로서 요괴의 영혼을 외면하지 않고 품어주는 장면이 특히 전편과 이번 편에 이은 영화의 명장면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